서울둘레길 4코스는 강남과 경기도의 경계선을 지나간다.
처음에는 산으로 시작하여 잠시 양재 시민의 숲을 거닐다가 다시 산길로 끝이나며, 서울둘레길 5코스의 극악한 산길을 예고한 후 끝이 난다.
역시 대한민국 강토는 산맥의 계속이었는가.
서울 역시 별반 다를바 없이 산과 산, 그리고 산이 있을 뿐이었다.
4코스의 마지막은 소가 자는 형상이라 하여 우면산인데, 이름의 유래가 귀엽고, 4코스 마지막 도장인 잠자는 소의 글미은 더 귀엽다.
산을 많이 탈 줄 알고 일부러 등산화를 준비하여 둘레길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후회했다.
발에 익숙하지 않던 등산화는 내 발꿈치랑 발가락 마디마디를 다 까놓았고, 발 여기저기에 물집을 만들어놓았다.
이후로는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고 오로지 런닝화만 신었다.
미끄러질 위험이 크긴 하지만 그만큼 조심하며 걸었다.
4코스는 그리 특색있는 코스는 아니었다.
힘들긴 했지만 1코스나 나중에 있을 7,8코스처럼 극악스럽진 않았고,
2코스만큼 아름답지도 않았으며
3코스처럼 사람냄새나지도 않았다.
4코스는 그냥 자연을 보며 운동하는 무념의 코스였다.
즉, 서울둘레길을 일부분만 돌거면 4코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7시 즈음 시작하여 11시 30분, 4시간 반만에 끝을 내긴 했는데, 이건 내가 빨리 걸었던 탓이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본다.
18km에 이르는 서울둘레길 4코스의 예정 소요시간은 8시간이라고 지도에 안내되어있다.
모두가 출근하는 동터오는 아침, 7시 5분전에 수서에 도착했다.
그리고 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산행 시작. 망할 오르막길 시작이다.
이런 돌탑도 있고...
유독 전망대가 많이 없던 코스였던지라 눈앞이 탁 트이는 광경이 나오면 기분이 좋았다.
진짜 롯데타워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것 같다.
딱히 흥미도 없고 굳이 가보고 싶은 생각도 안드는데,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자주 보며 음... 혼자 친숙해졌다.
4코스에는 약수터가 많다.
하지만 음수에 부적합한 약수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안마시지는 않았고 다해히 딱히 배탈은 나지 않았다.
이름이 무려 '불국사'였던 절.
아이들이 자연실습을 하는 장도 있었다.
여기서 점심으로 먹을 생각이었던 김밥도 늦은 아침으로 먹었다.
김밥 한줄과 물 600ml를 챙겨왔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여기에 화장실도 있으니 급한 사람들은 여기서 볼 일을 해결하면 된다.
4코스에는 중간 양재 시민의 숲에 화장실이 있어서 좀 안심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비울 수 있을 때 비워야 후환이 없다.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많았던 대모산을 지나 잠시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육교를 건너고 여의천을 지나면 양재 시민의 숲이 나온다.
이 때 시간은 9시를 조금 넘겼었는데, 출근차량인지 도로에 차가 많았다.
비행기 추락사고의 위령비를 보며 양재 시민의 숲이 시작된다.
조금 더 걸어가 도로로 나오면 양재 시민의 숲 입구와 우체통이 있다.
윤봉길 기념관의 맞은편인데, 그에 따라 서울둘레길 도장도 윤봉길 의사 그림이다.
다시 산에 올라 우면산을 지나면 서울둘레길 4코스도 완료.
유독 청설모를 많이 봤고, 오르락 내리락 길이 많았던 코스였다.
...음.. 근데 나중에 서울둘레길 7코스에서 더 극악의 오르내리막길을 겪게 되는데 이 때는 몰랐지. 그나마 4코스가 8코스보다는 나았으리라는 것을.
도장도 챙기고.
오른쪽에 반 접힌 그림이 우면산 스탬프 그림인데 너무 귀엽더라.
서울둘레길 완주 후 우면산 뱃지로 받을 생각이었는데, 둘레길 관리사무소 직원이 윤봉길 의사 그림 뱃지를 건네줬고, 난 애국심을 차마 이기지 못하고 우면산 그림으로 바꿔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었지.
우면산 초입에는 에어브러쉬가 있어서 몇시간동안의 고된 산행으로 흙먼지투성이가 된 옷을 나름 정리할 수 있다.
고물상을 지나고, 무지 비쌀 것 같은 집들과 차들을 지나 사당역으로 도착하여 서울둘레길 4코스를 마무리지었다.
총 소요시간은 맨 처음 이야기했듯이 4시간 반. 어째 걸음이 계속 빨라지는 기분이다.
4코스는 1,2,3코스에서처럼 딱히 감명깊거나 깊이 빡치거나 하는 감적적인 격함은 없었다.
그냥 그저 무난한 등산이었고 느낀 점이 별로 없는 그야말로 무난한 루터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쉽지도 않은 코스였으니, 가볍게 생각하기는 섣부르다. 길 험하고 오르락 내리락이 많아서 다리아프다.
총 8개 코스로 나뉘어진 서울둘레길에서 드디어 절반의 여정을 끝냈다.
물론 8코스는 살인적으로 긴 코스여서 서울의 절반을 걸었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으나, 그래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