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7코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봉산부터 시작되는 롤러코스터 산행이다.
오르고 내리고가 반복되며 극심히 스트레스를 받았던게 생각나는데, 이게 내 몸상태가 안좋아서 그랬던건지, 7코스가 원래 극강의 난이도여서 그런건지는 알 수 없었다.
여튼 2019년 10월이 시작된 어느 날 서울둘레길 완주를 끝내기 위해 또 한발 내딛었다.
16.6km, 예상 소요시간 6시간 10분의 서울둘레길 7코스는 난이도 중. 하지만 난이도 상으로 해도 좋을만큼 힘든 길이었다. 산길이 많았음에도 예상 소요시간과 실제 소요시간이 비스무리했는데, 정말 몸 상태가 안좋았던건지 어떤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앵봉산, 봉사나 둘 다 200m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산들인데 왜그렇게 힘들었던건지.
지도를 찬찬히 보면, 6코스는 구성이 다채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코스는 한강에서 시작되어 다시 한번 도하하고 공원, 산책, 도심, 산악코스가 고루 갖춰져있다.
게다가 랜드마크 중 하나인 월드컵 경기장을 지난다.
여러모로 볼거리는 많은 코스였다.
9시.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가양역에 도착하여 전진.
7코스 첫번째 도장을 찍고 가양대교에 오른다.
그리고 광진교에 이어 다시 한번 한강을 건넌다.
여전히 계속되는 계단의 역습. 빡침. 힘듦!
하늘공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계단을 쭉쭉 위를 향하고 있었고, 다행히도 서울둘레길 7코스는 정상까지 날 인도하지는 않았다.
산책하기 좋은 길도 걷다가.
소풍온건지 하늘공원 위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며 안도한다. 휴우... 나도 저기 올라갈 뻔했네.
근데 너네는 몸이 가벼울 나이라 정상까지 쭉쭉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좋겠다.
고 1때 우리나라가 모두 미쳤을 때의 그 함성의 현장.
예전에 A매치 하루짜리 알바했던 기억도 나고.
음..... 구태여 별 느낌은 안들었다.
해외 여행객을 타켓으로 했던걸까? 담소정이라는 정자가 현대식 건물과는 맞지 않게 한켠에 설치되어있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주위로도 둘레길 7코스가 지나가는데, 이정표가 친절하게 설치되어있지 않아서 좀 헤맸던 기억이 난다. 결국 지도와 지도앱을 비교해가며 스스로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날 서울둘레길 완주로 이끈 북한산의 포악한 풍채가 보인다.
하하하. 저 때 진짜 산속에서 힘들어 죽을 뻔 했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다르다구. 지금은 충분히 백운대까지 갈 수 있단다 하하하하.
불광천은 꽤 근사한 동네길이었다.
뷰도 좋고, 녹림과 하늘의 푸르름이 인상적이었다.
근데 하수구 썪은내가 나서 코는 즐겁지 않았었다.
불광천에서 빠져나와 봉산가는 길은 그냥 동네 골목길이었다.
편의점에 들러서 요기를 하고, 만약 물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여기서 이온음료 하나 챙겨가도 좋다.
그리고 올라간다.
골목길의 아스팔트 바닥도 오르막길.
봉산 초입도 오르막길이다.
봉산 초입에 화장실이 있으니 뱃속을 비우고 가벼운 신체로 올라가자.
여기부터 힘들었다.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애.
봉산에서 내려다본 하늘아래 서울은 먼지의 회색도시였다.
날은 맑았다.
게다가 불과 이틀 전에 비도 와서 한번 씻긴 하늘이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는 서울공기를 누렇게 물들이고 있었다.
전날 왔으면 좀 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을까.
한강, 불광천을 거닐며 가까운 뷰를 봤을 때에는 그렇게 파란색으로 초록색으로 푸르던 서울시내는 멀리서 봤을 때 그 잔혹한 상태를 드러내었다.
서울둘레길 7코스의 봉산부분은 은평둘레길과 중첩된다.
은평둘레길은 '시'를 컨셉으로 잡았는데, 너무 좋았다.
시를 읽으며 걷는 산책이라.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고상한가.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시들도 더러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쉬엄쉬엄 읽으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북한산♥
저길 어떻게 올라가.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데.
봉산의 정상에는 이름에 걸맞게 봉화가 있었다.
그리고 쉬엄쉬엄가라고 정자도 하나 만들어져있었는데 난 갈 길이 바빠서 지나쳐갔다.
....원래는 쉬고 싶었는데, 이미 누군가 안에 있어서 괜히 다가가기 싫었다.
봉산과 앵봉산의 구분이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다만, 위 사진의 정자가 보였다면 이제 안심해도 좋을 단계. 오르락 내리락 힘든 길이 다 끝났고, 7코스도 거의 완료되었다.
아기자기 예쁘게 조성된 7코스 마지막 공원에서 도장을 찍는다.
역시 사진은... 내 고생을 담지 못하는군.
아까 산 정상 송전탑 있던 데에서 휘청거리는 사진만이 나의 힘듬을 대변해주고, 내 고생과는 상관없이 아름다운 서울둘레길만이 담겨져있군.
구파발역까지 왔다.
도착해보니 시간은 2시. 딱 5시간 걸렸다.
사진 왼쪽의 롯데몰은 2000년대 중반에 내가 여기 왔을 때 한창 공사중이던 건물이었는데 저렇게 번쩍번쩍하게 완공된걸 보니 사뭇 새삼스러웠다.
크으 진정한 마지막은 백종원 빽다방의 호박식혜로.
등산 후 먹는 식혜는 일품이군. 달디 달다.
참 이상했던게 1코스나 4코스, 5코스 산세가 험하다면 훨씬 더 험준했는데, 7코스를 마쳤을 때 그 때보다도 더 기진맥진했다.
1코스는 극심한 난이도였고, 5코스에서는 관악산 코스에다 길까지 잃었었는데...
게다가 7코스는 며칠 쉬고 체력을 충전한 후 돌았던건데도 무지 힘들고 다리아프게 돌았다.
비단 지도에 나타난 수치가 모든 정보를 나타내진 않는다는 말이다.
난이도가 '중'이라고 쓰여있지만 글쎄? 난이도 '상'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제...
서울둘레길도 마지막 코스, 8코스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8코스는 지도에서도 나와있듯이 마치 두코스를 한코스로 묶어놓은 듯이 길어서 하루만에 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이 쌓여만 갔었다.
게다가 북한산을 지나가는 루트인데... 북한산에서 한번 고꾸라진 적이 있던 나에게 서울 8코스는 어찌보면 극복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극복했다.
날씨가 흐리던 2019년의 10월 어느날.
다시 한번 초인모드가 발동되어 34km의 코스를, 예상시간 17시간의 코스를 9시간에 걸쳐 주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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