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바퀴 돌기.
북한산에서 꼬꾸라지고 건강에 적신호를 느낀 나는, 건강챙기기로 서울둘레길에 도전했다.
그리고 꽉찬 8일을 뒤로 하며 나의 프로젝트는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다행히도 5시가 되기도 전에 서울둘레길 마지막코스, 8코스의 종착점에 도착했다.
인증서를 배부하는 서울 창포원의 마감시간은 오후 6시였고, 다행히도 인증서를 받기 위해 나중에 다시 올 수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도봉산역에 도착한 나는 역을 넘어가서 157km의 대장정의 시작점이었던 창포수목원으로 향했다.
현재 인증서는 양재에서도 배부해주는 것 같지만, 2019년도에는 오직 서울창포원에서만 수령이 가능했었다.
둘레길의 마지막을 8코스 정방향이나 1코스 역방향으로 마무리지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굳이 인증서를 받는 날 또 번거롭게 오갈 필요없이, 마지막 코스의 마무리를 짓고 인증서를 받으러 가기 위해.
크으.... 서울창포원 한켠에는 내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지도가 펼쳐져있었다.
정말 고생했다 나자신.
서울 창포원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이 반갑게 맞이하며 나에게 물어본다.
"인증서 받으러 오셨어요?"
이미 내 앞에는 누군가 인증서를 받고 있었고, 난 직원의 물음에 그렇다는 대답과 함께 소정의 양식을 기재했다.
그리고 인증서를 받고, 기념 뱃지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직원분이 권유해주시는데, 의무는 아닌 것 같으니까 굳이 안찍고 싶은 사람은 찍을 필요없이 패스해도 된다.
근데 좀 잘 찍어주시니까 웬만하면 권유를 거절하지 말자.
음.... 살이 탄게 다 보일 정도로 고생했는데, 아직 살이 덜 빠졌었군.
이 때 좀 더 걷고 싶다는 생각에 시선을 지리산과 설악산같이 며칠동안 돌아다닐 수 있는 산으로 돌렸었는데, 결국 제주도를 가게 됐지.
일률적이던 기념뱃지는 2019년도에서도 얼마전, 28개의 매력적이고 다양한 뱃지로 바꼈다고 한다.
위의 28가지 이미지는 우리가 서울둘레길 8개의 코스를 돌며 부지런히 모은 도장의 디자인과 같다.
역시 단연 우면산의 디자인이 가장 매력적이었고, 원하는걸로 받을 수 있다면, 이걸로 부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애국심에 졌다.
처음에 건네주신 뱃지가 윤봉길 의산데 이걸 어떻게 바꿔달라고 해 ㅠㅠㅠㅠ
에효....
한번 더 돌아야하나? ㅋㅋㅋㅋ
직원분께 저 뱃지 전부다 모으려면 계속 돌아야겠네요?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웃으며 이야기하시더라.
물론... 약아빠진 사람들은 스탬프북 28개를 동시에 들고 다니며 찍고 있겠지만. 그러진 맙시다.
뱃지는 생각보다 안이쁘다.
뱃지 크기가 좀 더 작고 휴대하기 편했으면 좀 더 매력적이었을텐데.
크기가 빅파이만한 기념뱃지는 그리 이쁘지 않아서 받았을 때 빼고는 딱히 다시 찾아보진 않았다.
한번 쓴 스탬프북은 인증번호가 붙으며 발급 인증이 찍힌다.
즉, 다시 가져가서 기념뱃지를 받는 꼼수는 못쓴다.
무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박원순의 인장이 찍힌 인증서.
그때는 좋았는데, 저 이름을 다시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구만.
에효... 그러니까 왜.. 어휴..
인증번호 30353.
그렇다면 내 앞에 이미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을 한바퀴 돌았다는건가 ㅎㅎ.
여튼!
서울둘레길은 서울시민과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민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액티비티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챙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뿌듯하다.
인증서를 받는 나 자신을 보며 성취감이 생겼고, 성인이 된 후로 긴 시간동안 받지 못한 '상장'과도 같은 증서를 받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8~9일정도만 소요된다.
굳이 한번에 돌 필요없이 주말에 짬짬이 돌면 된다.
건강해진다.
서울에서 살며 삶이 바빠 보지 못했던 산과 들, 사람들과 랜드마크를 볼 수 있다.
한강을 건넜다.
친구들과 같이 가면 더 좋을 듯.
이 얼마나 멋진 8일이었던가.
이후 한달 후, 제주 올레길에 도전하여 2019년이 넘어가기 전에 완주했는데, 굳이 둘을 비교해보면, 한두달을 잡고 작정해서 돌아다녀야 할 올레길보다 서울둘레길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오래 머물게 된다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길이다.
굳이 8개의 코스 중 한 코스를 추천해야 한다면, 단연 서울둘레길 2코스다.
한번 2코스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듯.
안양천의 6코스는 너무 쉬워서 다른 7개의 코스를 오해할 수 있기에 서울한바퀴를 계획하는 분들에기는 추천하진 않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며.
서울둘레길은 무미건조한 우리 삶에서 성취감을 불어넣어주는 일종의 인생퀘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보상으로는 기념 뱃지와 인증서. 그리고 건강이라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도전하는게 어려운 것도 아니니 날씨가 풀려가는 요즘, 우리 모두 도전합시다! 서울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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