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제주 올레길 마지막 코스를 마친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친구가 추천해준 밥집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그 식당의 이름은 백리향.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를 보면서 뒤늦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위치가 어째 딱 18코스 종점 근처에 있었네;;;;
친구와 같이 올레길 18코스를 돌았을 때 여기에서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좋았을껄 싶더라.
정보의 중요성이 이리도 심각하다.
이 때 우리는 굳이 함덕으로 버스타고 가서 커피를 마셨지.
주위에 유명 맛집이 있는 줄 모르고 굳이 다른데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니 어휴.
버스에서 익숙한 동네에 내려 목적지로 향해간다.
지리적 특성에 딱 맞는 중국집 이름, 연북정.
연북정은 이 근방의 문화유적인데,
조선시대때 여기로 유배온 사람들이 북쪽을 보며 그리워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아 버스정류장에서 이리도 가까이에 있었다니;;;;; 그 때 이쪽으로 못와본게 더더욱 아쉬웠다.
약간 허름한 건물 외관이 맛집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준다.
그리고 백반정식 7000원이라는 혜자스러운 가격이 나에게 또한번 감동을 준다.
뭐 다른 지방에서야 백반이라 하면 6000원 아래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여기는... 제주다.
그리고 백반 메뉴조합도 좋아서 7000원이라는 가격에 토를 달 순 없었다.
영업시간은 보시는 바와 같이!
하지만 요즘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고 네이버 지도에 정보가 업데이트되어있었다.
식당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제주답지 않게' 친절히 응대해준다.
여기서 딱 감동먹었음!
비즈니스적 친절인 것 같았지만, 제주에서 이러한 친절조차 기대하는건 무모하다. 마상입는다.
메뉴.
백리향이 무지 괜찮은 이유는 1인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식당에 따라 1명은 받지 않는 식당도 많이 있는데,
백리향은 메뉴에 대놓고 1인부터라고 적혀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나는 정식 하나를 시켰다.
친구랑 왔다면 정식하나에 갈치구이나 옥돔구이를 하나 섞어서 시켰을 것이다.
마치 친구랑 춘미향에 갔을 때 고기정식 하나와 춘미향 정식 하나를 섞어서 시켰던 것처럼...
와아... 추억.
저렇게 숟가락을 종이로 싸놓은걸 얼마만에 보는건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에 가족들과 고깃집에 가면 숟가락과 젓가락이 저렇게 포장되어 나왔었는데.....
기습적으로 향수를 느꼈다.
타이밍이 좋았던건지, 식당 내부에 사람이 없었다.
하긴.... 내가 여기 온 시간이 약 3시 반정도였는데, 식사하기 정말 애매한 시간이긴 하지.
하지만 여기는 끼니때에 오면 줄도 서는 곳이다.
메뉴가 나왔다~~~~~!!!!
맛있었다. 진짜 집밥.
눈이 번쩍 뜨일만큼의 엄청난 맛은 아니었지만, 편안하고 푸짐하게, 그리고 맛있게 한 끼 할 수 있는 포근한 느낌이었다.
반찬은 메인이 고등어 구이와 간장제육볶음이었다.
고등어는 뼈가 없어서 젓가락으로 통째로 들고 먹었다.
제육은 간장볶음이라서 의외였다. 음... 매콤한 제육이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반찬 구성을 보면 고추가루 반찬이 저리 많은데 굳이 제육마저 매콤할 필요는 없던 것 같다. 그래서 간장으로 한 것 같음.
그 외 및반찬은 파김치, 고추장아찌, 비엔나, 가지, 김치, 깍두기 그리고 쌈. 국물은 콩나물국.
여기 진짜 후회없는 곳이니 꼭 방문하자.
아, 근데 굳이 백리향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진 말고 음..... 성산에 오가는 길이나 하다못해 함덕 해수욕장에 놀러가는 길에라도 여기서 끼니를 해결하도록 하자.
굳이 찾아가기에는 제주에 다른 옵션이 너무 많다.
가장 베스트 계획은 올레길 19코스를 돌러 갈 때나 18코스를 마치고, 여기서 밥먹는거다.
올레길 19코스 출발점이 여기서 걸어서 5분정도밖에 안된다.
그리고 함덕까지 걸어가서 카페델문도나 스벅에서 한커피 하는거지! 크으~
....진작 이 모든걸 알았다면 친구가 왔을 때 좀 더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텐데.....
연예인 싸인이 딱 하나 걸려있어서 속상했음.
저 종이에는 와이파이 번호와 '제육은 리필불가', '반찬은 셀프' 등의 말이 쓰여있다.
어휴 싹 다 긁어먹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맛있다.
제주시나 서귀포시에 있는 어줍잖은 식당에 가서 비싸게 돈주고 밥먹는 것보다,
이런데에서 편안하게 제주의 보편적인 한상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맛이라 생각한다.
'리뷰 > 맛집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집][서울 용산] 해방촌 '코스모스 식당'. 골목식당의 거기로 유명한 그 카레집. (0) | 2021.03.29 |
---|---|
[맛집][서울 종로] 종로 '수제 왕돈가스'. 4층까지 걸어 올라간다는 악명으로 더 유명한 종로 가성비 돈까스 식당. (0) | 2021.03.29 |
[맛집][제주 제주시] 황궁쟁반짜장 탐라원. 짜장면 2500원. 칠리새우 7000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0) | 2021.03.25 |
[맛집][제주 제주시] '오름해산물'. 제주 연동 방어맛집. 3월은 겨울방어시즌의 끝물. (0) | 2021.03.22 |
[맛집][제주 제주시] 수요미식회로 유명한 그 집 올래국수. (0) | 2021.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