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 리뷰만 확인해봐도 여기가 얼마나 핫한 아침식사집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사람이 몰릴 것 같아 여행일정에서 스킵하려고 했는데,
시차적응 문제로 인해 눈이 일찍 떠진 관계로 '푸항또우장阜杭豆漿'에 찾아갔다.
다행히도 숙소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https://maps.app.goo.gl/tjV4k1KkYmYhEVUF8
위치는 여기.
화산시장華山市場이라는 푸드코트 2층에 위치하고 있다.
타이베이 역 끄트머리에서 걸어도 약 10분정도는 걸리는 거리다.
어느정도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한산하고 서늘한 새벽녘이라 산책삼아 걸어가는데 무리는 없다.
미친. 5시 5분인데도 줄이 이 모양이다.
30분정도 일찍 와서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미 줄 선 사람이 내 앞에만 5명.
그래. 처음에는 낸 앞에 이렇게 앞에 5명만 있는 줄 알았었지.
5시 30분. 오픈시간이 되어 계단쪽으로 꺾어보니 뭔가 더 있었다.
계단으로 올라가며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앞에는 사람들이 더더더 있었다.
저 날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토요일 5시 30분이 오픈시간에 5시 5분에 가면 5시 45분 쯤에 식사할 수 있었다.
대만 여행을 하며 계속해서 느낀 거였는데, 대만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킨다.
내가 접한 대만사람들은 적어도 질서 정신만큼은 투철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줄을 설 때에도 누가 새치기할 걱정은 안해도 된다.
다만, 자리를 맡아주는 문화가 있는지, 내 앞에 서있던 사람들의 일행이 와서 합류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다룰 이야기지만, 질서를 잘 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대만사람들은 양보하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계단 2층쪽 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동선이 그려져있었다.
이런게 있어야 할만큼 인파가 몰린다는 말이다.
근데 딱히... 이거 안봐도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앞사람만 보고 따라가도 쉽게 알 수 있다.
배송 물품이겠지?
여러 박스가 빈 테이블과 의자에 놓여져 있다.
테이크아웃으로 열 너댓개의 또우장을 봉지에 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음식을 주문하기 전.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을 때 사진과 영문명이 함께 기재된 메뉴판을 볼 수 있다.
각 메뉴에 숫자까지 매겨놔서 광둥어를 못하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배려해놨다.
줄을 서며 차창너머를 보면 직원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이른 새벽부터 다들 고생이 많어.
돈은 쓸어 담겠지만.
사진찍는건 상관없는 것 같은데, 플래쉬는 터트리지 말라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와 이분!!!!!
한국말 겁나 잘하심 ㅋㅋㅋㅋㅋ
알아서 한국말로 대응해주셨다.
한국인들이 1번 또우장만 주문해서 그런지, '핫? 콜드?'를 물어보신다.
3번이라 하시니까 1번 아니냐고 되물으신다.
'고수???'도 물어보신다. 네. 고수. 좋아합니다.
참고로 1번만 주문했을 경우엔 '요우띠아오'. 길다랗게 생긴 튀긴 도넛은 포함되지 않는다.
45번 메뉴를 주문해야 우리가 매스컴에서 보았던,
따뜻한 또우장에 길다란 요우띠아오를 잘라 넣어 먹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이 분이 계시다면야 한국인으로서 주문하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 안통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다.
줄서면서 기다리다 찍어둔 사진을 보여드리면 되고,
혹은 음식 번호를 말해도 된다.
어짜피 직원들끼리도 음식 번호로 소통한다.
주문을 받은 직원과 음식을 손님에게 건네는 직원, 계산하는 직원들이 이렇게 번호를 적고 넘겨서 음식을 제공해준다.
공장처럼 일한다.
철저한 분업.
제조와 유통. 결제까지 완벽.
그 과정이 엄청나게 빠르다.
이미 내가 계산대 앞에 서기 전에 직원들은 모든 일을 이미 끝내고 돈만 받을 일만 남는다.
배식을 완료하면 젓가락과 각종 소스가 마련된 테이블이 나온다.
고추기름같은게 있던데, 그냥 안뿌려먹었는데 음.. 뿌려먹어볼걸 그랬나.
내가 주문한건 저렇게 세개.
12번 후빙厚餠 (대만식 샌드위치) 40대만달러
3번 씨안또우장鹹豆漿 (대만식 순두부국)50대만달러
43번 총딴蔥蛋(쪽파 계란부침) 20대만달러
총 110대만달러로 우리나라 돈 4,400원 정도의 식단이 완성되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매우매우 흡족한 아침상이 만들어졌다!
한자 공부도 어마무지하게 되고 있다.
씨안또우장.
즉, 짠 또우장.
즉, 콩물에 소금을 넣었다는 소리지.
콩물에 간수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두부가 된다.
씨안또우장은 순두부다 순두부. 알갱이가 작은 순두부.
그리고 고수향이 나는 순두부.
씨안또우장을 먹으면 대만식 순두부를 먹는다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순두부 퀄리티가 하도 좋기에 대만에서 이걸 먹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름에서부터 딱 느껴지겠지만 씨안또우장에 단맛은 없다. 그냥 간이 좀 된 느낌의 맛이다.
식감은 우리가 잘 아는 그 순두부의 식감.
확실히 우리나라 입맛은 아니니까 해외 음식에 거부감이 많다면 이건 시켜먹지 않는게 좋을 듯.
난 맛나게 잘 먹긴 했다만.
토핑으로 안에 들어간 요우띠아오는 얼른 먹는게 좋다.
처음의 바삭한 식감이 가면 갈수록 질겨지더라.
다시 말하지만 1번 또우장에는 토핑이 없다.
3번 씨안또우장이라서 토핑이 있는거다.
후삥에서는 살짝 단 맛이 나는게 인상적이었다.
후삥은 대만여행 중 나중에 가오슝에서 겁나 맛있게 먹을 '사오삥'의 초창기 모습이란다.
뭐가 어떻게 다른진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맛있다는 것!
총딴. 파계란부침은 그냥 이름만큼 정직하게 파넣고 후라이한 계란.
맛은 있다.
그래. 아침밥집에 이렇게 인파가 몰리는데 어떻게 맛집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대만에서 아침밥집은 웬만하면 다 맛있다.
그리고 후삐 또우장 기타 등등. 어짜피 다 비슷한 맛이다.
굳이 인파가 몰리는 푸항또우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밥을 다 먹어가는 중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테이크아웃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행히 실내에 넉넉한 자리가 있다.
푸드코트의 절반 이상을 푸항또우장이 잡아먹는 것도 흥미롭다.
아침식사를 하는 업종의 특징이겠지만, 이 시간에 '화산시장'에서 문을 연 곳이 푸항또우장밖에 없는 것도 특이하다.
음료 매장같은게 지금 열렸으면 시너지를 받아서 장사가 잘 될 것 같은데?
관광객도 많으니까.
다 먹었으면 식판은 퇴식대로. '식기 재활용'.
와........... 인간들 보소.
이 때 시간이 5시 55분. 6시도 안된 시간에 줄이 계단을 내려와 입구를 뚫어 건물을 두르고 저렇게 길가까지 빙 두르고 있었다.
와 진짜 다시는 여기 오지 말아야지....다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푸항또우장은 어느 시간대에 오든 40분 대기가 기본인 것 같다.
진짜.... 진짜 ㅋㅋㅋ 가게 주인은 살 맛 나겠다 ㅋㅋㅋㅋ
이 수많은 인간들이 증명해준다.
여긴 찐 맛집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