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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2019 서울 둘레길 완주

[서울 둘레길 완주 6] 서울둘레길 6코스. 안양천. 무미건조의 끝을 달렸던 심심하고 평화로운 코스.

아스라이39 2021. 3. 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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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을 앞둔 어느날.

3일 연속으로 서울둘레길 4,5,6코스를 순서대로 돌았었다.

몸이 고단해서 돌아가실 것 같았던 기억이 나는데, 3일차 아침, 온몸이 욱신거렸음에도 불구하고 4,5코스에 이어 6코스를 돌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6코스가 산이 없는 평지코스임을 지도를 보고 알았기 때문이었다.

즉, 고생 안할줄 알고 출발했다.

 

보라!

물길따라 뻗어있는 6코스의 저 예쁘장한 직선을!

어딜 봐도 산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고, 이것은 1코스부터 5코스까지 산만 주구장창 탔던 나에게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전날 산에서 길을 잃어 에너지 소모가 극심했지만,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는 서울 둘레길 6코스의 지도를 보며 석수역으로 향했다.

 

암. 이게 '둘레길'이지. 산길이 아니라.

아니 6코스 애칭을 '도란도란 길'로 하는게 어떨까? 계단이 쭉쭉 뻗은 길을 '도란도란 길'로 하지 말고 말이라도 나눌 수 있는 6코스같은 길을 도란도란 길로 명명했어야지 으유!

 

인적이 흔한 시민들의 하천 산책길이라 그런지 6코스는 유일하게 야간이용이 가능하다고 지도에 적혀있었다.

......

쏟아지는 햇살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던 기억이 갑자기 샘솟는게, 어찌보면 저녁이나 밤에 도는게 낮에 도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표기로는 거리 18km에 난이도는 하. 예상 소요시간은 4시간 반.... 4시간 반이라면 난 3시간이면 돌겠지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약 3시간 45분정도 걸렸다.

 

이로 말미암아 알 수 있는 것은, 서울둘레길 지도에 나와있는 소요시간은 산행으로 인해 느려지는 것까지 감안하여 측정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석수역에 도착하니 시간은 1시간 15분.

해는 중천에 떠서 뜨겁게 내려쬐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랬던걸까?

석수역 2번출구에서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스탬프함에서 도장을 찍고 내쪽으로, 그러니까 전철을 타기 위해 역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이미 아침에 출발하여 6코스를 역방향으로 완주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가 끝마쳤을 때 나는 출발한다. 그것이 6코스니까.

 

 

자전거 못다닌다고 바닥에 페인팅까지 해놨는데 인간들 자전거 오지게 타고 다니더라. 아직도 그러고 있을까.

6코스의 시작은 안양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게다가 고가도로 아래로 뻗어있는지라, 시원한 그늘아래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발걸음도 가벼웠다.

 

따악 여기까지만.

망할 그늘길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안양천을 멀리 보며 거리를 두고 걷고 싶었으나, 서울둘레길 6코스는 나에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더워 망할.

멍때리고 걷다가 빠지는 길을 지나쳐서 다시 되돌아오기도 했다.

정신 놓고 좀비처럼 걸었다. 으어어어어..

날이 맑아서 눈앞이 아름다워 좋았지만, 6코스는 흐린날 이용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양심이 있으면 그늘길도 있어야지 어휴.

타죽는줄 알았네.

 

 

그렇게 뜨거운 태양아래 내가 난가 누군가 자아마저 잃으면서 걷다보면 구일역이 나오고 두번째 도장도 나온다.

 

 

이 날 뭔 축제를 하는지 사람도 많고 마이크 소리도 울려퍼지고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2019년 9월에는 일어나고 있던거지.

저 멀리 고척돔도 보인다.

이 때가 일요일인가 그랬는데,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나는 내 갈 길 갔다.

하늘이 너무나도 푸르르더라.

....

미세먼지 코로나 등 이시국크리에 정신 못차리는 한국땅에서 언제쯤에나 다시 이런 날들이 찾아올지 알 수가 없구만.

 

 

걷다가 걷다가 걷다보면 저 멀리 한강이 보이고 사람들은 낚시를 하고 있다.

 

 

한강공원 염강 나들목이라고 적힌 굴다리를 지나며 강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심심하고 무미건조하며 평화로웠던 6코스도 끝이 난다.

우체통은 예쁘고 작은 공원 한켠에 자리잡고 서서 길지 않은 일정을 마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7코스와 8코스. 두 코스만 남았군.

 

 

지하철역까지는 10분에서 15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와아아 9호선이당.

집까지 한번에 가서 기분 좋았다.

좀 힘든 날 한번에 가는 노선좀 있지 그랬냐.

아, 물론 이 날도 둘레길을 마치니 온몸이 고단했는데, 이는 6코스가 빡셌다기보다는 4,5코스를 돌며 몸에 피로가 쌓여서 고단했던 것이라... 기억한다.

 

전철역 안의 GS25에서 파워에이드를 사서 꼴깍꼴까 마시고...

시원한 전철에 몸을 맡기고 집으로 향했다.

 

6코스. 편한 길이었다.

거의 모든 길이 강을 따라 나있어서 길을 헤맬 일이 없었다는게, 전날 산속에서 길을 잃은 나로서는 정말 마음이 편한 일이었다.

휴일 강가에서 사람들이 노니는 모습도 보기 좋았구.

부담없이 즐길만한 쉽고 안전한 코스. 서울둘레길 입문용으로도 좋을 것 같은 둘레길 6코스였다.

 

다만,, 내리쬐는 태양을 막을 방도가 없으니 모자는 필수고 선크림도 꼼꼼히 바르고 걷는게 좋을 것 같다.

다소 지루한 것도 단점이라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아마 이곳은 봄철에 지루할 새도 없이 눈이 호강할 것이다. 벚꽃으로 분홍빛으로 물들인 하천 산책로가 장관일 것이라 생각한다.

고로!

1주? 2주? 이제 슬슬 벚꽃 개화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부지런히 움직여서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6코스를 놓치지 말고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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