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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2019 제주 올레길 완주

[제주 올레길 19] 올레길 18코스(반나절). 간세라운지 - 삼양 해수욕장 - 조천 만세동산. 악천후 속에서 억지로 진행시켰던지라 최악의 기억으로 남음.

아스라이39 2021. 3. 22.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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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날씨속에서 진행했던지라 판단할 수 없던 올레길코스.

11코스에 이어 두번째로 비추하는 억지로 완주한 올레길.

 

소요시간 : 12:25 ~ 17:10 (5시간)

길이 : 19.8km

 

 

"제주시내에 보석같이 박힌 두 오름, 4.3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은 곤을동, 삼양사람들이 신촌가던 옛길을 따라 걷는다.

이윽고 바다.

억새가 물결치는 언덕과 깊고 끝없는 바다는 숨이 멎을 만큼 장대한 풍광이다.

그 자연의 그림에 한 점, 나를 찍어넣는다."

 

친구가 제주로 놀러와서 어찌어찌 원래 다음 순서의 16코스가 아닌, 18코스로 쩜프해서 돌았다.

내가 올레길을 돌고 있다니까 잠깐 여행차 방문한 그 친구가 같이 돌자며 관심을 가졌는데, 출발점인 제주시에서 가까운루트를 고르다보니 18코스가 낙점됐다.

그리고 뭐 별로 얼마 남지 않은 올레길 코스지만, 순서대로 돌지 못하고 뒤죽박죽으로 돌게 된다.

 

지도로 보면 18코스가 해안길을 지나는 코스라서 올레길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18코스는 11코스만큼은 아니지만, 딱히 별볼일 없던 코스였다.

 

이건 18코스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날 날씨가 비바람에 난리도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스 자체로 보면 11코스가 최악이지만, 나의 경험에서는 18코스는 날씨조차 최악이었던 곳이라서 26개 코스중 가장 실패했던 올레길 루트였다.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서 18코스 시작지점인 관덕정 분식 간세라운지로 갔다.

시작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늦은 시간인 12시 25분 즈음이었다.

 

매번 혼자 돌다가 처음으로 동행과 함께 하는 올레길이라서 사뭇 느낌이 달랐다.

 

 

18코스 역시 여느 올레길과 마찬가지로, 일자로 가면 쉬울 길을 구비구비 돌아가게 만든다.

...시작부터 돌아간다.

구제주에 위치한 '제주성지'라는 곳이 곧 나오는데, 음.... 이름을 처음 봤을 때 제주聖지인 줄 알고 뭔 종교적 장소가 이렇게 전통 토속적인가...했었다.

제주城지였다.

 

와아. 사진을 보니까 이 때는 해가 비추고 있었네.

나중에 날씨 혹독해지는데 같은 날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동문시장서 화장실도 가고 여기저기 구경했다.

 

 

동문로터리의 뭔 기념비도 지나간다.

그리고 산지천을 따라 가며 도심에서 벗어난다.

 

 

오르기에 올레길이다.

18코스 첫 기착지인 사라봉입구인줄 알았는데, 그런건 아니고, 걍 윗동네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벽화가 아름다웠던 골목.

 

 

곧 18코스 첫번째 고난. 사라봉이 나타난다.

특이하게 18코스에서는 올레길 현판이 자주 보였다.

위치가 제주시 한복판에서 시작되는만큼, 현지인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코스인 것 같다.

 

 

와아.... ㅅㅂ 오늘 이렇게 높은(?) 곳을 올라갈 줄은 몰랐다.

사실 사라봉은 해발고도 150m남짓되는 낮은 언덕이다.

다만, 제주 연안은 지형 자체가 낮으며, 150m의 고도를 오롯이 올라간다는 것은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걸 이번에 깨달음.

 

참고로 중산간에 위치한 올레길 14-1코스 260m의 문도지오름보다 훨씬 힘들었다.

 

 

사라봉 정상~~~~~의 공원.

경치가 좋고 날씨도 좋고 분위기 좋고.

저 멀리 떠다니는 배도 좋고 화장실도 있다.

 

 

올라갈 때는 그리 힘들더만, 내려가는 길은 순식간이네.

 

 

18코스의 알오름.

코스가 생각하는 것과는 꽤 달랐다.

해안가를 갈 줄 알았는데 음... 아니, 해안가를 간건 맞지만, 산을 옆으로 타고 넘어갈 줄은 몰랐지.

 

 

아직까지는 경치가 좋았다.

...아직 날씨가 구리구리해지지 않았으니까...

날이 좋으면 이렇게나 이쁜 길이었구나...

 

 

저 멀리 보이는게 아마 원당봉.

저기 옆으로 지나간다.

이렇게 먼 거리를 26코스 씩이나 걸었었다니.

 

 

화북동 포구를 지나가는 길에 어르신들이 뭔가 하시는게 보였다.

이게 뭐지? 싶었는데, 어르신들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셨는지 말을 거신다.

'윷놀이'라신다.

제주도 윷놀이라시는데, 뭍에서 하는 윷놀이와는 꽤 달랐다.

말판 생긴 것도 달랐고, 윷판도 달랐고, 무엇보다도 달랐던건 길다란 네개의 윷을 던지는게 아니라, 동전같이 작은 윷 4개를 술잔같은데에 넣고 흔들면서 던지는 것이었다.

 

신기방기.

 

 

용천수 많이 지나간다.

18코스에서는 포구와 마을이 많아서 그런지 용천수를 자주 봤다.

 

 

사실 올레길 18코스는 그다지 재미있는 코스가 아니었다.

단조롭고, '절경'이라고 할만한게 없었다.

굳이 절경이라 칭한다면, 아까 지나왔던 알오름정도를 절경이라할 수 있겠다.

그만큼 특색있는 볼거리는 없는 코스였다.

 

친구랑 도는 처음이자 마지막 올레길 코슨데, 아쉬운게 많았던 하루였다.

그리고 곧 날씨가 꾸리꾸리해지는데, 안그래도 밋밋한 길이 더더욱 별로가 돼서 음.... 성공적이진 못한 일정이었다.

 

 

삼양해수욕장에 도착하니,  갑작스레 하늘이 구리구리해졌다.

그리고 이제부터 극기훈련으로 돌변한다.

 

 

저어기 보이는 중간스탬프 간세.

안내표시 없었으면 있는 줄도 몰랐겠네.

내가 그래서 대포주상절리에서 중간스탬프를 못찍었었지;;;;

 

여기서 고민 많이 했었다.

가뜩이나 여행온 친구랑 동행하고 있는데, 굳이 이 고생길을 더 가야하나.

날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아마 오늘 하루동안 다시 맑게 회복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냥 가보기로 했다. 기왕 여기까지 온거.

포스팅을 해보니까 되게 쉽고 빠르게 여기까지 도달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날 고생 오지게 많이 한 날이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어. 그런데 시간은 느리게 가.....

 

 

설마했던 오르막길이 또 나왔다.

 

 

불탑사, 원당사 등 절이 모여있는 길이었다.

큰 절도 있어서, 여기서 스님하며 살면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8코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위 사진처럼 생긴 간세 설명표지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말인 즉슨... 코스에 볼거리가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 아차 싶더라고.

딱 한코스 같이 도는건데, 잘못걸려도 오지게 잘못걸렸구나.

날은 더더욱 안좋아지고 있었다.

 

신촌가는 옛길이 뭔진 모르겠지만 계속 가자.

 

사실 이 날은 개인적으로도 실패한 여정이었다.

혼자 올레길을 다니면, 중간중간 있는 경유지에 대한 설명을 보거나... 적어도 사전에 지도를 보며 내가 갈 길을 예습하고 가는데 오늘은 그런 것도 없었다.

그래서 올레길 중간중간에 있는 재미요소들을 다 무시한 채, 그저 길만 걸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계속 하는 말이지만, 날씨도 안좋아져서.... 괜히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게 나 혼자였으면 어찌어찌 의미를 부여해서 마음을 부여잡고 나아갈 수 있는데,

아무래도 친구랑 함께였던게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하고 실패에 더 가깝게 한 것 같다.

 

 

날씨....

파도가 아주 해안 절벽을 잡아먹으려고 하더라.

 

 

종교 기념비도 있었고.

 

 

우리 외에도 몇명 더 돌고 있었는데, 다들 고생이 많았다. 어휴.

 

 

물안개 진짜 어떡하니....

하늘 진짜 어떡하니...

 

 

그나마 몇개 있던 안내판의 랜드마크도....

딱히 인상적이지가 않다.

 

18코스 진짜 비추다.

아니, 날씨가 이래서 그랬던건가;;;;

 

 

18코스에서 날씨가 우중충해진 후 가장 좋았던 순간.

고양이가 커여운건 둘째치고, 보자마자 도망가지 않아서 계속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쓰다듬으려고 손을 내밀었더니 도망가긴 했는데...

아아 귀여워. 고양이키우고 싶어. 

 

 

고양이 먹이라도 가지고 다닐껄 ㅠㅠㅠㅠ

먹이 뜯어줬으면 백방 다가왔을텐데.

 

 

지루한 길의 끝이 다가온다.

 

 

저 멀리 쌓아 올려진 돌탑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 저 멀리 보이는게 연북정. 유배지이다.

북쪽에서 올 희소식을 기다리는 곳이라서 '연북정'.

 

 

에효. 빨리 끝내자.

친구랑 말없이 앞으로만 갔다.

분위기 안좋았다.

 

 

마지막 간세가 보인다.

드디어 끝이구나. 

 

 

이미 어떤 사람이 간세에서 도장을 찍고 있었다.

우리 앞에 사람이 있었던가?

혹시 19코스를 끝낸거냐고 물어봤더니, 18코스를 끝낸거라고 하시더라.

?????? 

에효... 뭐 그쪽도 오늘 하루 고생이 많았겠수다.

 

 

에효........ 한숨만 나왔던 하루다.

사실 18코스는 포스팅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느낀점이 없던 코스였다.

오히려 11코스의 허망한 느낌보다도 허망한 이른바 無의 느낌이었다.

진짜 억지로 돌았다. 아오.

 

 

사실 전날 친구가 18코스를 돌자고 했을 때, 종료지점에서 가까운 함덕해수욕장에 같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곳의 까페 델문도에서 해변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

근데 오늘 말고. 하필 이런 날 말고. 나중에 가기로 하자.

 

 

날이 흐림을 넘어 어둑어둑해졌다.

바람은 계속 거셌다. 역시 삼다도. 

 

친구가 걍 스타벅스 가자고 해서 스타벅스로 갔다.

근데 이게 좀 의미가 있었던게... 난 제주 스타벅스에서 제주메뉴를 따로 파는 줄은 몰랐음.

 

저거 까만거 먹었는데, 흑임자 맛이 나는게 달달하니 매우 좋더라.

 

함께 해서 빡쳤었고 다시는 만날일 없길 바란다. 올레길 18코스야.

코스도 넘버도 18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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