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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이민 과정/3. 외노자생활

[캐나다 외노자19] 탈출각이 뜨고 있다.

아스라이39 2021. 12. 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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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큐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처음 했던 것은 2021년 5월이었다.

2021년 4월 초에 근무를 시작했으니, 불과 한달만에 런각을 잰건데, 그 때는 코로나로 인한 근무시간의 변동이 커서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MITT시절 실습을 했던 The Forks에서 티오가 생겼다고 연락까지 왔었지.

하지만 이제 막 사사큐에서의 근무를 시작한 입장에서, 너무 이르게 움직이는 것은 경거망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게다가 위니펙에서 와보우덴으로 이동한 것도 시기상조여서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상황도 곧 나아졌고 나는 현재, 2021년 11월 말까지 사사큐에서 근무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 때 사사큐를 그만두고 The Forks로 복귀하는 것이 나의 이민기에 베스트 옵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모든 것을 알게 된 후에 깨닫는 것일 뿐, 크게 의미있는 후회는 아니다.

 

두번째로 도망쳐야한다고 느꼈던 때는 8월 말인가... 그랬을거다.

8월 초에 코드레드로 인한 셧다운이 발동. 또다시 손님은 0에 수렴하며 시간이 남아돌았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 손님이 많졌고, 상황은 바쁘게 돌아갔다.

여기서 문제는 슈퍼바이저이자, 고용주 스티브의 아들인 폴리.

제대로 된 오더를 내리지 않았다.

방청소를 하는데도 방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노는 방을 만들고, 나에게 제대로 된 업무를 주지 않았다.

3주동안 제대로 된 오더를 내린 것은 3일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 때 또다시 The Forks에서 연락이 왔다.

쉬프트가 비어. 오지 않을래?

....

이 때 역시 옮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역시 난 떠나지 않았는데, 이전에 이미 계속 사사큐에 남을 이유가 생겼었기 때문이었다.

 

여름 성수기가 오기 전. 5월인가 6월이었을거다.

나의 고용주 스티브가 새벽에 엄청 큰 지게차를 운전하며 땅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스티브는 차로 1시간 걸리는 톰슨에 본업을 하기 위해 갔다.

그걸 본 나는 사사큐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한국에서 근면성과 하드워킹은 높은 가치를 품고 있다.

그리고 나의 고용주가 근면성과 하드워킹을 겸비한 사람이라면, 믿고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스티브는 수십년간 한 회사의 수장으로 있어서 그런지, 나를 직원으로서 잘 다뤘다.

분명 다혈질인건 맞는데, 금새 스스로를 쿨다운시키고 나의 실수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다만, 다시 실수를 하지 않게끔만 말하고 뒤끝없이 돌아선다.

여러모로 스티브는 나은 사람이고, 내가 사사큐에 아직도 있는 이유는 오로지 그때문인 것 같다.

 

반면, 그의 아들 폴리는 음... 문제가 좀 있다.

뭔 문제만 생기면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데, 그건 슈퍼바이저나 매니저로서 할 일은 아니지.

일례로 최근 굉장히 바빴는데, 손님이 식당 테이블이 더럽다고 컴플레인을 건다.

폴리는 바로 나를 나무랐고, 나는 '내가 한거 아냐'라고 말했다. 내가 안닦았어. 그리고 시간남으면 너가 체크했어야지. 너가 관리자잖아.

한두달 전에는 본인이 개인 빨래를 잃어버려놓고 나를 탓한다.

니 빨래를 잃어버린게 도대체 왜 내 탓인건데?

그 전에도 계속되는 오더미스로 나를 열받게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폴리를 전혀 리스펙하지 않는다.

그냥 폴리는 아침식사 준비직원 겸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라 인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폴리와의 대치는 피할 수 없다.

나는 그를 일꾼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바쁠 때 그가 돕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는 그 스스로를 관리자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허드렛일은 하지 않으려든다. 아, 쓰레기 모은 것은 그가 전담하여 쓰레기장으로 치우긴 하는데, 이거 하나는 고맙긴 하다.

... 딱 이거 하나 고맙다. 이것만 보도 그는 이미 슈퍼바이저나 매니저로서의 자격 상실이다.

 

최근 근무시간으로 인해 좀 빡쳤었다.

그래서 머릿속에 '탈출각'이 섰다.

지난 달, 그러니까 10월에 1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한달동안의 한가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4주동안 벌어들인 돈은 500불남짓밖에 안됐다.

그리고 최근 1주일동안 개 빡세게 일했다. 

7시간, 11시간, 8시간, 11시간, 6.5시간, 11시간 뭐 이런 식으로...

평소에 1주일에 10시간씩 일하다가 하루에 10시간을 일하려고 하니,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몸과 마음이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주일동안 했던 일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단체손님 두팀이 왔었는데, 그들이 너무 시설을 막썼기 때문이었다.

애기들이 많아서 그러려니 싶다가도, 이건 그들의 품행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한 손님들이었다.

 

저녁식사는 티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엄청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를 따르면 저녁일정은 어느정도 순탄히 해결할 수 있다.

아주 다행인 일이다. 오히려 그녀야말로 관리직에 어울린다.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는 폴리가 담당했다.

다만, 폴리와 대놓고 감정을 드러냈던 적이 생겼었는데, 내가 바빠 죽겠는데 자꾸 본인 편하려고 날 이용해먹으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오더.

그냥 셀프로 손님들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점심에 오더를 받게 시키는 것이었다.

생각이 있다면, 바빠죽을 것 같은 시기에 사람은 적은데, 할거리를 더 만들어내진 않겠지.

이래저래 이새ㄲ는 관리자로서 자격 상실이다.

여튼 내가 ㅈㄴ 하기 싫은 티 내니까, 꺼져버려! 집에 가! 이러기에 바로 그 자리에서 나왔다.

미친놈. 가긴 어딜가. 방치워야되고, 냉동실 정리도 해야되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폴리는 본인이 매니저니까 날 어떻게 해서든 이용하려고 드는데, 난 폴리를 그냥 일개 일꾼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해프닝이었다.

그리고 내가 탈출각을 재는 가장 큰 이유가 얘다. 폴리.

 

난 여기서 일할 필요가 없다.

MPNP가 아니라 Tr to Pr이라는 사기급 프로그램에 승선한 이상, 굳이 한 업소에 연연할 필요없이 근무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스티브와의 의리를 위해 남아있었고, 폴리는 그러한 내 마음을 계속 깎아내려 탈출각을 재도록 만들었다.

물론 무례한 손님들의 행태도 날 지치게 하긴 했지만 뭐... 그거야 돈을 벌기 위함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폴리 넌 그러면 안되지.

 

스티브가 나에게 언제까지 여기서 일할건지 물어봤다.

오... 항상 술에 취해 물어보던 거였는데, 맨정신으로 물어보니 나도 생각있게 응답했다.

영주권 따고 한달 더 일하고 나갈거야.

스티브는 살짝 표정이 굳더니, 내가 나갈 때 두명은 있어야한다고 말하더라.

난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난 3월이 되기 전에 여기서 뜰 생각이다. 일꾼이 몇명이 있든 무조건 뜰 생각이다.

그리고 두달정도 한국에 있다가 다시 돌아와 내 삶을 시작해야지.

아, 물론 내년 초에 영주권을 딸 수 있다면 하는 이야기이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사사큐에 있고 싶다.

내가 영주권은 여기서 따고 나가자.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튼 지금은 12월 한달동안의 휴가를 나와 위니펙 한인가정에 머물고 있다.

1월 7일에 복귀하겠다고 했는데, 내년 1월내로 영주권이 나오고, 스티브엑 노티스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팔다리가 쑤시고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자유로운 시간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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