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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영주권 Life/1. 알버타 북부에서의 삶

[에드먼턴19] 직장 동료의 은퇴식.

아스라이39 2023. 7. 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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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동료가 은퇴했다.

우리 호텔에서 은퇴한게 아니라, 아예 은퇴하고 이제부터 연금받고 사는가보다.

부러웠다.

우리 호텔에서 거의 15년인가 일했다고 하던데,

새로 들어온 대만친구는, 어떻게 여기서 그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던건지 놀라워한다.

 

 

은퇴 파티에 대한 건은 이미 지난 달에 공표했었다.

확실히 이직이나 일반퇴직이 아니라 은퇴를 위한 퇴직이었던지라 대우가 남다르더라.

 

 

타부서에서도 많이 와서 은퇴를 축하해주었다.

모르는 얼굴들도 있던데, 아마 이전에 이곳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은퇴하려면.... 여기서 적어도 27년정도는 더 일해야겠지?

하우스키퍼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GM도 와서 축하 연설을 해주었고,

선물 증정식이나, 다른 슈퍼바이저의 헌사도 있었다.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나의 목적은 먹을거리.

뭔 만두 튀김 부스러기가 나오던데, 안타깝게도 저게 제일 맛있었던게 함정.

캐나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모사도 나왔다.

처음 먹어보는데, 속이 만두같은 속이 아니라, 차라리 프로기같은 으깬 감자나 고구마같은 속이더라.

확실히 호텔 스콘은 달랐다.

나 스콘 퍽퍽해서 되게 싫어하는데, 여기서 먹은 스콘은 음... 부드럽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딱딱하지 않아서 식감이 좋았다.

다른 동료들은 샴페인같은 술을 한잔씩 하던데, 난 그냥 물이랑 사과주스 선에서 멈췄다.

내일 일해야 하는데, 흠.... 조금이라도 힘빠지는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요새 부서 분위기는 안좋은 것 같다.

침울한 정도는 아니지만, 캐나다데이 때의 후유증으로 모두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나도 어제랑 그제 휴일이라서 오늘 힘이 좀 남았던거지,

엊그제 일할 때에는 진짜 죽겠더라.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겨우겨우 시간내로 아슬아슬하게 완료했었다.

 

같은 층에서 일하는 동료는 오전에 울었던 것 같다.

멕시코 출신의 이 친구는 본국에서는 건설현장 수퍼바이저로 지시를 내리는 입장이었다.

근데 요새 본인 일하는게 스스로가 서러운가보더라.

사실 이 친구는 일머리도 좋고, 손도 빨라서 에이스로 눈여겨보고 있던 친구였다.

특히 운좋게도 같은 층에 배정받아서 앞으로 딱히 걱정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관리자 애들도 얘한테 푸쉬를 좀 넣는 것 같다. 어짜피 일 잘하는 애니까... 이런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일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더라.

오늘 역시 거기에 더하여 부담스러웠는지,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복받쳐오른 것 같다.

다행히 3일 연휴를 만들어 일단 쉬기로 했다. 얘 표정이 밝아진게 다행이지 싶었다.

 

ㅈㄴ 이해간다.

남에게 도움 안받고 혼자 끝내고 싶은거.

능력으로 밉보이고 싶지 않아 시간내로 끝내고 싶은거.

근데 관리자들이 내 능력 한계치까지 쉬프트를 짜서 주는거.

얘가 왜 이렇게 스스로 무너졌는지 나 역시 이해가 간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나 역시 여기서 근무하기 시작하며 트레이닝을 받을 때, 트레이너한테 물어봤던게 이거였다.

내가 만약에 주어진 쉬프트를 못끝내면 어떻게 되는거야??

연장근무를 하는거야? 아니면 거기서 딱 끝내고 집에 가는거야?

트레이너는, 다른 누군가가 도와줄테니 걱정말라며, 누가 도와줄 여건이 안되면 딱 거기서 멈추고 집에 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의 부담이 좀 줄어들긴 했었다.

그래도 나 역시 시간내로 혼자 내 쉬프트를 끝내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다.

 

아까 이 멕시코 애가 자기나라에서 일하고 싶다고 넌지시 말하던데...

대만 애도 며칠 전에 일본에서 일했을 때가 그립다고 말한다.

근데 니네들... 그거 알지?

여기가 힘들긴 한데... 그렇다고 포기하면 상황이 더 안좋아질 확률이 높은거.

일본이나 멕시코보다는 캐나다에서 사는게 훨씬 유리할거라는거 말이야.

 

오늘 은퇴식을 보며 쟤들도 조만간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흠....

모르겄다. 나도 여기서 얼마나 일할 수 있을지 모르는걸 뭐.

여튼 이번 주말도 무사히 넘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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