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향하던 새벽. 기차가 서서히 속도를 늦춘다. 국경이다. 멈춘 기차 안으로 다수의 이민관들이 탑승객들의 여권 및 비자를 확인한다. 나의 여권을 본 이민관이 나에게 비자를 요구한다. '난 싸우스 코리안이야. 소치올림픽 후부터 비자 없어도 돼'. 이민관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본인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별 제재없이 나에게 여권을 넘기고는 한동안 있던 작은 소란을 끝낸 후, 기차는 다시 겨울나라를 달린다. 러시아. 이건 뭐.... 2011년때의 여행레벨 1이었을 때나 두려움의 대상이었지, 이때 쯤의 나에게는 러시아횡단따위는 그저 약과에 지나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2011년에 만약 러시아를 횡단하게 된다면 모스크바를 그냥 패스할 생각을 했었다. 인종차별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