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뭐 어떻게든 삽니다.

In Canada.

인생퀘스트/2019 제주 올레길 완주

[제주 올레길 22] 올레길 16코스(반나절). 고내포구 -항파두리 코스모스 정자 - 광령1리 사무소. 항몽 유적지가 하이라이트. 친절한 현지인들이 많던 정감있던 길.

아스라이39 2021. 3. 23. 00:16
반응형

나쁘지 않고 무난했던 올레길.

항몽 유적지가 인상적이었다.

친절한 현지인들이 많던 16코스.

 

소요시간 : 07:05 ~ 11:00 (3시간)

길이 : 15.8km

 

 

"바다에 이른 용암은 때로 주상절리가 되고 빌레가 되며 도구리도 된다.

고내에서 구엄에 이르는 바닷길을 따라 용암이 빚은 절경을 만난다.

소금을 끓여내던 구엄의 빌레에는 흰 소금기가 햇비에 빛난다.

잔잔한 저수지와 호젓한 숲, 옛 토성 항파두리도 지난다."

 

별로 부담감이 없는 코스였다.

맑은 날 돌았다면 A급 코스였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내가 돌았던 2019년 12월 18일엔 흐렸다.

 

이게... 매너리즘은 아닌데.. 익숙해졌다고 해야하나? 

흐음... 분명 나쁘진 않은 아름다운 코스였는데...

이제는 딱히 대자연이나 볼거리를 생각같은걸 하지 않고 그냥 돌고 있었다.

그냥 수동적으로 스탬프를 받으러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매력포인트는 항몽유적지.

국내여행지 중에서도 생소했던 곳이라 더 새롭고 역사적으로도 뜻깊은 곳이었다.

 

 

아침에 무지막지하게 추웠다. 미친 추위였다.

아무리 따듯한 제주라고 하지만 12월도 중순이 지나가니 겨울이긴 겨울이었다.

올레길 16코스 시작점의 CU에서 따뜻한 커피를 사서 손난로겸 가지고 다녔다.

 

 

날이 흐려서... 그리고 아직 해가 완연하게 뜨지 않아서 풍경이 우중충했다.

날 좋을 때 왔으면 멋질 것 같은 해안도로가 이어졌다.

 

 

하귀 애월 해안도로에 있는 포세이돈 얼굴.

 

"어느날 바다의신 포세이돈은 아름다운 애월읍 고내리 바다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의 형 제우스에게 부탁하여 제주로 가는 구름을 타고 제주도에 오게 됐는데

......아름다움에 취해 발을 떼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놓치게 되고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까하여 북태평양 을 바라보고 있다."

 

...................................뭐지 이 스펙타클 정신나간 이야기는...

근데 진짜 포세이돈 얼굴 있다.

이게 왜 진짜임?

 

 

나름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이 환해져갔다.

그래도 여전히 구름은.....

 

 

오오 이거 좋다. 

제주 배 테우 실제사이즈 모형.

 

그러고보니 올레길을 돌며 제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테우가 뭔지도 딱 보면 알고말이지.

 

 

사실 오전에 진짜 힘들어 디지는 줄 알았다.

이때 올레-한라산-추자도의 삼단콤보를 끝낸 후의 트레킹이라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발목부근부터 종아리 끝쪽까지 힘이 안들어가는 느낌으로 아팠는데, 이게 오전시간 내내 지속됐다.

게다가..... 나중에 언덕도 나오는데, 와아... 진짜 울고싶더라.

 

어쨌든 앞으로 갔다.

지지부진하다가 하루 두 코스를 못 돌 수는 없다!

 

 

방사탑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

그동안 하루방만큼 방사탑도 많이 본 것 같다.

 

올. 고래전망대라... 고래 출몰하나?

 

 

 

16코스 초반에 편의점 및 화장실같은 편의시설이 많다.

제주시와 가까운 해안도로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나보다.

해안도로가 끝나고 내륙으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편의점과 화장실은 꾸준히 나왔다.

 

중간중간 가끔 하늘의 구름에 구멍이 뚫려 환한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파도는 진짜..... 어휴. 초지일관으로 주구장창 사납게, 매섭게 몰아치더라.

 

 

오호. 거북등처럼 기묘하게 갈라진 돌.. '빌레'를 지나치고.

 

 

특이하고 이상한게 나왔다.

처음 봤을 때 저게 뭔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저것은 구엄리의 돌염전. 옛날에 사람들이 소금을 저렇게 만들었댄다.

 

신기방기.

진흙으로 둘러친게 이색적이네.

 

 

...?????

나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올레길 16코스 수산봉>

내륙으로 들어와서 수산봉에 도달한다.

그리고 결국 올라가다가 주저앉았다.

처음으로 주저앉았다.

힘들어서 앉아 쉴 때는 있었지만, 더 이상 걷질 못해서 말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것은 올레길, 둘레길, 등산 모든 트래킹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나는 오늘 하루 디졌음을 직감했다.

진짜 상태 심각했다.

 

그래도 뭐... 몇분 앉았다 일어나니 훨씬 낫더라.

그렇다고 포기하랴.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계속 간다.

 

 

어쨌든 정상까지 올라옴.

정상에는 화장실이 있는데 엔간하면 패스하자. 

 

 

수산봉 아래의 수산 저수지.

길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니 지도앱을 보면서 이동했다.

음... 수산저수지는 별로였다. 13코스 용수저수지는 꽤 괜찮았는데...

 

 

왜 이름이 희망의 다리일까. 나에겐 절망밖에 없었는데..

 

 

웬지.... 올레길 도는 사람이 훔쳐먹고 버린 것 같은 귤껍질이 길가 귤나무 아래에 있었다.

.............아니길 비는데... 킹리적 갓심이 자꾸 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말 목장도 지나간다.

말들이 전부 그냥 가만~히 서있었는데, 추워서 그런건가?

 

 

여기는 예원동이라는 곳이다.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다.

 

지나가시던 동네 할머니께 안녕하세요~ 했다고 귤주시는 정겨운 사람들~

이게 ㅋㅋㅋ 16코스의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코스 말미에도 역시 동네 할아버지께서 인사했다고 말도 걸어주시고 귤도 가져가라고 하셨다.

아니, 내 경험으로는 제주에 무례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정상인데...

어르신들은 왜이리 친절하신건가요, 사람 감동받게 ㅠㅠㅠㅠ

 

 

클린 하우스가 보여서...

이미 차가워진 손난로를 까서 카페인을 충전했다.

 

 

아니 ㅋㅋㅋㅋ 뭔 둔덕이 이렇게 반듯하나 싶더니만 토성이었다.

항파두리 토성.

 

 

저 곳은 항몽 유적지.

 

 

삼별초의 최후 항전지이다.

꽤 의미있었고.... 좋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누가 제주 여행을 할 때 삼별초를 떠올리겠는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제주를 둘러싸고 있는 환해장성도 삼별초와 관련은 있지 참;;;

 

 

와오... 여기서 근무하면 개 꿀이겠다.

 

여기서 좀 초조했다.

이 쯤에 중간스탬프가 있어야하는데 왜 없지?

놓쳤나? 아까 토성쪽에 있던거였나?

 

 

16코스 중간스탬프는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지난 후 나온다.

초조해하지 말자!

 

 

토성 위로 노루가 뛰어놀고 있었다.

아니, 사슴인가? 고라니인가?

귀를 보니 고라니는 아닌 것 같구 노루가 맞는 것 같다.

 

 

종점인 광양리에 왔다. 

다리도 아팠고 천천히 왔는데도 시간이 4시간밖에 안걸렸어!!! 뭐냐 이거!!!!!

 

 

모르겠고. 기쁜 마음으로 도장 찍었다.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은 주민센터같은데, 화장실도 있다.

 

 

화장실 가던 중,

 

 

친 인간적인 개냥이를 만나 쓰다듬고 해줬다.

아 진짜 고양이먹이를 가지고 다녔어야 했나;;;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애들한테는 이거저거 먹여주고 싶은데 ㅠㅠㅠㅠㅠ

 

 

반대로 날 경계하고 도망치는 녀석들도 몇몇 있었다.

그래;;; 니들이 그게 정상이긴 하지;;;

 

 

한쪽에 걸려있던 올레길 지도.

바로 오후에 돈 17코스는 16코스보다는 쬐끔 더 길긴 하지만...

16코스가 워낙 일찍 끝나서, 17코스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다.

 

다행히 그새 발목은 어느새 완전 괜찮아졌고,

구름은 여전히 많았지만 온도가 많이 올라서 트레킹하기 상당히 좋은 날씨가 되었다.

 

고양이를 몇번 더 쓰다듬은 후 17코스에 진입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