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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작품리뷰

[명작애니] '원령공주(1997)' 리뷰. 살면서 두번째로 재밌게 본 작품.

아스라이39 2022. 10. 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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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목은 모노노케 히메. 도깨비 공주라는 뜻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령공주'라는 제목으로 유통되었고, 이것도 어감이 나쁘지 않다.

원령공주는 이미 유명세를 떨칠대로 떨칠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제작되었고,

원령공주라는 이름 역시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미 25년이나 된 고전작품이지만, 여전히 재개봉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명작이다.

개인적으로 살면서 두번째로 재미있게 봤고, 매우 완벽했던 일본 애니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살면서 가장 재밌게 본 애니는 바람의 검심 추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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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령공주는 내가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접했던 비수입산 일본애니메이션이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일본과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고,

국내 수입이 막힌 작품들은 암암리에 불법 복제 비디오로 유통되고 있었다.

당시 형이 친구에게서 빌려온 비디오에 원령공주가 있었고, 그걸 보고 내가 겪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30대 후반으로 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가끔 인상깊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지브리 애니나 일본 애니를 떠나서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모든 애니를 통틀어도 탑급으로 완벽하고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는 내 인생에서 이 작품이 본격적인 일본애니에서의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이 이 작품을 최고라고 여기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으로서 이런 작품을 만들고 죽는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령공주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었다.

지금 길게 사족을 늘어놓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서쪽에서 온 저주.

 

일본 동부에 사는 아시타카는 원래 부족을 계승하여 이어나가야 했을 청년이었다.

하지만 재앙신으로 불리우는 괴물이 이들의 마을을 습격하였고, 아시타카는 재앙신을 물리치는 와중 오른쪽 팔을 잡혀 저주에 걸리게 된다.

저주는 살과 뼈를 썪게 하여 아시타카를 죽음으로 몰아넣을테고, 아시타카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저주를 풀기 위해 재앙신이 왔음으로 추측되는 서쪽으로 향한다. 재앙신 몸속에 있던, 이 멧돼지에게 고통을 주어 재앙신으로 만들었던 일그러진 총탄을 가지고.

 

고퀄리티의 옛날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영상미에 추억이 돋아났다.

 

아시타카는 들개일족의 습격을 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제철소 마을의 주민들을 돕게 되고,

그들의 마을에서 잠시 머물게 된다.

그리고 숲을 침범하여 재앙신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이 마을의 리더 '에보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저주받아 죽게 생겼는데 쳐 웃고있는 에보시

 

- 들개의 딸.

 

그러던 중 들개일족은 숲을 망치는 제철소로 기습한다.

제철소 내부로 단독 돌진하는건 아시타카가 제철소 주민들을 도울때 우연히 마주쳤던 인간소녀. 원령공주였다.

아시타카는 이 둘의 대립을 답답해하며 두고 볼 수 없었고,

상황을 제압한 후 원령공주 '산'을 데리고 마을에서 떠난다.

 

 

그리고 뭐 여느 작품에서 그렇듯 서로 도우며 둘 사이에서는 연애감정이 싹트게 되고, 맞닥뜨린 위기에 대처하며 극적으로 해결하는 그런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전개가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도 많다.

 

-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대한 딜레마.

 

원령공주의 슬로건은 '살아라'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 이 작품의 가장 큰 주제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다.

뭐 현대사회에서도 민감한 주제이다. 자연인가 발전인가.

 

제철소마을은 산의 나무를 베고 불태워 숲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번창한다.

인류가 원시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자연훼손은 필연적일테지만,

어쨌든 이들의 침범은 숲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무고한 존재들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괴롭혔다.

결국 동물들과 제철소 마을 사람들은 전면전에 치달았고, 무수히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에 산과 아시타카가 맺어지는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결국은 인간이 나쁜놈.

 

여튼 결과야 좋게 끝났지만, 결국 이들의 만행은 재앙신을 만들어 아시타카라는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에보시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보는 이들을 빡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더불어살며 성장해온 아시타카는 그저 복수만을 생각하지 않는 호연지기를 보이며 마을과 숲의 공생과 화해를 지향한다.

이래서 인성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작품 내에서 아시타카는 숲과 마을이 공생할 순 없는건지 에보시에게 의문을 던진다.

 

 

사슴신을 잡으려는 이유는 군주의 영생에 대한 근거없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숲을 침범해서라도 마을을 번창시키려는 에보시.

무수한 숲의 피해자를 만들어냈음에도 너무나도 즐겁게 사는 마을 주민들.

 

남의 고통과 피해를 외면하는 인간의 욕심다소 불편한 장면이었다.

이러한 불편함은 시청자를 대신하여, 아시타카의 감정과 표정을 통해 작품 내에서 고스란히 표출된다. 

 

- 이게 다 에보시 때문.

 

에보시는 제철소 마을의 유능한 여성리더다.

제철소를 노리는 외세 세력들을 견제하고 물리치며 숲의 확장도 늦추지 않는다.

마을사람들은 안정적으로 생활하게 되고 칭송받는다.

사실 에보시도 사슴신을 잡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계속 방해하는 일당을 일망타진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강한 군주.

체자레의 군주론이 생각나는 리더상이다.

 

하지만 오만하고 독선적이기 그지없다.

본인으로 인해 무고하게 피해입은 자가 찾아왔음에도 쳐 웃으면서 태연히 맞이하는 인간성에,

저주 풀어줄 것도 아니면서 지 밑에서 일하라고 하고...

본진이 빈집털이 당하는 순간에도 돌아가지 않고 사슴신을 없애려는건 뭐, 어찌보면 리더로서 추진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일의 자행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에 반하는 일이었다.

제작할 때 에보시를 죽이는 걸로 결말지으려 했다가 팔만 하나 잘라먹는 것으로 채택되었다는데, 그냥 죽여도 됐을 듯.

 

 

조만간 샹크스당할걸 모르고 신 잡을 생각에 좋아 죽는 에보시.

 

- 수려한 액션.

 

액션씬이 훌륭하다.

이건 아예 처음에 재앙신을 잡는 부분에서부터 압도적으로 들어간다.

이외에도 제철소로 향하는 산의 단독돌파씬이나

멧돼지와의 결전 등 흠잡을데 없는 장면들이다.

이런걸 보면 왜 90년대의 일본애니 시장이 과거의 영광이라 그리워하는지 알 것도 같다.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잡어.

- 재미있는 사실들.

 

은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치히로의 조상이라고 한다.

근데 아시타카가 조상이라는 말은 없다.

불편하다.

마지막에 둘은 같이 살지는 않지만, 간간이 만나는 형태의 혼인을 하게 된다.

이는 '가요이콘'이라고 하는 일본에서는 있는 개념의 혼인형태인 것 같다.

 

출처 - 네이버 검색
둘이 이어지지만, 인간을 혐오하는 산은 마을에서 살아갈 수 없다.

 

 

마지막에 나오는 정령은 나중에 이웃집 토토로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거.

우리나라에서 2003년에 원령공주가 상영했을 때, 상영등급은 무려 전체관람가였다.

피가 낭자하고 팔이 썰리는 이 참혹한 현장이 전체관람가라니.

 

이외에도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링크해왔으니, 깊이 관심있는 사람들은 아래 영상을 클릭하도록 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gsQIauyTbfA

참고로 이 영상의 썸네일은 훼이크다.

 

 

원령공주는 흠잡을데 없는 명작중의 명작이다.

살면서 그래도 꼭 관람해야 할만한 작품들이 몇개 있는데, 원령공주도 그 중에 하나다.

난 제발 이게 극장에서 재개봉하길 기다리는데,

현재 캐나다에서 사는 이상 이걸 극장에서 볼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근래 원령공주를 포함한 지브리 시리즈 4개를 극장에서 재개봉했던 것 같은데 매우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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