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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등대스탬프 투어 완료 (한시 이벤트)

[등대스탬프 투어1] 시작부터 1차 실패. 홍도등대 기상악화로 운항취소. 본의 아니게 목포여행

아스라이39 2021. 4. 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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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포스팅이다.

그러므로 도움이 안되는 포스팅일 것이다.

등대투어 정보습득에 1도 보탬이 안될, 2019년에 있었던 나의 씁쓸한 경험이다.

 

2019년 10월 중순.

아직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은 때.

등대 스탬프 투어의 1차 목적지로 전라도 목포쪽에 있는 '홍도등대'에 도전했다.

그리고 개쳐발렸다.

배가 안 뜰 줄이야.

 

갑자기 부는 광풍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날려서 멘탈이 꽤 많이 깨졌었다.

 

목포가 집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도등대를 1차 목적지로 잡은 이유는 스탬프북인 '등대여권'때문이었다.

당시 그 어느 곳에서도 잔여 등대여권을 가지고 있는 등대가 없었고, 유일하게 홍도등대만이 재고를 비축하고 있었다.

그만큼 홍도등대가 인기없고 험난한 여정이라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음.. 그래도 개인적으로 목포여행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군대를 목포에서 나왔던지라 11년만에 오는 이 낯선 동네는 나에게 짙은 향수를 내뿜고 있었다.

와아... 세상에 바뀐게 없냐....

아니, 지도앱으로 검색해보면 바뀐게 많게 보였는데, 터미널 근처는 11년전을 꼭 빼닮았네.

 

 

저 빠리바게트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다.

간판색이 말래주고 있기도 하지만, 11년전에도 건재했었다.

 

 

복귀하기 전에 들러서 최후의 만찬을 즐기곤 했던 코바코.

11년전에는 세련되고 비싸며 있어보이는 집이었는데, 1년 반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많이 낡아 허름해져있었다.

하긴... 지금까지 있어준게 어디냐....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폐업상태였다.

나의 군시절 추억하나가 고스란히 날아갔지만, 등대투어로 인해 폐업전에 방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이 때에도 세가 기우는게 보였고... 많이 아쉬웠다.

내 추억의 그 집은 이렇게 허름한 배달위주의 가게가 아니었는데... 장사를 성의없이 하는 티도 나는 것 같았고...

아마 그 때부터 폐업은 예견되어있던건가?

 

2006~2007년에 복귀하기 전 추운날 어두울 때 들어가면 약간 노란빛이 돌던 조명과 사회의 자극적인 음식냄새가 황홀했었는데..

 

그렇게 실패한 등대투어에서 맛있는 군시절 추억 한조각을 바삭하게 즐기고 나왔다.

 

 

 

오오 근사하다. 목포연안 여객선터미널!

버스를 타고 여객터미널에 배편을 알아볼 겸 티켓을 구매하러 왔다.

여기 오면서 버스는... 내가 군시절 한자검정능력시험 3~2급을 땄던 목과대도 지나갔다.

고작 2년, 그것도 부대에 처박혀 지냈지만, 목포는 여러모로 추억이 많은 동네다.

 

 

터미널의 3층으로 올라가면 홍도가는 배를 예매할 수 있다.

홍도로 가는 배는 '동양고속훼리'와 '남해고속' 두군데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간은 둘다 거의 똑같은데, 서로 경쟁하면서 운영하는게 아니라, 서로 번갈아가면서 운하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동양고속훼리로 갔더니, 내일은 남해고속에서 배가 뜬다한다.

그리고 남해고속에서 들었다.

내일은 배가 뜰 수 없댄다. 갑자기 주의보? 경보? 그런게 와서 내일은 배가 뜰 수 없댄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 망했군.

 

 

걍 숙소 근처 동네 언덕 노적봉.

하룻밤 자고 다음날 홍도에 갈 생각이었고, 숙소를 예약해놨던지라 본의아니게 주제가 목포여행으로 바꼈다.

 

 

그리고 목포의 명물 새우바게트를 먹기 위해 코롬방제과를 찾아갔는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2019년 기준. 

 

 

 

새단장을 팍팍 한 티가 나는 새로운 상호의 베이커리로 날 인도해주더라.

 

 

매장에는 다른 빵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요 두 베스트셀러는 카운터에 쌓아두고 팔고 있었다.

그만큼 잘 나간다는거지~

 

좌측이 크림 치즈 바게트, 우측이 새우 바게트.

난 '크림 치즈 바게트'를 하나 샀다.

 

 

숙소에서.

와 이거 진짜 미친 완전 맛있다.

만들어진지 좀 된 것 같은데, 그럼 질깃하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다. 아마 크림치즈가 그런 질깃함을 없애버린 듯.

 

 

 

한 한시간정도 숙소에서 뒹굴거렸더니, 하늘이 맑게 개이는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남해고속에 배편 확인 전화를 해봤는데, 익일 아침배는 취소되었다고 확인사살을 해주었다. 하아.

 

 

그냥.. 착잡한 마음으로 목포 구시가지에 있는 '유달산'에 올랐다.

저 멀리 내 군시절의 메카 목방사가 보인다.

흐음... 군시절 저 건너편에서 이쪽의 불빛을 바라보며 사회에 대한 동경을 키워나갔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반대편에서 저곳을 바라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맛집으로 사전에 알아뒀던 중화루는 금일휴업.

아아 이럴수가.

 

 

한때는 인파가 붐볐겠지.

과거의 영광이 깃든 목포 '로데오 거리'.

황량한 목포 구시가지는 이미 신시가지에 밀려 아직 저녁시간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허망한 마음을 안고 잤다. 굿밤.

 

다음날 일어나 남해고속에 연락했더니 역시나 운항취소였다.

자리에 누워 머릿속을 정리하다가 8시 반쯤에 일어나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실패한 경험이긴하지만, 의미가 없지 않았다.

11년만에 온 목포는 반가움 그 자체였고, 덕분에 나의 군생활 중 사회의 즐거움이었던 코바코에서 한끼를 떼웠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다만.... 돈낭비 시간낭비 그리고 노력낭비를 했다는건 변함이 없는거지 ㅠ

 

버스를 타니 옆에서 딸까! 캔 따는 소리가 난다.

ㅋㅋㅋ 휴가때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도 맥주 한캔씩 먹고 잠들었었는데 ㅋㅋㅋ

주위를 둘러보니 수병 하나가 데미소다 사과맛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 추억이 몰려드는 실패여정이었다.

 

뭐 이건 과거의 기록.

결국 나는 홍도등대를 무사히 다녀오긴 한다.

다시 오는 여정은 1박 2일이 아닌 당일치기를 감행하였으며, 다행히 성공적으로 등대여권과 홍도등대 스탬프를 무사히 받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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