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Another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왜 이런 명작을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든 미스터리, 호러, 고어, 추리물이다.
물론 호러, 미스터리라는 비논리적이고 괴기스러운 현상들이 주를 이루므로, 추리 매니아들에게서는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는 평도 듣긴 하지만, 어느정도 내용의 개연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애니를 보며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불편한게 있다면, 고어스러운 사건들을 여감없이 보여줘서 잔인한 장면이 많다.
피튀기고 찔리고 베이고 사람죽는 내용이 싫은 사람들에게는 비추지만, 어나더는 개인적으로 명작 반열에 든다고 생각하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저주의 배경
어나더는 한 중학교의 저주에 관한 1998년의 이야기이다.
이 199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처럼 통신장비가 발달하지 않아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답답함을 표현한다.
저주의 개요는 이러하다.
1972년 '요미키타' 중학교 3학년 3반에서 미사키라는 한 아이가 죽었는데, 그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않은 반아이들과 선생님이 마치 미사키가 살아있는 것처럼 졸업때까지 생활했고, 그로인해 거의 매해 죽은자 한명이 3학년 3반에서 마치 산 사람처럼 지낸다는 내용이다.
지역을 넘어 모든 사람들은 이 저주의 영향을 받아 매해 3학년 3반에 나타나는 그 '죽은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기억이 조작되고, 그 죽은자로 인해 요미키타 중학교 3학년 3반의 아이들은 한달에 최소 한명씩 본인이나 가족들이 죽음을 맞게 된다.
이 저주를 파훼하는 방법으로 방 아이들 중 한명을 '죽은자'취급하는 것이 있다. 원래 없어야 할 죽은자 대신 아무나 한명을 죽은자 취급하여 반의 인원수를 맞춰 저주를 상쇄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안고 어나더는 시작된다.
스포없는 줄거리
극은 도쿄에서 살던 주인공 코이치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고향의 '요미야마키타' 중학교(요미키타라고 불림)로 전학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코이치는 스트레스성 기흉으로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시작되는데, 곧 전학갈 요미키타 중학교의 몇몇 친구들이 병문안을 온다.
그래. 차라리 이 때 모든 것을 말하고 시작했으면 쓸데없는 오해는 없었겠지만 그건 뭐 나중의 오해스러운 일.
'어나더'는 복선과 오해, 반전, 그리고 터무니없는 죽음이 많아서 내용이 복잡하고 빠르게 전개된다.
위 그림에서의 세명의 방문 역시 그런 오해와 복선의 떡밥이다.
'어나더'는 소설원작에 애니, 만화책판도 있는데, 내용이 굵게는 같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특히 제일 왼쪽의 '이즈미'라는 여자애는 소설에서는 쩌리중의 쩌리지만, 애니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제일 오른쪽 애는 '유카리'라는 애인데, 알 사람은 다 아는 우산이랑 그렇고 그런 친구다.
주인공은 병원에서 우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의 '미카미 메이'라는 애를 만난다.
'어나더'는 크게 6화를 기준으로 전반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의 내용은 과연 이 미카미라는 애가 사람인가 귀신인가 하는 내용이다.
미카미랑 이야기하고 있는 코이치.
이런 식으로 애매한 각도의 장면을 만들어 시청자들도 미카미가 과연 귀신인지 사람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어나더'전반부에서 가장 인상깊던 장면은 유카리가 미카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렉걸린 것처럼 '에? 에에?'하며 반응했을 때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싶은 궁금증을 만들어서 몰입하게 만든다. 연출 진짜 좋다.
반전으로 가득한 극의 후반부는 과연 누가 저주를 내리는 '죽은자'인가하는 내용인데, 반전이 다분하고 충격과 공포의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절대 나무위키 먼저 보고 시청하지 말자.
난 그래서... 그 경악스러운 장면을 그냥 그저 그런 마음으로 넘겼다.
그 해 저주를 없앨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게 된 3학년 3반 아이들이 죽은자를 찾아내기 위해 미쳐 날뛰며 반목하는 내용으로 극의 절정에 치닫게 되는데, 지루하지 않고 엔딩도 괜찮다.
깔끔한 오리지널 스토리.
어나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애니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많이 넣었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끼리 물놀이를 하러 가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원작에는 없는 에피소드라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극의 몰입감을 방해하고 분위기가 일관되지 않아 혹평을 듣는 에피소드라고 한다.
하지만 그 외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훌륭하다.
강철의 연금술사나 GTO같이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을 기반으로 만든 애니에서는 말미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급조된 오리지널 스토리는 허접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그렇게 가장 피를 본 케이스가 '왕좌의 게임'이었지. 용두사미의 절정.
하지만, 어나더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완벽히 원작에 스며들어 위화감이나 불편함이 전혀 없다.
특히 OVA 0화인 본편 이전의 이야기도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본편으로 이어짐에 있어서 어떠한 위화감도 없이 잘 만들어진 오리지널 작품이다.
음향, 분위기, 성우의 완벽한 조합.
하지만 어나더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음향과 분위기, 성우 등 완벽한 조합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두운 배경과 날씨, 그리고 암울한 캐릭터들의 목소리나 표정. 하이라이트로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에 어울리게 깔리는 BGM은 이 미스터리하고 호러스러운 작품을 더 괴기스럽게 만들어준다.
약 10년 정도 된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세월이 무색할만큼 몰입하여 시청했다.
한명한명 공을 들여 개성있게 만든 캐릭터들도 매력이 있었고, 예상치 못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들도 극의 속도를 높여 몰입감있게 만든다.
한번 더 언급하자면,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보기 불편한 애니일 것이다.
그리고 '어나더'는 '호러'라는 특성상 보편적을 인기있기도 힘든 작품이다.
하지만 잘만들어진 명작인 만큼, 한번 쯤 감상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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