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몰입감있게 감상했다.
DP. Deserter Persuit.
탈영병잡는 헌병을 소재로 한 이 넷플릭스 시리즈는 웹툰을 소재로 한 6화짜리 영상이다.
분위기로 봐서는 시즌 2도 당연히 나올 듯 하고, 본 시리즈를 감상하는 6시간동안 꽤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재미있었다.
요새 하도 유튜브에서 자주 뜨길래 리뷰 영상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리뷰 영상을 보고, 또 보고... 그러다가 결국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도 불구하고 폰 데이터가 들어올 때를 노려 풀로 감상하기로 마음먹었었다.
6시간이 아깝지 않은 수작이었다.
DP는 암울한 시간을 보내던 청년 준호가 군입대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헌병으로 배치받고, 군에서 행해지는 가혹행위와 부조리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군에서는 그 표현수위가 높다고, 과장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긴 했으나, 실제 군생활을 해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내 부대가 저렇지 않았더라도 온갖 사람들이 랜덤으로 모이는 군대에서 저런 상황은 당연스레 벌어지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부사관과 장교의 방관'으로 합리화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저 사람들이 애쓴다고 절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진 않다만.
DP의 현실성은 국방부에서 DP의 과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로 다음날. 해군 강감찬 함에서 가혹행위로 수병 한명이 생을 달리한 사건으로 더욱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여튼 다시 DP 넷플릭스 시리즈로 돌아와서.
수많은 DP의 리뷰 글과 영상이 있으니, 그곳들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 기준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을 뽑아봤다.
내용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6화로 이루어져있으며, 각 회마다 스토리가 있는 옴니버스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5화와 6화는 이어진다.
"내무반 애들이랑 엮이지마. 남이야 남."
2회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았다.
주인공 준호가 아버지기수이자 같은 DP소속인 호열과 함께 뽀글이를 먹는 장면.
여기서 호열은 준호에게 내무반 애들이랑 엮이지 말라며 이야기하는데, 내가 선임한테 이 소리를 들었으면 정말 기뻤을 것 같다.
"실망하지 않는거"
그리고 마찬가지로 2화에서 호열이 하는 말.
되짚어보면 한호열은 선임으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괜찮은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DP를 쭉 보면서 배우들 모두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때 준호역을 맡은 정해인이 호열역을 맡은 구교환의 이야기를 듣고 시선을 아래로 꽂으며 머릿속에 되뇌이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조석봉같은 사람이 한둘이랴.
우리 부대에서도 가혹행위를 받고 날아와서 락스를 마신 수병이 하나 있었다.
군대는 그만큼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곳이다.
마지막에 정신줄마져 간당간당했던 조석봉.
사실 초반부터 조석봉의 변화는 예견되긴 했었다.
"우리는 애들 때리지 말자"
뭐 이랬었던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스토리상 반드시 애들을 때리겠다는 밑밥이었지.
계단씬은 유튜브 영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 뿐만 아니라 편집 및 연출도 훌륭했다.
5화 엔딩부분에서 그 어떠한 소리도 넣지 않은 것은 극중 긴장감을 훨씬 더 고조시켜준다.
탄복했다.
"바뀔 수도 있잖아."
연기 진짜 잘해...
호열의 표정과 다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바뀔 수도 있잖아.
안바뀐다.
호열도 알고 있겠지.
내 군시절때, 아직 일병도 안달았을 때부터 구타가 없어졌다.
분위기가 평화로운 분위기였고, 나 역시 그 평화를 깨진 않았다.
그리고 내가 전역한 후, 배에서 전입온 나보다 6개월 후임인 애가 내무실 분위기를 어질러놓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바뀐다. 군대는. 돌고 돌 뿐이지.
DP를 보면서 짜증났던 장면.
물론 동생을 보낸 누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말할만한 입장이겠지만.
"근데 왜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요?"
대충 이런 말을 하는데...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유튜브 및 블로그에서 리뷰를 찾아보면 엔딩에 관해서도 의견이 많더라.
마지막에 준호가 대열을 따라가지 않고 반대방향으로 뛰어가는 장면이었는데...
탈영이다, 다른 탈영병을 도우러 간다 등등의 의견이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준호는 '다른 군인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게 아닐까.
마지막의 역방향 질주는 다른 모든 병사들이 가는 길로 가지 않고, 즉 다른 병사들처럼 방관하지 않고 뭐라도 하겠다는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즌 2는 필연적일 것 같다.
일단 떡밥만 하더라도 한호열의 자상에 대해 흘러가듯 언급만 했을 뿐, 극의 흐름상 한호열을 찌를 탈영병과 대면할 것 같다.
그리고 작가는 조석봉을 결국 죽게 하지 않았다.
DP는 현실성이 높은 작품이다.
즉, 조석봉의 마지막 상황에서는 한장수를 쏴 죽이는 것도 괜찮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랬다면 조석봉은 완전한 매장을 당했겠지.
하지만 작가는 조석봉에게 자살을 시키도록 했고, 미수에 그치도록 했다.
이것은 나중에 조석봉이 다시 일어설 계기를 만들기 위한 떡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 DP.
두번이나 정주행했다.
그래도 이런 작품이 나오는게 우리나라 사회가 좀 더 좋아지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외 자본을 들여 제작하여 해외 플랫폼에서 송출하고, 무엇보다도 한회씩 오픈한게 아니라 6회 전부를 한꺼번에 오픈하여 군 및 정부의 제재를 피했다는 번거로운 과정이 붙지만, 어쨌든 DP는 대중들에게 유통되었고, 해외에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제일 좋아.
우리나라가 제일 안전해.
우린 착하고 완벽해.
따위의 선민주의 사상을 정말 싫어한다.
그리고 DP는 우리의 단점을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짚어준 현실적이고 가치있는 고마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그래도 군대는 안바뀌겠지만.
세상에 요즘은 병들끼리 '용사님 용사님'하면서 평등적으로 바꼈다고 들었는데, 강감찬함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뭐 우리 때랑 비스무리 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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