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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Canada.

캐나다 영주권 Life/1. 알버타 북부에서의 삶

[에드먼턴6] 개같이 멸망당한 나의 캐나다 초반빌드업. 발등에 불떨어짐.

아스라이39 2023. 4. 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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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했다.

일장춘몽이었다.

빠른 빌드업으로 향긋한 미래를 모색했던 나의 계획은 그저 머릿속 꽃밭으로 끝을 맺을 것 같다.

아아아아아아아 한탄이 나오는구만.

 

내가 에드먼턴에 온 이유는 FIFO. 즉, 플라이 인 플라이 아웃 Fly in Fly out 잡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FIFO잡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로 대신한다.

 

https://qkr33939.tistory.com/452

 

캐나다 Fly in Fly out(FIFO) 잡이란 무엇일까.

캐나다도 그렇고 호주도 그렇고 땅이 참 넓다. 그리고 그 넓은 땅에 비해 인구는 적다. 그 적은 인구는 일정 지역에만 편향적으로 몰려있고, 그로 인해 놀고 있는 땅이 많다. 우리는 이러한 곳을

qkr33939.tistory.com

 

광산과 오일샌드가 많은 알버타 북부는 에드먼턴에서 많은 사람들이 FIFO잡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잡들이 지금도 오가고 있다.

다만, 별다른 기술도 경력도 없는 나의 입장에서는, 북쪽의 캠프에서 하우스키핑일을 하길 고대했고,

그리고 실패했다.

 

두번의 인터뷰를 봤었다.

한곳은 최저시급의 그랜드 프레리행 공고였는데, 드러그 테스트날 내가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떨어져버렸다.

사실, 최저임금으로 장시간 일한다는 생각에 의욕이 안생겼던지라 아깝거나하진 않지만,

캐나다에 입국한지 두달이 넘는 시간동안 백수인걸 생각하면, 저거라도 했었어야했나 싶기도 하다.

 

두번째 회사는 어제 떨어졌다.

옐로나이프행 공고였는데, 시급도 괜찮았고, 나름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기대도 했었건만 떨어져버렸다.

 

인터뷰가 20분이나 됐으며, 마치 대기업과도 같은 고난이도의 질문이 쇄도했었다.

그냥 이 나라에서의 인터뷰는 '얘가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를 구분짓는 인터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했다가 개털렸다.

그래도 기대했었다.

결과 발표가 나기로한 월요일에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더라.

그래서 저녁 5시쯤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다음날 아침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로 했다고 정중한 거절 메일이 오더라.

허무했다.

 

그리고 이제 도망치는건 멈추기로 했다.

 

언제라도 날 고용한다면,바로 북부로 향하려고 일을 하고 있지 않았었다.

당연히 핑계지만, 나 나름대로 경험과 소신을 갖고 버텼던거다.

그냥 몇주 일하고 그만둘 직원은 누구라도 원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마니토바에서의 경험은 내가 바로 행동하면 나에게 올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걸 알았으니까.

경거망동이 아닌 진중함을 선택했는데, 결국은 현실도피였다.

 

여튼 지금 나는 북쪽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뭐... 시도는 계속 해볼테지만, 모르겠다.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지는.

 

어제 오늘 에드먼턴 호텔을 돌며 이력서를 뿌렸다.

....

와아....

두달동안 놀면서 자존감이 많이 하락했음을 느꼈다.

다국가를 방문하며 워홀을 돌던 나다.

그냥 들어가서 'I am looking for a job'이라고 말하는건 기본에 상식이었던 삶이었다.

근데 도통 들어가기가 싫더라.

그냥 패배감에 찌들어서 왜 북쪽 캠프에서 날 깠을까 하는 열등감으로 가득하더라.

물론 내 인생은 성공과 실패의 수많은 교차였던지라 이정도의 시련은 수월히 극복했다.

다만, 지난 두달동안 뭘 한건지 싶은 후회는 당분간 남아있을 것 같다.

 

두달동안 기다리거나 두드려도 뚫리지 않았던 북방의 캠프에 비해

다운타운의 한 호텔에서는 연락이 바로 오더라.

다음주에 하우스키퍼 잡이 하나 열리는데, 절차상 온라인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일요일에 우선 인터뷰부터 보자고 하더라.

....

이렇게 빨리 기회가 찾아온다니. 이게 맞나 싶다.

역시 진작 시티잡을 구했어야 했다.

에드먼턴 지인도 나에게 일단 시티잡을 구하라고 했었는데, 말을 안들은걸 후회한다.

결론적으로 난 뱃살이 나왔고, 250만원 가량의 돈을 낭비했으며, 멘탈도 많이 깎인 상태다.

나의 캐나다 영주권 라이프 초반 빌드업은 이렇게 처참하게 실패했다.

 

에드먼턴을 떠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음...

다음에 이동할 때에는 캘거리나 그 근방에 내 집을 갖기로 계획했기에,

에드먼턴에서 더 머물며 돈을 모으기로 했다.

에드먼턴에 있으며 북방 캠프에 대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거고,

아니면 그냥 시티잡으로 연명하며, 캐나다라이프에 먹구름이 끼는걸로 끝나는거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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