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래 세문단을 서론이니 패스해도 무관하다.
이미 발매한지 25년이나 흘러버린 파랜드 택틱스 1, 이하 파택1은 내 인생에서 최초로 구매한 타이틀이다.
내가 초등학생이고 형이 중학생때였던가? 형이 게임잡지를 하나 사왔었는데, 부록씨디에 들어있던 게임중 하나가 무려 파랜드택틱스 2, 그리고 무려 대항해시대 2까지 들어있었다.
그렇게 인생 최초의 RPG게임 파택2를 접하고 너무나도 재밌어서 게임잡지 맨 뒷편의 구매페이지를 통해 파택 1을 구입했었다.
당시 가격이 무려 1만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엄마한테 졸라서 겨우 사게 되었고, 인생 최초로 무통장입금이라는 것도 해보았다.
그렇게 구입한 보물같은 파랜드 택틱스 1 타이틀은 형 친구가 가져가버린 이후로 영영 다시 볼 수 없었고, 차후에 파택 1,2 합본을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파택 1 타이틀을 잃은 것은 아직도 한스럽다.
그 때 파택 1을 구입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흡족한 일이었다. 그만큼 이 게임은 내 추억속에 큰 비중을 차지한 명작이라는 말이다.
난 현재 캐나다에 있지만 아직도 파택 1,2합본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로 오면서 수많은 짐을 버렸었는데, 이제는 CD를 돌릴 디바이스마저 없는데도 파택 합본 CD는 못버리겠더라.
뭐 여튼, 오랜만에 파택 1을 해보았다.
25년이 흐른 지금 해봐도 재밌다.
스토리가 탄탄하며, 캐릭 조합도 좋다.
요즘 애들이 하기에는 지루한 면도 있을 턴제 RPG지만, 아름다운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라면 난 문제 없다.
여담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데,
사실 '파랜드 택틱스'의 원제는 '파랜드 사가'다.
파랜드 사가는 '파랜드 스토리'의 외전인데, 파랜드 사가가 출시되기 전, 우리나라 업체에서 '파랜드 스토리'를 들여올 때 이미 '파랜드 사가'라는 타이틀명을 써버렸다.
그래서 차후에 나온 진짜 파랜드 사가를 원제목으로 수입할 수 없게 된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발생한 격.
그리고 이것은 발단에 불과했다.
파랜드 택틱스 1,2가 대박을 쳐서 그런지, 원래는 같은 시리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파랜드 심포니같은 다른 작품을 파랜드 3, 4라는 이름으로 수입해서 플레이어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나조차도 파랜드 택틱스 3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 굉장히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파랜드 5조차도 전혀 다른 작품인데도 시리즈로 가져다 썼지.
우리나라 수입업체의 이러한 발상은 나중에 '무간도4' 혹은 '레옹2'라는 비극을 낳게 된다.
여튼. 파택1. 재밌게 잘 했다.
파랜드 택틱스 1은 '엔트리히'라는 섬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다룬 이야기다.
기사 '브라이언'은 양자 '레온'과 '랄프'를 데리고 엔트리히에 양립하고 있는 왕국 중 하나인 '버스'로 향하는데...
버스에서 일어난 마족 '아비'가 암살된 사건.
그리고 누명을 쓴 브라이언 일행이자 버스의 왕족 '팜'.
새롭게 만나는 동료들과 밝혀지는 진실 등등.
그리고 결국 주인공 일행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지금 플레이해도 재미있는 스토리였다.
캐릭터들의 개성과 조합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던데, 기사, 검사, 격투가, 힐러, 세이렌, 요정 궁수, 법사, 주술사, 뱀파이어 등등 애들이 좋아할만한걸 다 때려박으니 명작이 되어버렸다.
다만, 어렸을 때에는 꽤 긴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해보니 좀 짧은 감이 있더라.
당시에 난이도가 엄청 어려웠던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해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구.
그래도 세상에 25년이나 된 게임을 지금 해도 재밌다는건 역시 명작은 명작이라는 소리겠지.
같은 세계관 오픈월드로 나와도 꽤 재밌을 듯.
고작 1기가도 안되는 용량으로 이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뽑아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수려한 작화와 더불어 midi파일로 구성된 bgm도 너무 아름답다.
역시.... 소장하길 잘했어.
옛 작품이라 그런건가.
왔다갔다하는 대화를 자주 볼 수 있다.
가령 예를 들면, 존댓말을 하다가 반말을 섞어쓰는 경우라던가...
아니면 위에처럼 카린이 리안누나라고 한다던가...
절대 다함께 덤비지 않는 착한 사천왕들 ㅠㅠㅠ 주인공 나쁜 녀석들 ㅠㅠㅠㅠ
파랜드 택틱스1은 게임자유도가 그리 높진 않다.
위의 스샷에 보이는 전투장면에서만 캐릭들을 조종하여 미션을 하나하나 깨는 방식.
이는 파택2로 넘어가면서 자유도가 크게 늘며 개선된다.
이러한 점은 내가 파택2를 마친 후 파택1을 하면서 실망했던 점 중 하나였는데, 너무 전투만 주구장창해서 다소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파택 2에 비해 파택 1은 좀 장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개중에도 개그요소를 가미시켜 재미를 넣었지만, 파택2에 비하자면 전체적으로 어둡고 진지하다.
아, 분위기와는 별개로 파택1에서는 제작진들의 섬세함이 나타나는 세세한 점이 몇몇 있었는데,
아군 '마시아'와 적군 '루시아'와의 전투에서 마시아로 절대 루시아를 끝낼 수 없는 점이나,
리안의 눈동자 색,
그리고 엔딩 후 계속되는 추가스토리 등등.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1만원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타이틀이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50번째 스테이지.
스테이지 타이틀은 '여명'.
비극적인 결말과 함께 깊은 여운을 준다.
여운은 1차 엔딩 때에도 충분했지만.
이 문구를 봐야 진정으로 파택1을 끝낸 것이다.
'세이브할까요?'라는 문구가 떴다면 엔딩 후 이어지는 추가스토리를 끝내고 위의 '수고하셨습니다'를 보자.
중딩시절 꽤 오랫동안 우리집 컴퓨터 바탕화면이었던 파택1의 엔딩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BUDlDPuiJvI&t=6s
그리고 이 BGM은 내가 파택1에서 가장 좋아하는 브금. '은의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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