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발라당 까진 날이었다.
망할. 여행 중에 비가 오는 것부터가 억까다.
수많은 억까들이 날 힘들게 하지만, 살아남았고 즐기련다.
이름도 생소한 라말베라는 작은 시골동네의 고.급.진. 호텔에서 눈을 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이 궁금해~
비가 왔을까 안왔을까~~~~~
ㅎㅎㅎ 흐리구나 ㅎㅎㅎㅎㅎ.
그리고 나는 아직 이 날이 이번 여행 최악의 날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여튼 이 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라말베의 페어몬트 호텔인 '마노아 리슐리외'는 체크아웃시간이 11시다.
다른 대개의 호텔들보다 1시간이 이른 시간이라 체크아웃도 그만큼 일찍 해야 했다.
로비에 앉아 컴퓨터를 두드리며 오후 4시 언저리까지 버티고 있을까 싶었지만, 난 왜인지 여행을 가면 그리 움직이고 싶어지더라.
그렇게 예정보다 두시간을 일찍 나섰다.
잘 있어. 페어몬트 르 마노아 리슐리외.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
페어몬트 호텔 앞에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Faimiprix'까지 가는 버스가 있긴 있다.
하루에 두대정도 있는 것 같은데, 음.... 오후 1시나 2시쯤에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냥 버스를 기다릴까 하다가 천천히 걸어가는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더라.
아........................ 그냥 호텔에 있을걸 왜 나와서 이 고생을 하는지 원. 나도 나를 모르겠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메트로 마트가 있다.
오늘은 하루종일 이동만 할 예정이니까 주전부리나 사자 싶어서 들어와봤다.
이야.... 마트 내를 돌아다니는데 진짜 퀘벡 마트 아니랄까봐 푸틴용 치즈랑 랍스타 자숙이 떡하니 보이더라.
참고로 여기서 산 저 클럽 샌드위치는 내가 이번 여행에서 탑3로 꼽는 음식 중 하나였다.
진짜 레알 참 트루 대존맛. 퀘벡시티에서 먹은 50불짜리 양사태보다 훨씬 맛있었어.
게다가 배가 그리 고픈 상태에서 먹은 것도 아닌데 너무 맛있었어.
https://qkr33939.tistory.com/780
[맛집][캐나다][라말베] 퀘벡 시골의 현지 푸틴 맛집. 'Casse-croute Bar Laitier La Goélette'.
아마 이 글을 보는 아무도 그 어떤 누구도 가지 않을 식당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리뷰한다. Casse-croute Bar Laitier La Goélette 뭐라고 읽기도 힘드는 이 음식점은 '라말베'라는 퀘벡주의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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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오르기 전에 현지 식당에서 배를 채운다.
그래!!!!! 이거야 이거!!! 퀘벡시티에서의 밥값은 진짜 말도 안되는거였어!!!!!!
저기 저렇게 생긴게 라말베의 시내버스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네.
저런거 타보는 것도 다 경험이고 추억이고 여행의 일환인데말이야.
그래. 이제는 익숙한 이 명제.
퀘벡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하다.
내가 Familiprix앞에서 저렇게 죽치고 앉아 버스를 기다리니까 왠 노부인이 말을 건다.
버스기다려? 들어가서 기다려. 안에 의자있어.
오!?!?!???? 난 들어가서 기다려도 되는 줄 몰랐지! 영업방해인 줄 알았지!!!!
마트 정문 안쪽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기할 수 있도록 의자도 세개 구비되어 있었다.
아주머니께 연신 땡큐 땡큐 메르시보꾸! 하며 감사를 표했다.
버스는 한 좌석씩 만차였다.
즉, 사람들이 한좌석씩 차지하고 앉아있던데, 다행히도 두자리가 공석인 곳이 5군데정도 있었음.
부리나케 한 자리를 차지하고 퀘벡시티까지 편하게 갔다.
비 진짜 살벌하게 내리더라 ㅋㅋㅋㅋㅋㅋ
이 폭풍같은 날도 누군가는 생일이겠지.
다음날이 내 생일이었는데, 제발 하늘이 이러지만은 않길 바랐다.
뭐 결과는 반반. 오전엔 비 오후엔 맑음이었다.
이번에 도착하는 퀘벡시티 St-Foy 버스터미널은 올드타운에서 서쪽으로 어느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진정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터미널같았다.
이곳에 가기 위해 버스는 도시를 우회하여 고가도로를 타고 가는데... 와!!!!!
그래!! 14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던 Marc씨가 차태워준 도로가 여기였어!! 다 기억나!!!!! 저 멀리 보이는 cityscape의 실루엣이 저랬어!!!!!! 와 ㅠㅠ 마지막까지 추억에 잠기는구나.
환승을 하여 가는지라 정시도착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버스는 제시간에 경유 터미널에 딱 도착했다.
그리고 저 버스가 바로 퀘벡에서 몬트리올로 나를 데리고 갈 Orleans버스다.
사실 Orleans버스나 퀘벡 버스터미널에 대해 포스팅하고 싶었으나 여기에서 나는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버스표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잘못 샀었구나 ㅋㅋㅋㅋㅋ
6월 19일 버스표를 구매했어야 했는데 5월 19일껄로 샀구나!!!!!!!!! 내가!!!!!!!!!!! 내가 그랬어!!!!!!!!!!!! 손꾸락을 진짜 어떡하지 ㅋㅋㅋㅋㅋㅋㅋ.
와아... 아니 그럼 라말베에서 퀘벡시티까지 운행한 버스는 어떻게 무사히 탄거지?
기사님이 그냥 넘어가주셨나?
와...... 내가..... 내가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버스기사 아저씨가 내 티켓 QR코드를 찍는데 인식이 안된다.
기사님이 날짜를 보며 잘못된 날짜임을 지적한다.
나는 패닉에 빠져 어어버ㅓ버버ㅓ어버엉버ㅓ버.
기사님이 빨리 티켓창구로 가라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그렇게 바로 버스티켓을 현장구매했고, 77.85불이 날아갔다.
그래도 저녁 7시 차를 놓치지 않고 잘 탔잖아. 럭키비키잖아. 나도 원영적 사고 할거야.
하아.....................
원래 구입했던 라말베 - 퀘벡시티 - 몬트리올의 티켓값이 120불정도 했으니까 ㅋㅋㅋㅋㅋ 여기에 77.85불 더하면 다 합해서 거의 200불주고 움직인 셈이 된거네? ㅋㅋㅋㅋ 비행기냐 이게 ㅋㅋㅋㅋㅋㅋ
좋은 좌석에 앉아가려고 앞에서 두번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도 죄다 망했다.
자리가 그지같아서 덕분에 괜찮은 사진도 못찍었다.
석양이 참 환상적이었는데...
구름이랑 나무랑 들판이랑 하늘이랑 석양이 너무 조화롭게 예뻤어.
퀘벡에서 몬트리올로 가는길. 상당히 예쁘다.
버스는 정확히 9시 30분에 몬트리올 버스정류장에 딱 맞춰 도착했다.
https://qkr33939.tistory.com/782
몬트리올 지하철 / 버스 이용하기. OPUS카드.
몬트리올은 그리 크지 않다.진짜 작정하면 웬만한 랜드마트는 걸어서 도달할 수 있다....만!!!!첫째! 몬트리올 바이오돔같이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먼 관광지가 있고,둘째! 사서 고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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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14년만에 몬트리올 전철을 타보는구나.
몬트리올 교통버스 OPUS카드부터 구입하고 3일패스 충전!
좋았어! 몬트리올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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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리뷰][캐나다][몬트리올] '페어몬트 퀸 엘리자베스 Fairmont the Queen Elizabeth'. 최근 리뉴얼된 몬
페어몬트 퀸 엘리자베스 Fairmont the Queen Elizabeth는 몬트리올 중심가에 위치한 페어몬트 호텔이다.페어몬트의 명성답게 럭셔리한 고급 호텔의 정석을 보여주었으며,평범한 도시호텔같으면서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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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체크인 한 것은 밤 10시 10분.
여름에는 해가 드럽게 늦게 떨어지는 캐나다에서 한밤중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의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기 전에 몽로얄 언덕에 가서 몬트리올 야경을 보고 잔다!!!
온 사방팔방이 공사중으로 뒤엎어진 상태라서 을씨년스러운 몬트리올의 밤거리.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헐!~??!? 주머니에 지갑이 없어!!!!
뭐지?? 떨어뜨린건가? 분실한거야?!?? 아~~ 망했어!!!!
그렇게 다시 호텔로 오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며 길바닥을 샅샅이 뒤진다.
주위에 술취한 현지 양아치도 많아서 긴장 많이 했다.
호텔 카드키도 없어서 방금 체크인할 때 봤던 리셉션 직원한테 다시 달라고 했는데 얼마나 날 한심하게 봤을까 ㅎㅎㅎㅎ.
다행히? 지갑은 객실에 고이 모셔져있었고, 다시 몽로얄 공원으로 향했다.
귀신나오기 딱 좋겠네.
몽로얄 언덕으로 올라가는 산책길에는 그 흔한 가로등조차 없다.
앞에 아무것도 안보이는데다가 비가 온 이후라 계단이 미끄러워서 무지 위험했다.
아니 앞이 보여야 계단을 보고 발을 디딛으며 올라갈거 아니여??
게다가 여기 모기 많음.
수풀인데다, 몬트리올의 대륙성 기후에, 비까지 오고, 주위에 강까지 흐르고 있어서 모기가 서식하기 참 알맞긴 하겠더라.
올라가는 컴컴한 산책길에 노부부 한커플만을 만나 전망대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성수기라 그런지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사람들이 나름 많이 모여있었다.
개같이 힘든 하루였지만, 그래도 몬트리올에서 짧은 남은 시간이나마 너무 좋았다.
몽로얄 언덕 야경도 보고... 13년 전과 똑같이 그대로더만.
호텔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하룻동안의 노고가 날라갔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는게 참 불편하긴 하다.
오늘도 만약 차가 있었다면 라말베에서 시간낭비하지않고, 몬트리올에서 5~6시간을 더 있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뭐.
오늘 살아남아 몬트리올에 도착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너무... 너무나도 힘든 하루였어 ㅠㅠ.
마지막으로 이건 몽로얄 언덕에서 본 야경비교.
왼쪽이 14년 전에 방문했을 때의 사진이고, 오른쪽이 이번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
진짜 ㅋㅋㅋㅋㅋ 거의 안바꼈구만!!! ㅋㅋㅋㅋㅋㅋ
추억과 감성에 젖어 몬트리올 여행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