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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작품리뷰

[명작애니] 제목에 속지 말자. 명작이다.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2018) 리뷰.

아스라이39 2021. 4. 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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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라이트 노벨'이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일본애니중에서 라이트노벨 원작의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이번에 리뷰할 애니인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역시 라노벨 원작의 작품인데, 어째 하나같이 제목도 한 문장으로 길게 지어지는게 요새 트렌드인가 싶기도 하고 흥미롭다.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라는 제목은 원작의 청춘돼지 시리즈 중, 1권의 제목을 애니의 제목으로 고착화시킨건데, 원작에서는 2권 '청춘 돼지는 소악마 블라블라', 3권 '청춘 돼지는 로지컬 마녀 블라블라'하는 제목으로 같은 시리즈인데도 각 권당 제목이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여튼 애니는 꽤 괜찮았다.

감상하면서 제목을 이따위로 짓지만 않았어도 진입장벽이 낮았을테고 입소문도 더 났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너무 씹덕스러워서 주위에 어지간히 친한 친구가 아니고서는 봤다고 말도 못하겠더라.

청춘돼지 애니는 TV판에서 원작의 1~5권의 내용을 다루고 있고, 극장판은 원작의 6~7권을 다루고 있다.
현재 청춘돼지는 11권까지 발행되었으며 아직 완결되지는 않았다. 즉, 작품성이 많이 좋았으므로 2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옴니버스식 구성의 신박한 에피소드


2~3화마다 굵직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아마 원작의 각 권의 내용에 해당하는 에피소드가 2~3화에 걸쳐 다뤄지는 것 같다.
에피소드들의 소재가 신박하다.
투명인간, 시간반복, 도플갱어 등 SF물에서나 나올 듯한 소재를 청춘로맨스물에 잘 녹여내었다.
질투, 연애감정, 열등감, 부모의 기대, 관심의 부담, 집단따돌림 등 학생들이 더러 가질 수 있는 주재 역시 자연스럽게 작품에 스며들어있다.
마치 재밌는걸 생각나는대로 때려박아 넣어 자극적인걸 다 섞었는데, 잡탕이 될 줄 알았더니 명작이 된 듯한 느낌??

매 사건들이 참신하진 않지만 기발하다. 그래서 내용을 여기에 적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직접 보자.
음.. 그래서 유튜브에 널린 청춘돼지 소개영상에서도 첫 에피소드인 바니걸 에피소드만 소개하는 것 같다.
다른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면 이미 사건의 발단부분에서 스포일러가 될테니까.

대개 청춘 로맨스물이란 삼각관계나 치정에 중점을 두고 나중에는 한명이 선택받고 다른 쪽은 버림받는 진부하고 지루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청춘돼지는 그러한 틀에서 벗어났다.
계속적으로 전환되는 에피소드 속에서 속도감있는 스토리전개는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물론, 일본 애니 특유의 되도 않는 쿨함이 보이지만, 뭐 이정도는 문화차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듯.

공기(분위기)


청춘돼지는 연애내용 뿐만아니라 학생으로서 가질 수 있는 고민과 걱정에 대해서도 몰입감입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불편한 상황을 되도 않는 미화없이 잘 묘사하고 풀어나간다.

청춘돼지에서는 전체적으로 '공기'라는 큰 소재를 다루고 있다.
'공기'는 사회적 분위기나 남들의 시선과 기대 등을 나타낸다.
이는 결국 청춘돼지의 주제가 되는데, 사춘기때 느껴봤을만한 아이들의 감성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더 나아가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학교에서의 사회문제를 나타내기도 하여 공감대도 크게 형성된다.
그리고 청춘돼지는 이러한 고난을 정서적으로 극복해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서술해간다.

특히 과도한 부담속에서 공황장애를 겪는 묘사가 디테일하고 좋았다.

그놈의 양자역학

그놈의 양자역학


청춘돼지에서는 '사춘기 증후군'이라고 불리우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 일어난다.
그리고 여기에는 설명충 과학쟁이 친구인 '후타바 리오'라는 애가 원인에 대한 가설로 '양자역학'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결국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으로 인해 존재가 부여된다는 뭐 그런 이과적인 이야기다.
'공기'와 더불어 '관측'은 청춘돼지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역시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하는 일본, 그리고 한국의 사회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설명충.


청춘돼지는 청춘로맨스물답게 진부한 면도 있다.
모든 것에 능통하고 통찰력있는, 하지만 무기력한 주인공.
잘나가는 여자선배랑 헌신적인 여자후배. 그리고 장영실같은 친구여자 뭐 그런거.
하지만 이런 진부한 요소는 다 묻어버릴만큼 스토리는 몰입감이 있고 신선하다.
가장 좋은게, 발암요소가 없다는 것.
그리고 일본애니임에도 스토리에 개연성이 있다는 것도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내 억장이 무너졌던 장면


제작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게 느껴졌다.
작붕이 거의 없고, 구성이 좋으며 특히 엔딩에서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더라.
엔딩 멜로디는 같은데 영상에 나오는 인물이나 목소리가 각 에피소드에 맞게 다르거나, 혹은 스토리가 전개되며 엔딩이 뜨는데 이런 방식 좋아한다. 에피소드에 따라 노랫말도 바뀌는지는 일본말을 몰라서 모르겠다.

TV판 역시 완전한 이야기로 엔딩을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TV판에서 이야기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극장판에서 해결되며 떡밥이 회수된다.
극장판은 TV판에 감초같이 나왔던 '쇼코'와 얽힌 이야기며, 이미 뒷 이야기가 연재되어있는만큼 2기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엔딩을 맞는다.

사실 제목이 너무 씹덕이라서 청춘돼지를 포스팅할 생각은 없었는데, 요새 다른 유치한 작품을 보다가 가뭄에 콩나듯 수작을 보게 되어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다소 씹덕요소는 있어도 유치하지 않으니까,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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