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해안의 1순위 올레길.
해안, 오름, 곶자왈 등 다양하고 인상깊은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코스.
제주시에서 가까운 올레길 코스 중 가장 근사한 코스.
제주 남부에 8코스가 있다면 제주 북부엔 19코스가 있다.
소요시간 : 12:10 ~ 16:10 (4시간)
길이 : 19.4km
"바다만도 아니고 숲만도 아니다.
바다, 오름, 곶자왈, 마을, 밭... 제주의 모든 것이 이 길안에 있다.
밭에서 물빛 고운 바다로, 바다에서 솔향 가득한 숲으로, 숲에서 정겨운 마을로 이어지는 길의 전환.
지루할 틈이 없다."
제주시에 머물면서 올레길을 하나 체험하고 싶다면 19코스를 강추한다.
19km가 넘는 좀 긴 코스이긴 하지만, 컨텐츠가 다양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후회하지 않을 길이다.
특히나 내가 제주에서 최애하는 함덕해수욕장을 지나가는 것도 좋았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내륙코스도 사방에 펼쳐져있는 풍차로 지루하지 않는다.
2019년 12월 14일 토요일 오후에 19코스를 돌았다.
1일 2코스를 원칙으로 삼지만, 18코스를 친구랑 같이 돌아서 남은 올래길은 홀수. 하루정도는 한코스만 돌아도 됐다.
"바다만도 아니고 숲만도 아니다. 바다, 오름, 곶자왈, 마을, 밭...
제주의 모든 것이 이 길안에 있다..........지루할 틈이 없다"
사실 제주올레 패스포트에 나온 이 구절을 믿지 않았다.
이미 18코스에서 충분히 실망한 상태였고, 어짜피 19코스 역시 제주 북해안을 따라간다는 것에서 별다른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나의 오산이었으며, 올레길 19코스는 매우 괜찮은 코스다.
만약 제주시 근처의 괜찮은 코스를 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19코스를 추천해주고 싶다.
아, 물론 바운더리를 서귀포까지 넓힌다면, 7,8,10,12코스 등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많다.
도장을 찍기 전, 간세 주위에 있는 3.1 독립운동기념탑을 보고.
오늘도 출발.
잉크가 선명하지 못한게, 제주올레에서 잉크를 채울 생각이 없나보다.
지난번에도 이리 흐릿하게 나왔었는데.
조천만세동산 공원을 저런 식으로 돌아간다.
양 옆으로 '절규상'과 '함성상'을 둔 '호국선열 추모탑'.
얼굴없는 함성상에는 무슨 의미를 새겨놓은건지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면, 양 옆에 돌하루방을 둔 제주항일기념관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살짝 유혹을...
시간이 그리 녹록치는 않으나, 갑자기 샘솟는 애국심으로 10분간 방문하기로 한다.
다음에 방문하자.
화장실은 건물 내부가 아닌, 건물 외부에 따로 만들어져있다.
올레길을 시작하자마자 날이 갑자기 좋아졌다.
내 얼굴에도 미소가 방긋.
해는 시간상 방향이 내 등 뒤쪽에 있다.
매우 걷기 좋은 날이 되어버렸다!
경험과 직관으로 알 수 있다. 눈앞에 언덕이 보이면 머릿속에서 속삭여진다.
"너 저기 올라가야됨ㅋ"
날씨가 뭐 이리 갑자기 좋아져~~~~서 나도 좋아짐.
멋들어진 해안도로도 지나고.
19코스는 진짜 제주올레 패스포트에서 설명한대로 뭐 하나 빠지지 않은, 지루할 틈이 없는 길 같다.
여길 친구랑 돌았어야 했는데...
쭉 뻗은 해안도로길~
도로가 파도랑 무지 가까웠다.
해녀들의 불터를 구경하시는 관광객들.
해남 끝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 '관곶'이다.
물론 거리는 무려 83km나 되지만, 딱히 육지가 보일까싶어 올라갔으나, 그럴리는 만무했다.
이 부근 파도가 원래 세다고도 한다.
저리 녹슬었는데 지금은 운영하고 있을까;;;
짭쪼름한 해초스러운 바다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기서 깨달았다!!
저기는!!!
저기는 나의 제주도 최애장소인 함덕해수욕장 옆의 오름이었다.
뭍에서 저렇게 멀리 떨어져있는 곳도 설마 용천수일까.
생판 처음보는 식물도 지나치고.
함덕 도착.
함덕에 도달하니, 매운탕냄새같은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
되게 웃겼던게, 포구를 지날 때 택시하나가 딱 서더니 운전기사가 내려서 배를 점검하고 있더라.
택시기사겸 배 선장님인건가!!!!????
물 투명한거 보소.
함덕 해수욕장은 좋다.
휴양하기 좋다. 걍 멍때리고 가만히 있기 좋다.
다들 마찬가지의 생각이신지, 함덕 주위에는 숙소,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이 많이 몰려있다.
지난번 친구랑 18코스를 마치고 여기서 제주한정 스벅메뉴를 먹었었다.
그 때에는 바람도 심하게 불고, 무엇보다도 날이 어두워져있어서 친구에게 함덕해수욕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으으으 할 수 없는 과거이지만, 못내 아쉽다.
사람들은 해수욕장에서 꺄르륵꺄르륵 소리지르며 댕기고 있었다.
함덕 해수욕장과 까페 델문도.
실제로 보면 매우 환상적이다.
함덕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저기, 저 산으로 가자 ㅠ
스웩 넘치는 돌하루방.
지난번 잠시 들러서 봤던 서우제당.
서우는 무소라는 뜻.
어마무지하게 넘실대던 파도.
함덕해수욕장까지 오며 계속 눈에 보이던 언덕은 '서우봉'이었다.
물소가 뭍으로 기어오르는 형상이라 하여 '서우봉'이라고 부른댄다.
....도대체 어디가!?
애석하게도 서우봉은 급경사다.
위쪽에 쉬어가라고 웬 정자도 나오지만 그럴 시간 없다.
계속 올라간다.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오늘은 흐릿하게 보이는 한라산과 해수욕장, 마을, 오름, 그리고 너른 하늘의 콜라보에 격한 감동을 하게 된다.
'서우낙조' 라는 곳으로, 일몰을 보는 명소같다.
아래의 넓은 들판에서는 흑염소가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여기 저녁에 오면 괜찮을 것 같긴하다.
어느순간 서우산에서 망오름으로 이동.
다행히 이정표는 날 정상까지 인도하지는 않았다.
저 멀리 다음 마을과 몇몇 섬들이 보인다.
제주도 북해안의 정보는 거의 없어서 저기가 어떤 마을인지, 어떤 섬인지 알지도 못한 채 맞닥뜨렸다.
마을이야 어디든 있는거니까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섬은... 느낌이 달랐다. 저긴 또 어떤 섬일까.
마을 도착~
북촌 시작.
꽃으로 물든 건물들.
오랜만에 보는 돌 테이블.
내 마지막 여정의 종지부에는 너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널 볼 때마다 설렌다.
진짜 딱 본 순간 환해장성일 줄 알았다.
환해장성은 제주 사방팔방에 펼쳐져있어서 올레길을 보며 자주 볼 수 있었다.
인상깊은.
저 멀리 보이는 섬들은 아까 서우산 위에서 봤던 그 섬들이다.
'다려도' 혹은 '달여도'라고 하나보다.
지금은 무인도인데.... 4.3사태때, 북촌 주민들이 숨어들기도 했다는.... 마음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북촌 등명대.
등대같은 존재이다.
클린하우스 나왔다!
카페인 충전의 시간이다!
...오면서 많이 흔들렸는지, 마치 탄산음료마냥 거품과 커피물이 새어나와 손이 다 젖었다.
오호. 편의점 있다.
갈까 말까 할 때에는 가라!
장사할 줄 아시는 사장님이다.
'올레길 19코스 마지막 편의점'이라니... 안가볼 수가 없잖아!
해안코스는 이걸로 마무리. 마지막 간세까지는 내륙코스가 이어진다.
도시락과 내 영혼의 단짝 쥬시쿨을 사먹었다.
여기 사장님 매우 친절하고 붙임성이 좋았다.
역시 사람마다 다른거임. 1코스 첫 CU에서는 사장님 인성이 ㅈ같아서 올레길 내내 기분이 언짢았는데,
밥 한그릇 뚝딱하고 걸어서 그런지, 사장님과의 담소가 힘이 된건지 발걸음이 경쾌했다.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이 많았던 길.
...그리고 개가 좀 있었다. 개 짖는 소리가 너무 거슬렸다.
여기도 마케팅 전략.
마지막 쉼터.
그리고 중간스탬프가 있는 운동장에 도달.
운동장은.. 버려진지 오래된 것처럼 관리가 안되어있었다.
화장실도 있긴 한데, 좁다. 사진에서 오른쪽 사각진 건물이 화장실임.
옆에서 공사가 한창이던데, 운동장을 새로 만드려나보다.
옆에선 풍차가 아름답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 길었다. 역시... 19km는 길어.
운동장 다음으로는 절대 심심하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다.
심심할 때 즈음이면 하늘에서 커다란 풍차가 빙글빙글 도는게 보이는데, 이 또한 보는 재미가 소소했다.
'벌러진 동산'이라는데... 돌이 벼락맞아서 벌어졌다느니, 마을길이 벌어졌다느니 한다고 하더라.
가끔 하늘에 풍차.
그리고 우뚝우뚝 서있는 풍차.
평소에 보지 못하는 광경이라 매우 인상깊다.
역시 제주.... 육지의 10~11월 날씨라서 그런지, 아직 떨어지지 않은 도토리가 내 머리를 때린다.
곶자왈이군 여긴.
웬지 발을 잘못들일 것 같은 곳은 저렇게 나무로 막아놓았다.
훌륭해.
푸른 밭 위로 돌아가는 풍차.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는 뜻임.
운이 상당히 좋았던 날이다.
이 쯤 오니까 날이 갑자기 다시 흐려졌다.
아주 효율적으로 해가 떴던 하루였어.
조오기 바다가 보이는데, 미친!!! 섬도 보임.
무슨 섬이지? 해서 지도앱을 켰더니 전라남도 섬이다.
제주에서 육지까진 볼 수 없어도, 다도해의 섬은 볼 수 있구나;;;
엄밀히 말하면 아까 그 CU는 마지막 편의점은 아니었다.
끝나기 10분전에 하나 더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슨 의도였는지는 이해하므로 너무 깐깐하게 굴지 않겠다!!!
여기서 버스타고 집에 가면 됨.
하지만, 일단 잠시 해안쪽으로 들어가서 마지막 도장을 찍고 나오자.
완료.
추자도, 16-17루트를 마치고 마지막 20-21루트가 여기서 시작된다.
아~무런 생각없이 걷기만 하던 서귀포시 해안의 수많은 검은색 돌들.
끝이 오긴 오는건가 했던 그 후회들. ㅋㅋㅋㅋ 사실 진심반 농담반으로 올레길을 시작한 걸 자주 후회했었다.
올레길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보름 전에 서울로 돌아갔겠지.
길고 긴 425km의 대장정도 그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