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말.
제주살이를 하던 시절 호주에서의 인연과 만날 약속을 했었는데, 깨져버려서 시간이 붕 떴다.
그리고 날씨는 너무 좋았다.보통 계획대로 안되면 꿍해서 방구석에 틀어박혀앉아 컴퓨터를 하기 일쑤지만, 길지 않은 제주생활에서 맑은 날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오전 10시즈음.
황급히 올레길 일정 및 가파도나 마라도로 가는 배 시간, 여행 소요 시간 등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마라도. 마라도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가서 등대스태프나 찍고 오자.
다른 활동까지 같이 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해서 버스를 타고 모슬포로 향했다.
마라도로 가려면 '모슬포'로 가야 한다. 거기에서도 '운진항'으로 가야 하는데, 제주에서 운진항으로 가는 버스는 많으므로 교통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운진항은 버스 시종점이라서 언제 내릴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버스는 정확히 가파도와 마라도로 가는 여객선터미널에서 운행을 종료한다.
제주시에서 대략 한시간 반정도 걸렸다.
그것도 제주시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교통이 엄청 막혀서 그런거지, 뭐 길은 뻥뻥 뚫려있으니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토요일인데다 날씨까지 좋아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한가로운 도로를 지나 모슬포 즈음에 와서 차가 다시한번 막혔는데, 그건 아마 당시의 '방어축제'의 여파인듯.
여튼 버스는 12시 30분에 도착했다.
뭔가 센스있었던 건물 안에 들어가 우도에서처럼 승선신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창구로 향했다.
예약자들은 따로 라인이 있는 것 같았는데, 난 현장구매라서 마라도 라인에 섰다.
승선신고서를 제출하고, 신분증을 보여 준 후 티켓을 수령한다.
티켓가격은 제주도민 할인을 받아서 15,000원. 일반은 18,000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입신고하길 잘했다. 지금까지 몇만원을 이득보는거지!!? ㅋㅋㅋㅋ
배시간은 1시 10분이었다.
마라도로 향하는 배의 이름은 블루레이 Blueray 였다.
동의어로 '나오는 순간 토렌트에 풀린다'가 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배가 뜰지 안뜰지도 걱정이 되더라.
그리고 아침에 모자를 쓸지말지 고민했었는데, 안쓰고 오길 잘했다.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배는 생각보다 엄청 깨끗했다.
다만 배 안에서는 청소를 독하게 했는지 나프탈렌 혹은 락스 냄새가 은은이 퍼지고 있었다.
날이 맑았지만, 파도는 높았다. 그래서
롤링도 엄청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선기술에 믿음을 갖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며 탔더니 멀미는 하지 않았다.
소요시간도 약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드디어 우리나라의 최남단, 마라도에 도착했다.
이렇게 보고 있자니 마라도가 제주도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느껴졌다.
흐릿하지만 육지도 보이고 한라산도 다 보이네.
마라도 전도.
시계방향으로 돌며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이미 시간이 1시 반이 넘었는데도 한끼도 못먹었었는데, 오른쪽으로 가야 식당이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여기에 편의점도 있다. GS.
이 사진이 딱 마라도의 모습인 것 같다. 초겨울의 색이 바랜 풀들로 바닥은 노랗게 물들었다.
평평한 땅에 저 멀리 제주도/한라산이 보인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뛰어다니는 등 한껏 마라도를 만끽하고.
그리고 바람이 어마무지하게 불었다.
여기가 입도하여 오른쪼긍로 틀면 나오는 식당가인데...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과연 짜장면집이 엄청 많다.
분교도 보인다.
본교가 가파도인게 특이했다. 마라도나 가파도나 둘 다 규모가 작은 섬인데 그와중에 본교와 분교라니.
무한도전의 그 집도 지나갔다.
난 저기서 짜장면을 먹었어야 했다.
뒤를 돌아보면 요런 풍경이!
확실히 이색적인 모습의 여행지이다.
마라도는 크기가 작아서 한바퀴 돌아보는데 1시간도 안걸린다.
그리고 언덕이 없이 그저 평평했고, 그나마 약간의 경사가 미미하게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있을건 다 있다. 절, 교회도 있고, 이처럼 소방대도 있다.
등대로 바로 갈까하다가... 짜장면을 먹기로 하고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본다.
실패였다.
이곳의 메뉴. 해산물모듬과 짜장, 짬뽕을 판다.
그리고 난 어마무지하게 후회했다. 실패했다. 여기서 먹었으면 안됐다.
아니 당연히. 사진에 톳이 들어가있으면 시킨 음식에도 톳이 들어가있어야지.
난 톳들어간 마라도 짜장면을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심히 유감스러울 수가 있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맛이 3분짜장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생 한번 올지 안올지도 모를 마라도 여행이었는데, 이런식으로 엿먹어서 기분이 더러웠다.
참고로 저 짜장면은 7000원이었고, 다른집의 '톳'짜장면도 다 7000원이었다.
아 너무 아쉽다.
특색이라고 있는게 칵테일 새우 두개랑 오징어 잘게 썬거라니.
충격과 공포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후회스럽고 찝찝한 식사를 마치고 마라도 등대로 향했다.
대한민국최남단 비석.
여기에서 사람들이 사진 많이 찍는다.
좀 더 걸어 마라도 등대에 도착!
역시. 제주도에서 거주중이다보니, 마라도 등대에 오는게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이로써 여섯번째 등대스탬프도 얻었다.
독도등대를 제외하면 이제 8개의 등대스탬프만 더 모으면 된다!
마라도 등대는 생긴게 좀 밋밋했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1/15의 등대였다.
다시 배타러 돌아가는 길.
작은 섬이지만 구석구석 인상깊은 길과 풍경이 있다.
여기가 진정한 승리자의 가게이다.
틈새시장 블루오션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남들이 다 짜장면팔 때 간식거리 팔면 장사가 잘되는건 인지상정.
가격은 1,500원.
맛과 가격과 위치가 완벽하다.
계좌이체 가능.
우리가 타고 다시 제주로 돌아갈 배. 그 이름 블루레이호.
배에서 잠깐 눈 좀 붙였더니 모슬포까지 금세 도착하였다.
돌아갈 때에는 다행히 파도도 잠잠했다.
모슬포 운진항의 가장 편리한 점. 버스종점이 코앞이라는 것이다.
서울이건 제주건 빨간 버스는 비싸니까 패스하자.
파란버스의 251, 253, 255 등등 다 제주시로 갈꺼다.
제주시까지는 1시간 반정도 소요되었다.
급작스러운 여행이었지만, 남는게 많은 하루였다.
우리나라 최남단을 다녀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일을 해낸 느낌이었다.
제주살이를 하며 목표로 했던 것들이 우도 등대, 한라산등정, 그리고 마라도 등대였는데, 마라도를 끝으로 제주살이 1달즈음 되어 모두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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