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애니를 접한건 오프닝이었다.
그리고 다 쓰러져가는 을씨년스러운 흑백의 영상은 나에게 이 애니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었다.
아마도 지진으로 인한 무정부상태 속에서 벌어지는 파벌과 서로에 대한 혼란과 배신, 그리고 남을 해치려는 계략속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는 주인공 일행을 다룬 작품이겠지 싶었다.
결론적으로 아니었다. 내 예상은 완전 틀려먹었었다.
도쿄 매그니튜드 8.0은 재난을 맞이하는 이들의 인류애를 담은 휴머니즘에 대한 내용이다.
로봇박람회에 놀러간 남매, 누나 '마라이' 남동생 '유우키'가 주인공이다.
부모님이 일하시느라 바뻐서 동생을 데리고 박람회까지 온건데,
하필 박람회에서 나서 집으로 향하던 중 도쿄만 북부에서 진도 8.0의 지진이 발생.
모든 통신과 교통이 두절되어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운 와중에, '마리'라는 여성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 같은 방향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장소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11화로 이루어져있지만, 사건이 발생되는 실질적 시간은 사흘에서 나흘정도다.
스포가 되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한가지 강력하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
저 여자애 보고 있자니, 중딩이라고, 나이가 어리다고 다 용서가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더라.
뭐가 그리 불만만 많아서 일행 발목만 잡는거지?
오른쪽 폰질하는 여자애가 걘데 진짜 초반에는 차라리 그냥 버려버리지 싶은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뭐 나 중학생 때를 생각해봐도 철도 없고 생각도 없던 시기였으니...
게다가 쟤는 사춘기를 제대로 세게 맞아서 저러는거겠지 싶다가도...
용서가 안되더라.
결국 쟤네 가족의 비극 역시 결국 쟤때문에 시작된거라서 더욱 별로였다.
재난을 다룬 작품이라지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면이 없이 주인공 일행의 심리상태나 가족에 대한 걱정이 꽤나 공감이 갔다.
공감 그리고 성장.
이게 도쿄 매그니튜드 8.0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미라이도 처음부분과 비교해볼 때 나중에는 놀랍도록 다른 태도로 상황을 직시한다.
그리고 한층 성숙한 마지막 모습을 보이며 극의 여운을 남긴다.
...그래도 쟤는 별로였다.
주인공 미라이가 별로였다는거지, 작품 자체는 꽤나 재밌다.
이미 13년이나 지난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 시청해도 거부감이 없으니 꼭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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