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주식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열망에 어바웃타임을 찾아보게 되었다.
어바웃타임은 개봉했을 때에도 재미있게 봤었지만, 10여년이 지금 봐도 훌륭하다.
내용 자체는 진부하다 싶을만한 러브스토리.
시골출신의 주인공 팀이 런던에 상경하여 한 여자 메리를 만나고,
사랑을 가꾸고 결혼해 일상을 꾸려나가는 연애물이자 일상물이다.
다만, 거기에 시간여행이라는 양념을 넣어 훌륭하게 버무린 명작이다.
안전하게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다는 축복
어바웃타임의 남주인공 일가는 대대로 남자들에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초울트라 사기스킬이 부여된다.
주인공 팀 역시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 아버지에게 가족비밀을 듣게 되고, 긴가민가하며 장롱속에 들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시간여행을 하는데 성공한다.
굳이 장롱속이 아니더라도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쥐고 기억속의 어느 시점을 회상하면 그때 그 당시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영화보고 집에서 해본 사람 분명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능력은 완전 사기스킬이다.
초라하거나 추악했던, 그리고 비참했던 내 과거를 바꿀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멋져질까.
다행히도 주인공은 성격이 모진 사람이 아니라서 시간여행을 악한 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후회와 미숙함, 그리고 흑역사를 삭제해버리며 이 축복을 누린다.
레이첼 맥아담스
나이가 어느정도 찬 팀은 도시생활을 하기 위해 런던에 상경한다.
그리고 그렇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팀은 어쩌다가 '메리'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이미 이 둘은 암흑까페에서 만나고 미술관에서도 만나고 이번이 세번째지만,
메리에게는 이 순간 팀을 만나는게 처음이다.
이미 팀은 메리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그중에는 호감을 갖을만한 정보도 다분하다.
까여도 로드해서 다시 시도하면 그만이다.
인생 참 쉽게 산다.
메리 역을 맡은 레이첼 맥아담스를 처음 봤을 때 진짜 감탄이 나오더라.
서구적이지 않게 앳된 얼굴에 방글방글 웃는 모습이 어찌나 러블리하던지.
음향이나 연출 등 영화 자체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 꽂힌건 레이첼 맥아담스가 너무 예뻐서였다.
아버지의 조언
팀의 아버지는 팀에게 행복을 위한 자신만의 공식을 이야기해준다.
그것은 하룻동안 능력을 쓰지 않고 살아본 후
이미 겪었던 그 하루를 그 당시와 거의 비슷하게 살아보라는 것이었다.
예지가 가능한 하루는 긴장을 할 필요가 적어진다.
그리고 긴장이 풀린 하루는 유쾌하게 살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그 하루는 노련하게 살 수 있다.
이는 여유를 자아내고, 웃음을 잃지 않게 되며, 주위의 아름다움마저도 놓치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공식.
정말 좋은 인생조언이긴 한데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통용되진 않는다.
항상 편한 것은 아니다.
팀은 여동생이 남자친구로 인해 인생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여동생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둘의 만남을 사전에 차단하지만...
그로 인해 이미 태어난 팀의 아이가 바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정확한 정자와 정확한 순간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에
아내가 임신하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꿔버린다면,
수많은 정자들 중 정확한 정자가 착상될 확률이 절망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 패널티가 있다고 해도 사기적인 능력에 비하면 그리 비관적이지 않긴 하다.
이 능력은 그냥 그 자체로 인생 날로 먹는데다가 마음만 먹으면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영생을 살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냉정히 생각해보면 저게 말이 좋아 로맨스지, 결국 팀은 남의 여자를 뺏어온거다.
그럼에도 보는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시간여행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어바웃타임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서구사회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일상생활을 보고 있자면 마음도 포근해진다.
게다가 사랑에 대한 주제라면 더!!
10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봐도 충분히 재밌다.
어바웃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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