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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작품리뷰

[명작애니] 꽃이 피는 첫걸음Hanasaku Iroha(2011) 리뷰. 소속감과 일하는 뿌듯함. 이것이 기계적 연대.

아스라이39 2021. 1.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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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떠돌다가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편집하여 13분가량의 영상을 만들어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명탐정 코난이나 도박묵시록 카이지, 진격의 거인 등 내가 아는 애니메이션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 중에서도 멜로디가 좋았던 '꽃이 피는 첫걸음'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눈이 갔다. 특히나 편집된 영상을 보니, 식당 혹은 여관에서 일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는데, 내가 하는 일과 전공이 이쪽인지라 더 눈이 갔나보다. 

그리고 감상했다.

 

 

내 첫인상은 유효했다.

'꽃이 피는 첫걸음'은 주인공인 도쿄소녀 '오하나'가 '희취장'이라는 지역의 료칸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내용이었다.

조모께서 운영하는 곳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사건 사고를 거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였는데, 꽤 재밌었고 명작반열에 든다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도 한번쯤 꼭 감상했으면 좋겠다.

특히나 '료칸'이라는 일본 관광업의 한 부분을 보았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일본스럽게 과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뭐 과한 액션은 그들의 문화 중 하나니까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

 

'꽃이 피는 첫걸음'의 전체적인 느낌 및 감상이 있다면 바로 '소속감'과 '일하는 뿌듯함'이었다.

희취장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료칸이지만 극중에서는 그 명성이 쇠퇴하는 중이었다. 종사자의 수도 종전에 비해 줄어들었고, 손님과 매출도 감소하고 있으며, 주위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이나 다른 더 잘나가는 료칸에 비해 인지도 역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작은 집단이라서 10명 남짓한 직원들은 서로간에 유대감이 깊고 희취장에 대한 애착 역시 남다르다. 이것은 '꽃이 피는 첫걸음'의 수학여행 편에서도 대형 료칸과 비교하여 그 특수성을 잘 나타내었다.

 

이는 사회학자 뒤르켐의 '기계적 연대'의 개념과 상통하는데, 집단이 커질수록 분화가 일어나고 서로간의 유대감은 줄어든다. 이것을 '유기적 연대'라고 한다면, 전통방식의 소수집단의 개념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각 개인의 역할은 다양해지며 서로간의 유대감은 돈독해진다. '꽃이 피는 첫걸음'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가치에서 나타나는 시청자들의 향수 및 만족감을 잘 이끌어내었다.

 

결국 이러한 소속감은 극의 말미에 아쉬운 대치상황을 이어지지만, 결국 뭐 성장물이 그러하듯 해피엔딩을 맞는다.

 

'꽃이 피는 첫걸음'에서는 일하는 기쁨에 대해서도 잘 나타내었다.

요리에 소명이 있는 주방 3인방이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도우미. 항상 적극적이며 열심히 일하는 주인공. 그리고 묵묵히 일하는 나이든 하우스맨 등등. 작중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각각 자신의 목적과 신념을 갖고 희취장에서 일을 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며 성장해간다.

특히나 돈을 받는 장면에서 역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기쁜 일인지 잘 나타내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부모에게 30이 넘는 나이까지도 손을 벌리는 우리 세대의 사람들에게 가하는 일침이라고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인걸까. 하지만 고등학생의 나이로 일을 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고 스스로를 개발해나가는 주인공 3인방이 꽤 멋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숙박업에 대한 세밀한 묘사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하우스맨 '마메 할아버지'의 하우스맨 로그였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과, 게다가 그것이 하우스맨이 작성하고 소소하고 미미한 특이사항까지 기입된다는 것은 업계 종사자중에서도 하우스키핑 부서 사람들만 아는 것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나도 내가 하우스맨을 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거라서 작중에서 하우스맨 로그가 나왔을 때 반가움마저 들었다.

 

어쨌든 좋은 작품 잘 봤다.

자극적이지 않으며 배울 점이 많은 애니였다. 더 나아가 교육적으로도 추천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위에 적은 내용 이외에도 캐릭터 각각의 연애전선이나, 개인적 고민, 모녀갈등, 희취장의 위기 등 다채로운 내용이 즐비하니, 꼭 교육적인 목적으로만 접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꽃이 피는 첫걸음'의 가장 큰 특징은 작화가 멋지고, 주인공과 친구들이 예쁘며, 작품이 재밌다는 것이다. 위에 장황하고 거창하게 리뷰를 해놨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봐도 충분하다.

게다가 26화라는 긴 에피소드와 극장판도 하나 있으니, 작품을 즐기는 시간이 짧지 않아 좋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모든 것이 끝나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희취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안주인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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