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분의 부담스럽지 않은 상영시간.
시종내내 현실적인 묘사와 위트있는 멘트로 끝까지 집중하여 볼 수 있는 영화.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벨의 한국영화가 있다.
제목은 '미운 오리 새끼'. 영화 친구로 유명한 곽경택 감독의 2012년 작품이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각 배우들이 역할을 너무 잘해서 몰입이 쉽게 되었고, 특히 대사를 치는게 맛깔나서 계속 재미있게 보았다.
내용은 주인공이 정신병력이 있는 아버지로 말미암아 6개월 방위를 받고 생활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주인공 '낙만'은 보직은 이발병이지만, 기원을 운영하는 집안내력과 사진업에 종사하였던 아버지로 인해 바둑병과 사진병까지 겸하게 된다.
이발병으로서의 이야기.
이발병 보직을 받아 곧 전역하는 선임병에게서 아날로그 바리깡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곧 대대장과의 바둑으로 대대 내의 평화를 유지하며 인사계와 딜을 쳐서 전기 바리깡을 보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기원을 운영하시던 할아버지의 바둑판을 바치게 된다.
이외에도 자신을 물먹인 말년병장 머리를 그지같이 깎아서 복수하는 내용이나(고의는 아니었지만 ㅎㅎ), 자신을 갈구려고 온 중대장의 귓볼을 잘라버리는.... 이 역시 고의는 아니었지만 유쾌한...??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앙심을 품은 중대장이 방위들도 영창 근무를 시킴으로써 이발병으로서의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바둑병으로서의 이야기.
처음에 대대장에게 승리를 거두고 다음에 역전패를 함으로써 대대의 평화를 지키는 방위병 낙만.
인사계는 매우 좋아하며 이때부터 낙만의 편이 되어준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여하사가 자기는 차버리고 서울대 출신의 헌병과 모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자 분노.
대대장을 바둑으로 쳐부셔버린다.
'근무들어가?'
'아니~~!! 대장님 박살내러!'
대장님이 박살나던 중 눈치없던 중대장이 들어와서 깐족대다가 귀싸대기를 맞던 장면도 있었는데,
굳이 이 영화의 빌런인 중대장이 주인공 낙만에게 더더욱 적대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병으로서의 이야기.
사진병으로서의 이야기는 굳이 인상깊은게 없었다.
다만, 미술전공한 사람에게 운동장 줄긋게 하는 군대의 일상이 연상됐다.
헌병으로서의 이야기.
중대장이라는 빌런이 등장하면서 주인공은 영창에서도 근무하게 된다.
그러면서 '행자'와 '박일병'과 만나며 극의 위기가 고조되고, 낙만의 내면에서도 갈등이 일어난다.
전반적으로 짧은 시간에 다사다난한 사건사고들을 조잡하지 않게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상영시간이 짧아서 전개가 빠르고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놓치기 싫은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인사계가 라면을 시간에 딱딱 맞춰서 끓이게끔 취사병을 지시하는 장면. 이 어찌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에 만전을 기하는 인사계가 어찌나 웃기던지.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깊던 인물이 인사계였는데, 군생활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장기근속한 부사관과 새로운 부임한 장교의 마찰이나(이건 중대장이 또라이였지만), 마음대로 주인공 낙만을 퇴근시키는 월권행위호기로움 등. 그리고 그렇게 편들던 낙만에게 싸인하라고 부드러운 종용을 하는 모습까지 딱 내가 겪었던 군인을 고스란히 묘사해놨다.
인물들 한명한명이 연기를 너무 잘했는데, 캐스팅을 보니 현재 그렇게까지 유명해진 배우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이니 꼭 한번씩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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