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둘레길 4코스를 돌고.....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니 시계바늘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이 늦은 것도 늦은거지만, 전날 4코스의 산행으로 몸이 고단했던지라 그냥 5코스는 나중에 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그 때 굳이 부지런함이 샘솟았을까.
일어나서 5코스로 향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늦게 출발했던 그날, 저녁에 길잃어서 아주 큰일날뻔했다.
안일한 마음으로 출발한 것도 있었다.
앞의 서울둘레길 네 코스를 항상 지도에 기재된 예상소요시간보다 훨씬 밑도는 시간에 끝내왔고, 이번에도 그러리라는 생각에 늦은 시간에도 서울둘레길을 돌러 출발할 수 있었다.
거리는 12.7km. 그리 부담스러운 거리도 아니었다.
...
모든 것은 '계획적'으로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길을 잃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4코스를 마무리지은 사당역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12시 40분.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때 아차 싶었지 뭐야.
저거 꽤 높은데 설마 저기까지 다 올라가겠어? 하하하하하..
...
거의 다 올라간다.
관악산 안내도의 빨간 길이 서울 둘레길이다.
이렇게만 보면 산자락을 따라 평탄한 길을 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고생했다 진짜 으유.
관음사입구를 지나 쭉 올라간다.
여기까지도 오르막길이었는데, 계속 올라간다.
그리고 내려간다.
또 올라간다.
내려가고 올라간다.
이제 내리막길 보여도 하나도 안반가워진다.
내려갔다는 것은 다시 올라간다는 복선이니까.
완전 높이 올라왓는데 주거지역이라서 깜짝 놀랐다.
분명 산 꼭대기까지 올라온 것 같은데 빌라가 서있네.
관악산은 서울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한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그 다음이 바로 이곳 관악산.
그래서 그른가 올라가도 정상이 뵈들 않네.
산속에는 도서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이거야말로 탁상행정.
책을 읽을 사람들이라면 아예 나올 때 책을 들고 나왔겠지.
전망대에서 본 서울 풍경은 역시나 음.... 회색도시였다.
아쉽게도 서울둘레길 5코스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내는 아름답진 않았다.
아름다운 서울시내를 관망하고 싶거든, 2코스를 강추한다!
음.. 이쯤 오니 주구장창 시야에 보이던 롯데타워는 슬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63빌딩이 간간이 보였다.
사람들은 산 여기저기에서 막걸리에 홍어를 자시고 계시던데 그러다가 진짜 큰일나요 어휴.
강감찬 장군의 생가 '낙성대'.
낙성대라고 서울대 가는 지하철역인줄로만 알았지, 강감찬 장군의 생가인 줄은 몰랐다.
서울둘레길의 호작용이 또 발현되었다.
내가 굳이 가보지 않을 곳을 이렇게 발견하고 걷게 된다.
뿌듯.
이 이정표를 봤을 때, 사당역에서 출발한지 고작 1시간밖에 안걸렸었다.
그래서 이 날 되게 빨리 코스를 끝내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도차할 줄 알았다.
나의 착오였다.
근데 서울대 위치선정이 왜저래? 산에다가 학교를 올려다 놓은건가 산에 둘러쌓인 곳에 학교를 지은건가.
크으.... 처음으로 보는 '샤'.
앞에는 번데기파는 노점상들이 무지 많았다.
당연히 한컵 먹었당~
고단백의 번데기는 등산하기 전에 스태미너를 보충하기 알맞은 음식이지!
관악산 입구에는 서울둘레길 안내센터가 있다.
음... 참 희한한 일이야.
난 분명 5코스 초입부터 관악산으로 출발했는데 강감찬 장군 생가쪽에서 관악산을 하산했고, 서울대를 지나 다시 관악사에 등정한다. 관악산이 몇개인거 도대체가.
입구로 들어가면 5코스 두번째 스탬프함이 나온다.
딱 봐도 오우거네.
코스를 잠시 벗어나서 국기봉에 올라 서울 전경을 바라봤다.
크으... 감성 터져.
코스에서 약 100미터정도 벗어난 곳이었는데, 돌산을 기어올라가야해서 고생좀 했었다.
산자락까지 내려왔건만 설마 저길 다시 올라갈려고? 하하하하..... 저기 올라간다.
길이 이따위로 오르락 내리락이면 도란도란 걸을 수가 없어.
5코스 주요지점인 '호암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난 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다.
여기서 아마 내려가야했을 것이다.
근데 난,
굳이 안올라가도 될 오르막 계단길을 구태여 찾아서 올라가는 수고를 하였다.
내가 미쳤었나보다.
'서울 둘레길'이 아니라 '호암산 능선길'이라고 돼있었는데 저길 도대체 왜 올라간거지?
나무계단 돌계단 등등 계에에에에에에속 올라가서 하늘이 탁 트일때까지도 내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전망은 좋네. 멋져부러.
전망이고 나발이고 살려주세요!!! 으아아앙~~~!!!!!
이러다 해떨어지면 어떡하나 엄청 걱정했다.
사람들이 하산하는 시간이라 인적조차 뜸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어쩌다 마주친 한명인가 두명의 등산객들에게 물어물어 5코스의 종착점, 석수역으로 가는 길을 가늠했다.
이정표 찾았다 ㅠㅠㅠㅠ
이정표가 이렇게 중요하다.
호암사에서 그냥 아래로 쭈욱 내려갔으면 될 것을 난 저기 파란 화살표로 표시된 길을 따라 정상까지 찍고 우회했다. 아.... 지금이니까 이게 추억이지 저 당시에는 정말 어휴... 너무 무서웠다. 산에서 밤샐까봐.
아 드디어 내려왔다.
평지가 보인다.
살았다.
감사합니다 ㅠㅠㅠ
고생고생하며 도장 세개를 공수했다.
드디어 종착지 석수역.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시간은 4시 20분..... 윙? 별 생 난리를 다 쳤었는데 그다지 늦지 않았네???
돌발상황이었던지라 마음만 급했던건가 어휴.
하지만 내 얼굴과 팔에는 소금이 서려있었고, 오후 반나절동안 얼마나 고생한건지 너무나도 명확했다.
몸에 이렇게 온통 소금이 서리는건 1코스 이후로 처음이었던 듯 싶다.
서울둘레길 5코스는 등산화를 신고 갔었다.
덕분에 바위길의 험난한 코스는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었지만, 집에 와서 샤워해보니 발가락 군데군데에 물집이 잡힌 것이 보였다.
진짜 발이 혹사당한 날이었구나...
그래도 험한 코스. 다사다난했지만 결국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었다.
이제 서울도 절반은 돌았나? 헿...
다음 코스는 안양천의 6코스.
서울둘레길 여덟코스 중 가장 쉬운 코스였다.
정수리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만 없었다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