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유독 내가 갔던 날만 그랬던건지는 몰라도 서울 둘레길 3코스는 사람냄새가 난다고 해도 좋을만큼 지역 거주민들이 둘레길 곳곳에 위치해있는 운동기구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었다.
2코스에도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2코스와 3코스의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2코스는 '찾아가는 곳'이라고 표현하고싶고, 3코스는 '동네 뒷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도에 표기된 바에 따르면 1코스는 상급코스 2코스는 중급코스, 그리고 3코스는 하급코스다.
단연 쉽다는 말이다.
실제로도 3코스는 2코스에 비해서 평지가 많았으며, 산에 오른다하더라도 많이 야트막해서 부담이 없었다. 3코스에서는 굳이 등산화나 트래킹화를 신을 필요없이, 런닝화로 충분할 것 같다.
단, 26km의 장거리 코스로 14km, 12km였던 이전 두개의 코스와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
위의 지도에서도 예상 소요시간이 9시간이라고 쓰여있지만, 크크킄큭킄킄ㅋ킄ㅋㄱ큭. 난 5시간 반만에 주파를 완료했지.
긴 소요시간에 겁먹고 아침 일찍 출발하여 3코스 시작저인 5호선 '광나루역'에 도착했는데, 음.. 덕분에 휴일의 오후가 길어졌긴 했지만, 굳이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광나루역 앞에는 토스트집과 설렁탕집이 있었다.
아침을 여기서 해결해도 좋다.
토스트와 오뎅국물로 배를 채우고 6시 45분이 조금 안된 시간에 길을 나섰다.
한강을 걸어서 건너는건 처음이었다.
이른 아침 도로는 출근하는 차량들이 하나 둘 씩 몰려들었으며, 저 멀리 롯데타워가 우뚝 서있는게 보였다.
아침 공기가 싱그러웠고, 기분좋은 강가의 산책을 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한동안은 평지가 계속된다.
대부분이 강가나 하천길, 도심의 길이고, 산길이 차지하는 비중은 3코스의 절반도 안된다.
이른 아침 강가에서 운동하는 서울 시민들과 부대끼며 걷다가, 학창시절 국사교과서에서나 보던 암사동 움막 유적지도 지나가본다.
역시 이런게 서울둘레길의 매력인 것 같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갈 수 있고, 한강도하처럼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볼 수 있다.
광나루역에서 걷기 시작한지 한시간은 넘었을까.
고덕산에서 산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고덕산은 야트막한 동산수준이고, 그나마 길지도 않다. 무난하다.
고덕산에서 빠져나와 두번째 스탬프함으로 향할 때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곤란했었다.
하지만 우체통은 지도에 나온대로 E마트 건너편에 있다.
이마트방면으로 걸으면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여기에서도 다른 둘레길, 이른바 '강동그린웨이'와 서울둘레길이 합류하여 같이 가게 된다.
3코스에는 운동하는 거주민도 많지만 학교도 많다.
3코스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태를 표현해놓은 서울인 것 같았다.
일자산.
일정고도의 평지를 주욱 나아간다.
길이 일자여서 일자산인가?
가볍게 패스. 높지도 않고 평탄했다. 힘든 길은 아니었다.
나름 짧은 산길이 끝나고 이제 남은 것은 긴 평지길이다.
방이동 생태보전지역에서 세번째 스탬프를 찍었다.
걸음을 재촉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보인다.
88올림픽. 난 2018올림픽 선수촌에서 일했었는데.. 헿..
부촌 송파구의 아름다운 성내천을 걷다보면.
2019년 9월 말에는 서울둘레길 루트가 공사중에 있었다.
이 때엔 안내책자 지도와 스마트폰 지도앱을 보고 우회해서 서울둘레길 정상루트에 합류했었다.
저 공장 뒷길로 갔던 기억 나는데, 지금은 공사가 이미 완료되었겠지.
깔끔하게 정비된 서울둘레길 겸 지역사람들의 산책로를 걸으며 느낀 점은, 역시 돈많은 동네다 싶었다.
길 참 예쁘다. 걷고 싶은 길이었다.
트래킹 완료까지 1시간은 남았을까.
도서관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루트는 장지천과 탄천. 수서역으로 햐하는 이 곧고 정비된 길이 날 인도한다.
지루하긴 하다.
그저 하천 옆을 주욱 걷고 있을 뿐이니.
하지만 생각없이 이렇게 걷는게 웬지 건강해지는 느낌이 났다.
1코스 이미 고생을 해서 그런가,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고작 이제 3번째 코스였는데도 이미 내 체력은 많이 올라와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3코스는 길이가 긴만큼 도장이 4개나 있었다.
마지막 도장은 탄천이 끝나 올라가는 육교 초입에 있었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연을 표현한 3코스의 도장 그림들이 썩 마음에 든다.
그리고 하루종일 지속될 것 같던 일정이 반나절만에 완료된다.
사실 3코스는 추천하기에는 별로다.
평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길이가 길어서 한번에 끝나기에는 지루하고 시간이 오래걸린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표현했지만, 나의 거주지는 이 때 노량진. 사람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곳이어서 딱히 별 감흥도 없었다.
게다가 한번 크게 넘어져서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어서 그런가 딱히 즐겁게 기억되진 않는다.
하지만 한강을 건너는 경험과 그 전경, 교과서에서나 보던 선사시대의 움막촌, 그리고 일자산에서 만난 산고양이(얘 진짜 납치하고 싶었는데 ㅠ) 등 서울둘레길의 다른 코스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비경을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었으니 이걸로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코스를 돌고나니, 지도에 적힌 소요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기재된 시간은 빠른 성인 남성의 걸음이, 그러니까 코스 최단시간을 근거하여 소요시간을 적어놓은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즉, 나의 속도는 예상 소요시간의 3분의 2정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예상은 서울둘레길의 마지막코스, 9코스에서 크게 맞아떨어지게 된다.
3코스를 마치고 4코스를 지도로 둘러보며 여운을 즐겼다.
절이 많던 4코스의 서울둘레길은 초반부터 산길로 조지는 극악스러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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