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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2019 서울 둘레길 완주

[서울둘레길 완주 1] 서울둘레길 1코스. 도봉산-수락산-불암산-화랑대. 미친 산악코스. 괜히 시작했다.

아스라이39 2021. 3. 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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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처음부터 느꼈던 것은 '괜히 시작했다'였다.

2019년 가을, 아직 날이 더울 때 서울 둘레길을 돌기 시작했는데,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은 그다지 상관없었다.

1코스 내내 산악코스여서 나무들이 햇빛을 막아주었고, 산 정상부근이나 바위 능선을 걸을 때나 강렬한 햇빛이 내 몸을 뜨겁게 달구었었다.

 

시작은 종점의 또다른 이름.

도봉산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 걸으면 '창포 수목원'이 나오는데, 이곳이 서울 둘레길 157km코스의 시발점이다.

시작지점답게 둘레길 완주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갖추고 있었다.

스탬프북과 지도, 그리고 완주 후 받을 수 있는 뱃지였는데, 내가 맨 처음 방문했을 때에도 누군가 나오고 있던게 아마 뱃지와 기념장을 받으러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스탬프북은 모두 소진되어 없을 수도 있으니, 하루 전이나 사전에 문의하여 불상사가 발생치 않도록 하자.

 

 

우체통을 재활용한 듯한 스탬프함이 서울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안에는 도장과 스탬프잉크가 있는데 음... 유독 1-1 우체통에만 스탬프잉크가 없었다.

그래서 맨 첫 도장을 저 모양으로 찍어놨다.

이거 괜찮을까싶어서 서울둘레길 관리사무소에 가서 물어봤는데 딱히 개의치 않으셨다.

....생각해보니, 1-1우체통은 코앞에 있는건데 굳이 내가 여길 왔다고 증명할 필요는 없는거잖아?

다행히도 1-1을 제외한 모든 우체통에는 스탬프잉크가 제대로 비치되어 있었고, 도장을 애매하게 찍어서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 때 물이나 먹을거리를 안챙기고 출발했었다.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참으로 놀라웠다.

서울 곳곳에 이렇게 생긴 이정표가 구비되어있었다니.

서울둘레길을 돌기 전까지는 전혀 보지 못했던 이정표들이 눈에 들어왔다.

혹은 내가 서울둘레길 코스를 지나간 일이 없어서 이러한 것들을 못봤을 수도 있겠지.

 

 

서울둘레길은 각 지역의 근사한 길을 개척해놓은 것이다.

즉, 지역사회에서 만들어놓은 다른 많은 둘레길들과도 중첩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고생길 시작.

서울둘레길은 계단길이다.

계단을 주구장창 오르고 내리고 아주 죽을 것 같았다.

나무계단 돌계단 철계단 등등.... 보기만 해도 토쏠려.

 

 

먹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버섯무리.

 

 

높은 산에 오르니 경치가 너무 좋다.

이 맛에 등산하는거지.

마침 전날 비가 와서 하늘이 개어있었다.

보통은 미세먼지때문에 이런 파란 하늘 못보지 싶다.

 

 

1코스에는 당고개쪽에 분기점이 있다.

산으로 빙 둘러가는 산악코스와 시내를 지나가는 도심의 길.

도심으로 가자.

산악코스로 가면 절이 하나 있긴 한데, 그 외에는 딱히 매력을 못느꼈다.

하지만 극기를 하기 위해, 운동을 하기 위해, 좀 더 보기 위해, 아니면 이지 난이도보다는 하드코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악코스로 진입하자. 내가 그랬다. 죽는 줄 알았다 어휴.

 

분기점이 만나는 삼거리, 철쭉동산에는 두번째 스탬프 우체통이 있다.

 

 

두번째 우체통까지는 약 3~4시간정도 걸린다.

성인 남성걸음 기준이고, 난 무지 빠르게 걷는 편이라 좀 더 신속하게 왔...을 것이다. 아마도??

 

이 근처에 화장실도 있고, 음수가 가능한진 모르겠지만 약수터도 있다. 

음수가 가능하든 안하든 여기서 물마셨다.

수락산쪽을 지날 때 루트에서 이탈하여 편의점에 가서 이온음료를 사서 이동했는데, 이미 물통은 텅 비어있었다.

 

꼼수를 부리자면 여기서 둘레길 1코스를 마쳐도 좋다.

1코스 세번째 우체통은 2코스 시작지점인 화랑대역 앞에 있다. 그러므로 2코스를 시작할 나중에 1코스 마지막 도장을 같이 찍고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1코스 두번째 우체통은 당고개역 근처에 있다.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주 수월하단 말씀.

...

그러나 난 계속 고생을 한다.

 

 

그렇게 또 세시간을 더 걸어서 드디어 흙길이 끝나고 도보가 나왔다.

망할 나 진짜... 그래도 평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계속 오르락내리락 죽는 줄 알았다.

지금이야 뭐 아홉코스 모두 끝낸 마당에 다시 한번 도전할 의향이 있지만, 이 때의 나는 시작한걸 엄청 후회했었다.

문명의 사회로 돌아오자마자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게토레이 2+1을 샀다.

600ml짜리 하나를 편의점 그 자리에서 원샷하고, 하나는 전철에서 먹고, 마지막 하나는 집으로 가져왔다. 아 눈물나 ㅠㅠ

 

 

도심에 새겨진 서울둘레길의 이정표를 보며 웬지 웃음이 났다.

 

 

1코스 마지막 도장은 화랑대 역밖에 비치된 우체통에서 찾을 수 있다.

역에 도달했을 때 우체통이 어딨지? 하면서 주위를 찾아보았는데, 역에서 도로를 건너가야 우체통이 있다. 

 

이렇게 6시간 반이 걸렸던 서울둘레길 1코스(난이도 상)가 끝이 났다.

지도에는 14.3km라고 되어있는데 이건 이지코스로 갔을 때의 거리인 것 같다.

나의 만보기 앱에는 25km걸었다고... 되어 있었으니 각오를 다부지게 하고 도전하자!

 

1코스에서 유의해야할 점은 편의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코스 루트 내내 편의점은 도봉산역 시작지점과 화랑대역 도착지점 부근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창포 수목원을 나서서 약간 아파트촌? 같은 곳에 들어설 때가 있는데, 그 곳을 벗어난 순간 편의점과는 안녕이다. 다음번 편의점은 6시간 후에 나타나거나, 코스를 이탈하여 찾아가야 한다.

 

산악코스인데 반해 물을 보충할 곳이 별로 없으니 수분관리에 신경쓰자.

자연스레 식당도 찾아볼 수 없는데, 수락산쪽에 가든이 몇개 있지만, 굳이 그런데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리고 느낀점은 거밋줄.

거밋줄이 너무 많았다. 봄이 시작되는 지금은 가을보다는 거밋줄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9월의 서울둘레길 1코스에는 거밋줄이 많아서 여러모로 신경쓰였다.

아마 지금은... 뱀을 조심해야하지 않을까싶다.

 

이렇게 날 식겁하게 만들었던 서울둘레길 1코스 완주가 끝났다.

엉망진창인 상태로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간 나는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곤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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