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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2019 제주 올레길 완주

[제주 올레길 1] 올레길 1코스(반나절). 시흥초 - 목화휴게소 - 광치기해변. 오름에서 감상하는 성산의 아름다운 모습.

아스라이39 2021. 3. 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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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름과 말미오름에서 느끼는 제주의 산과 들과 바다.

제주 동부해안의 매력.

그리고 성산일출봉.

 

소요시간 : 8:00 AM ~ 12:30 PM (4시간 반)

길이 : 15.1km

 

https://www.jejuolle.org/trail/kor/olle_trail/default.asp?search_idx=1

 

"아담하고 예쁜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사시사철 푸른 들을 지나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 조각보를 펼쳐놓은 듯한 성산포의 들판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주올레 패스포트에는 각 코스에 걸맞는 한구절의 문구가 각 페이지마다 적혀있다.

읽어만봐도 1코스가 얼마나 수려한지 가늠할 수 있는데, 실제로 본 올레길 1코스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완만한 경사와 평지가 대부분인 제주에서 오름에 오른다는건 대도시의 타워에 올라 아래를 구경하는 것에 비견되는 일이었다.

 

 

 

제주시에서 201번 버스를 타고 제주올레길 1코스의 시작점인 '시흥초등학교'로 향했다.

같은 201번 버스더라도 성산에서 분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사님께 시흥초로 가는지 정확히 물어보고 타야한다.

 

201번 버스의 기점은 제주시 버스터미널이다.

터미널 바깥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어떤 노신사 한분이 나에게 묻는다.

"201번 버스타시려구요?"

"네"하고 대답하니,

"201번 안에서 타야하는데!!!"하며 황망해 하신다.

나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황급히 터미널로 들어가 버스에 올랐다.

 

결론적으로 나는 제주 인심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냥 극단적으로 말해서 싸가지 없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올레길을 시작할 때 만났던 이 노신사분과 더불어 나중에 길가에서 마주친 어르신. 이 딱 두분으로 인해, 남들에게 제주 인심을 함부로 욕하고 있지는 않는다.

 

6시 10분에 버스에 올랐고, 10~15분마다 버스가 있다.

 

 

올레길 1코스 시작점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8시. 이미 하루의 약 두시간을 손해보고 시작한다.

아무리 더운 제주지만, 11월 초 제주의 아침은 쌀쌀해서 덜덜덜 떨었었다.

 

올레길 시작점에서는 간세모양의 스탬프함과 지도, 안내문구를 볼 수 있다.

맨 처음이라 새삼 새로웠던거지 나중에는 별 느낌이 안들긴, 매번 반갑다. 간세가 보였다는건 새로운 시작이나, 어느정도의 성취, 그리고 일정을 완료했다는 안도를 뜻하기때문에 저 파란 망아지를 보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자알~ 찍혔다.

싱그러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화산섬이라 그런지 진짜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검은 흙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제주 올레길이 무료 뚜벅이 투어라고는 하지만, 올레 패스포트 및 다양한 굿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올레길을 정비하고 있다.

제주올레에서 관리하는 화장실도 군데군데 설치되어있고, 이정표도 파란색과 주황색으로 정방향과 역방향을 구분하여 깔끔하게 설치되어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제주올레 안내센터에 도달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안에서는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난 구입하지 않았지만, 아마 여기에서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구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내 평생의 첫 오름. 말미오름에 오른다.

소, 말을 조심하라는 안내표지판이 있었는데, 난 이 때 몰랐다. 실제로 출현할 줄 몰랐다.

처칠의 북극곰 주의 표시판이나 호주의 캥거루 주의 표시판처럼 혹시나 있을 경우를 대비하는건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올레길의 각 랜드마크마다 간세모양의 안내문구가 쓰여있다.

그리 많이 설치되어있지도 않으니, 위와 같은 표시판을 발견하게 된다면 천천히 읽어보고 지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각 산악 동호회에서 왔다간 흔적인데...

역시 1코스의 시작부분이라 도전한 사람들이 어마무지하게 많나보다.

 

 

오름은 대개 급경사로 되어있다.

고로 26개의 코스를 돌면서 오름을 마주칠 때마다 항상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올라오고 뒤를 돌아보면 피로한 것도 잠시 잊고 활력이 솟아난다.

 

경치 미쳤다.

오름이 야트막하게 솟아있는 지평선의 아름다운 뷰가 내가 왜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대답해준다.

 

한쪽에는 성산일출봉이 뜨거운 태양아래서 햇볕을 쬐고 있었는데, 사진으로 봐도 눈이 부시네.

성산일출봉은 올레길 초반루트를 돌 때 지속적으로 보인다.

올레길이 주로 해안을 따라 걷거나 높은 곳을 지나가기 때문에, 그리고 마을길을 걷기 때문에 성산일출봉의 산만한 덩치를가릴만한 높은 무언가가 없다.

 

구획구획 나뉘어져있는 논과 밭도 초록의 다른 경관들과 어우러져 눈이 즐겁도록 예뻐보였다.

 

 

그리고 만난 소.

두둥.

비키질 않아서 돌아갔다.

한번 만져보고 싶었는데, 음... 그러진 않았다.

 

 

바람과 갈대소리가 기분좋게 들린다.

 

 

 

사단법인 '제주 올레'에서 관리하는 화장실.

깔끔하다.

그리고 올레길의 적재적소에 계속 설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개의 오름을 돌고 다시 시흥초로 돌아와 '종달리'라는 마을을 지나간다.

시흥초는 마치 분교와 같을 정도로 학생들이 적었다.

운동장에는 오직 예닐곱의 학생들만이 축구를 하며 놀고 있었다.

 

종달리에는 유독 갤러리, 작업장이 많았는데, 젊은 이들이 이곳에 와서 예술활동을 하나보다.

갤러리는 나중에 방문할 제주의 서쪽, 한림읍 쪽에도 많이 있다.

 

 

드물게 코스 총 길이와 현재 얼마나 왔는지 나타내주는 안내판도 보인다.

장거리 코스의 트레킹에서 이러한 정보는 은근히 힘이 되어준다.

...혹은 절망을 주기도 한다.

 

 

해안도로로 나왔다.

아 또 가고 싶다. 이렇게 보니까 너무 좋네.

예쁘장하게 설치되어있는 돌 테이블에서 CU에서 구입한 빵과 음료를 마셨다.

 

종달리 CU편의점에서 샀는데, 인사를 해도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해도 씹어넘겨서 기분이 많이 상했었다.

 

 

올레길 1코스는 26개 루트의 마지막 간세를 지나친다.

이 간세를 다시 보게 되는 날은 이로부터 약 40일 후.

길고 고단한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올레길 1코스의 중간지점 스탬프의 간세가 보인다.

올레길의 대부분의 코스는 평지와 오름의 콜라보로 이루어져있다.

1코스에서는 사실상 중간지점까지 왔다면 사실 경사코스는 이미 끝나고 평지코스만 남게 된다.

....잠시 후 나올 성산일출봉만 올라가지 않는다면 고생하지 않고 1코스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려있는 한치들.

저 멀리 보이는 일출봉을 설마 올라가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성산일출봉은 올라가지 않아도 되고, 올라갈 필요도 없으며, 루트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번 일출봉 등정이 살면서 세번째인데, 항상 올라갈 때마다 '다음에 오면 오르지 말아야지'다짐하면서도 막상 근처에 가게 되면 못내 아쉬워 오르게 된다. 그리고 후회한다. 반복된다. 어리석구나.

 

성산일출봉에 도달하기전.

성산포항종합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우도를 갈 수 있다.

우도에는 올레길 1-1코스가 있으므로 하루에 두코스씩 돌 사람들은 잠시 들어갔다 나와도 된다.

하지만 어쨌든 배를 타고 들어갔다 나와야하는지라 우도 자체만으로도 하루일정 코스를 짜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중에 놀러오는 사촌동생과 같이 우도여행을 하며 올레길 1-1코스의 스탬프를 찍고 다녔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우도가 보이는데, 저게 어떻게 소가 누워있는 모습인지 알 수가 없네.

 

 

그래. 오른다. 성산일출봉.

아직 마지막 도장이 있는 '광치기 해변'에 다다르기 전에 성산일출봉 입구를 지나친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일인데, 제주의 랜드마크인 성산일출봉을 그냥 지나치기가 뭐해서 또 후회할 짓을 한다.

 

 

이 또한 거처를 잡고 제주생활을 하며 올레길을 도는 이점 중 하나다.

제주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면 제주도민이 되어 제주도 내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인 혹은 무료이용할 수 있다.

제주도민 1명. 총금액 0원의 위엄.

음.. 그래. 이 대 공짜라서 올라간 것도 없잖아 있었지.

 

 

걷는다.

오른다.

수학여행으로 온건지 학생들이 많았다.

위로 오르는 그들의 한숨과 푸념소리가 진정성있게 들리더라.

 

 

정상.

사실 별 감흥은... 없다.

역시 성산일출봉.

멀리서 봐야 예쁘군.

 

 

내려가는 길 무섭다.

 

 

하산완료.

올라가면서 후회하지만 내려오면 보람찬 성산일출봉.

거듭 이야기하지만 일출봉은 올레길 정규루트에 포함되어있지 않는다.

그냥 지나치다 아쉬워서 들르는 것이다.

 

 

평지가 지루하긴 해도 너무 좋아.

 

 

제주 곳곳에서 43사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광치기해변의 다소 낡은 간새 스탬프함을 끝으로 제주 올레길 425km의 대장정. 그 시작인 1코스를 종료한다.

 

 

앞으로 이걸 25번만 더 하면 된단말이지? 흐음....

 

다리 엄청 아팠다.

쉬지 않고 몇시간을 주구장창 걷고 오르고 내리고를 했으니 온 몸이 골골댈만도 하지.

 

어느덧 시간은 12시 반이었다.

 

바로 2코스로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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