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메시'라는 말이 있다.
나고야에서는 볼 수 있지만, 어디서 보기 힘든 음식들을 나고야 메시라고 하여 칭하고 있는데,
이번에 포스팅할 '키시멘'도 마찬가지. 나고야 메시다.
...사실 이게 일본에서나 '나고야 메시'인거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쉬운 면요리 중 하나이다.
칼국수.
면이 납작한게 칼국수의 그것과 꼭 닮았더라.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칼국수를 카레에 담궈서 주거나 그러진 않을테지만, '나고야 메시'라고 칭하는 것 치고는 신기방기한 맛이 전혀 없었다.
https://goo.gl/maps/HjpDUt1KYejavoT79
멘도꼬로 미노야 めん処 みのや.
구글맵으로 찾으려해도 일본어로밖에 쓰여있지 않아서 찾기 힘든...
읽는 것도 어떻게 읽을지 몰라 구글 번역기에 복사한 후 스피커 기능을 통해 알게된 이 식당의 이름은
'멘도꼬로 미노야'다.
'멘도꼬로麺処'는 국수라는 뜻. 여기는 국수집이라는거다.
이것도 검색을 통해 알아봤다.
아니 근데 외관을 보니까 상호가 안적혀있네.
'생소바', '키시멘' 이렇게만 쓰여있어.
여기가 소위 말하는 그 '간판이 없는 집'같은건가...
이건 구글에서 긁은 사진 ^_^
저렇게 세로로 상호가 쓰여있구나 ^____^
난 이걸 못봤지 뭐야 헿...
여튼 고단한 시라카와고 일정을 마치고 나고야로 돌아오자마자 이곳으로 갔다.
마감시간은 오후 8시 30분.
내가 나고야에 도착했던 시간은 7시 30분. 서둘러야 했다.
바깥에 메뉴판이 있는데, 진짜 100%일본어. 관광객에 대한 배려 1도 없는 100% 현지 식당이다.
완전 맘에 들어.
내가 고등학생 때 제 2외국어를 일본어로 한 사람이란말이야.
어찌저찌 더듬더듬 읽어내며 '에비텐카레-우동'. 새우카레 우동을 시켰다.
여기서 적힌 '우동'은 우리가 아는 그 우동면발이 아닌, 칼국수 형태의 '키시멘'으로 나온다.
주인아주머니까 이거 키시멘 맞냐고 물어보니까, 우동이 키시멘이라고 하시더라.
분명히 난 일본어를 눈꼽만큼만 알아서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소통을 했다는게 개신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테리어가 진짜 미쳤다.
일본분위기 그 자체였다.
붓글씨체로 인쇄해서 벽에 붙여놓은 메뉴마저도 일본스러운데, 진짜 외국인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는 1도 없는걸까 싶었다.
가게에는 마감직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숙소를 가는 길에 지나쳤을 때에는 한 가족이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하는게 창너머로 보였었는데, 다시 와보니 그들의 흔적만 남아있더라.
이제 곧 마감인지라 주인내외는 급하지 않게 슬금슬금 마무리를 하는 것 같았다.
가게에 들어서자, 여사장님이 나한테 뭐라고 일본말을 하신다.
그 와중에 내가 들은 그 문장. 고항가 나이. 밥이 없어.
아아아. 난 '에비텐 카레 우동 구다사이'하고 말씀드리니, 사장님은 단박에 알아들으셨다!
내가 외국인이라는걸...
자리에 앉자 차를 내주신다.
한모금 마셔보고 사장님께 물어본다.
오오 고레 우롱차 데스까?
사장님은 아니라고 한다.
......
.......
.....머쓱.
나왔다.
와아... 새우 카레 우동 880엔짜리.
새우의 존재감이 너무 어마무지해서 놀랐지만,
일반 카레 우동이 680엔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저 새우는 하나에 2000원짜리 새우로 계산된다.
저 새우 진짜 풍미가 남다르고 바다맛과 새우맛의 절묘한 조화에 혓바닥이 황홀해질정도로 맛있었지만,
만약 내가 나고야에 살았다면 다음부터는 무조건 일반 카레 우동으로 시켰을 듯.
경험은 한번으로 충분하다.
역시. 이것은 칼국수 그 자체. 키시멘.
이거 독특하다.
카레 맛이 독특하다. 당연히 우리가 먹는 3분카레와도 다르고, 뭔가 전분이 들어간 느낌?
묽게 보이면서도 진한 느낌이었다.
매콤한 맛도 있지만, 감칠맛이 엄청 풍부했다.
일본카레가 원래 이런건가?
먹어보니 오래되서 모르겠는데, 카레를 먹고 이런 소감이 든게 처음이라 신선했다.
먹을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아 맞다 이거 우동이었지 ㅋㅋㅋㅋ 내가 아는 그 국물우동에 들어가는 어묵도 한조각 나왔다.
사진은 안찍었는데, 숟가락으로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적당한 것 같고,
현지인들이 즐겨찾는게 여긴 진짜 맛집이 맞는 듯.
웬지 맛집을 개척했다는 뿌듯함과 우월감에 숙소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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