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는 미식의 도시.
나고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가리켜 '나고야 메시'라고 칭할 정도로 이곳은 맛에 진심인 고장이다.
나고야의 그 유명한 음식들 중에는 장어덮밥도 있다.
특히 '히츠마부시'라고 하는, 나고야 특유의 솥에 담겨나오는 장어덮밥은, 나고야를 찾는 이들의 숙원이기도 할 것이다.
https://goo.gl/maps/D3wiMqr5r27QbpxQ7
위치는 여기.
나고야 성이랑 가까워서 성투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점심식사 한끼하기 좋을 것 같다.
특히 직접 들어가보니, 관광객보다는 오히려 현지인들이 많이 있던게, 과연 맛집이 맞긴 맞구나 하는 강렬한 확신이 들더라.
여기 홈페이지도 있던데...
https://unagikiya.business.site/?utm_source=gmb&utm_medium=referral
거의 점심 장사만 한다.
아니 세상에 하루에 2시간 반만 일을 하네?
진정한 맛집이구나 싶었다.
주문을 하는 즉시 조리를 시작한다고 하더니, 건물 바같으로는 장어굽는 냄새가 솔솔, 연기가 모락모락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식당 입구 앞에 대기순번 작성지를 작성하는걸 보니 사람도 많이 오는 것 같다.
근데 평일 오전 11시에 갔는데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다.
음... 대기가 필요없었어... 왜지?
역시 불경기의 힘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 사람이 계속 들어온다.
자. 죄다 일본어다 ㅋㅋㅋㅋㅋ
직원이 영어 메뉴판을 원하냐고 물었는데, 그냥 괜찮다고 했다.
어짜피 목표는 히츠마부시로 정하고 온거니까.
메뉴의 맨 위에서부터 3개가 히츠마부시다.
그 아래 3개는 장어덮밥. 우나기동일테고,
맨 아래는 뭔지 모르겠다.
직원에게 가격에 따라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장어 숫자가 다르다고 했다.
먼저 차와 물수건을 내주었다.
저 호리병은 시치미. 일본 고추가루 통이다.
시라카와고에서부터 본건데 이 지역 시치미는 죄다 목재 호리병에 넣나보다.
아 그리고 이런걸 준다 ㅋㅋㅋㅋ
히츠마부시를 올바르게 먹는 3가지 스텝이라고 해야 하나 ㅋㅋㅋㅋ
첫번째로 밥공기에 밥과 장어, 그리고 소스만 넣고 먹고
두번째로 거기에 고명을 얹어서 먹고
마지막으로 거기에 육수를 부어 먹는다는 것인데,
아니, 첫번째나 두번째는 이해가 가는데, 굳이 맛있는 장어덮밥에 물을 말아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래. 난 말 잘 들으니까! 꼭 저 방법대로 먹어야지!
어쨌든 기다리는데...
역시...
주문을 받은 즉시부터 장어를 구워서 그런건가 20분이 지나도 밥이 나올 생각을 안하더라.
아니다. 그래. 이건 다 정성과 장인정신으로 비롯된 인내의 시간이리라. 기다리자.
와 나왔다.
이게 3만원 ㅋㅋㅋㅋㅋ 이야 비싼 밥 먹는다잉? ㅋㅋㅋㅋ
어렸을 때 여행다니며 절대로 못해본걸 하고 있다, 내가 ㅋㅋㅋㅋ
역시 구매력이 생기니까 무섭네. 이런 과소비도 하고.
자,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아주 꺌끔하게 싹 다 긁어먹었다.
음식과 같이 나온 빈 그릇에 아까 직원이 가져다준 메뉴얼대로 먹었다.
국물을 말아먹는 세번째 방법은... 그래. 뭔가 좀 다르긴 하더라.
일본에 차밥이라고 있어서 녹차에 밥을 말아먹는 풍습이 있는 것도 알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에 밥에 물을 말아먹긴 하는데....
그냥 먹는게 더 나았다!
아, 참고로 저기 저 갈색 조그마한 주전자에 담긴게 3번째 방식을 위한 육수다.
두번째 고명을 얹어 먹는 방식이 가장 좋았다.
특히 와사비를 올려서 먹을 때 맛있었는데, 맛이 어우러져서 꽤 괜찮더라.
음...
그래 여기.
맛은 있다. 맛집인건 명백하다. 맛집 그 자체인건 맞다.
근데 가격을 생각해보면 무척 비효율적이다.
일본은 마치 '우리가 이렇게 프리미엄 붙은걸 주니까 돈 엄청 많이 받을거야'라고 하는게 많은 것 같다.
어짜피 장어 맛있는건 다 비슷할텐데...
그냥 한국에서 구워먹는게 제일 가성비가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
꿍시렁꿍시렁 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여긴 추천하고 싶은 좋은 곳이다.
다만 혼자와서 먹긴 좀 아깝고,
부모님이나 소중한 사람, 혹은 급여를 탔을 때 주위사람이랑 와서 한번 맛있게 먹기엔 좋을 것 같더라.
만족스러운 한끼였고,
누군가가 나고야에 놀러간다면, 꼭 여기를 추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