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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2019 제주 올레길 완주

[제주 올레길 11] 올레길 10코스(반나절). 화순해수욕장 - 섯알오름 - 모슬포. 자연경관 뿐만아니라 역사적 성격까지 띈 학습의 올레길.

아스라이39 2021. 3. 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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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숲, 모래사장, 도시, 관광지에 게다가 유원지까지 있는 다채로운 코스.

아픈 역사. 다크투어리즘.

 

소요시간 : 07:15 ~ 11:15 (4시간)

거리 : 15.6km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송악산을 넘어 모슬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올레.

마라도와 가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들 그리고 한라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건설한 알뜨르 비행장, 4.3 제주항쟁 이후 최대의 양민이 학살된 섯알오름을 지나면서 제주의 역사를 만나는 올레다."

 

2019년 12월 초.

확실히 제주에도 겨울이 찾아오는건지 아침에 무지 추웠었다.

 

이젠 좀 그나마 집에서 올레길 시작지점이 가까워짐을 느꼈다.

10코스의 시작점은 제주도 반대편에 위치해 있지만, 한 번에 가로질러가는 버스가 있어서 대략 1시간 반?정도면 도착했다.

 

10코스는 10-1코스와 묶어서 돌았다.

10-1코스는 '가파도'라는 제주 모슬포쪽의 섬인데, 어짜피 10코스 종점이 모슬포에 있으므로 도착하면 가파도로 향하는 여객터미널이 나온다.

배까지 타고 이동해야해서 얼핏 빠듯한 코스같이 보이지만, 가파도 올레길이 제주올레길 전코스 통틀어 가장 짧은 길이라 별 문제는 없었다. 물론, 배 시간은 유념해야하지만.

 

 

아직 해도 떠오르기 전인 7시가 좀 넘은 시간. 화순 해수욕장에서 출발한다.

 

비가 와서 그런건지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다 굳어있었다.

아니면 원래 이런덴가;;; 딱히 휴양을 만끽할 모래사장으로 보이진 않았는데..

날이 좋으면 또 어떨지 모르지.

아직 이른 시간에 어둡고 흐린지라 등대에서는 불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뒤쪽으로 깎아지르는 절벽이 박수기정이 보이는군.

 

 

썩은다리는 야트막한 오름이다.

모래사장 위의 퇴적암이 풍화되어 노란빛이 도는게 마치 썩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썩은다리라 불리었고, 사근다리라고도 한댄다.

 

썩은다리 너머에는 작은 해수욕장이 있었다.

경관은 차라리 여기가 금모래보다 나은 것 같은디;;

 

 

10루트는 생각보다 꽤 근사한 루트다.

근데, 통제구역이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아직 오전이라 하루 일정을 가늠할 수 없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여유가 없긴 했지만;;

 

 

해를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산방산은 원래도 웅장했지만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

전체적으로 날씨가 구리구리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 비치는 황금빛 햇살이 나쁘지 않았다.

 

 

저거 그거네. 인터스텔라 그거. 지구 망원경으로 관측한 그거.

블랙홀.

 

 

황우치 해변에 텐트족이 있었다.

......어제 비 많이 왔는디;;;;

그래도 낭만이 넘치시구려. 해안가의 텐트취침이라니.

 

 

우왕~ 롱다리 괴물이다~~ 크와아아앙.

 

 

 

 

아니 무슨 바닥이 주상절리로 ㅋㅋㅋ

정말 보기 드문 자연경관을 이렇게 흔히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상절리는 투박하고 자연스럽게 내 앞에 있었다.

윗부분이 평평하게 되어있어서 걷는데 어려움도 없어 좋았다.

마치 보도블럭과 계단과도 같이!!! 크으~ 이것이 K-자연이다

주상절리를 보고있자면 모양이 마치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쓰던 파스텔같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주상절리들을 봤지만, 황우치 해안의 주상절리가 제일 '안정적'으로 생긴 것 같았다.

 

 

산방산을 병풍삼아 운치있던 까페.

저런거 하나 할려면 얼마있어야될까?

 

 

황우치 해변 전경.

거무튀튀하지만, 막상 내려가보면 아름다운 해변이다.

 

 

병기와 생필품을 관장했다는 산방연대.

멀지도 않은거 올라갔다올까? 하다가 걍 관뒀다.

 

 

방향을 아래로 향하며 용머리해안으로 향한다.

바위들 생긴게 그래. 오오오 이것은 마치 팬케익.

나 이거 호주에서 본 것 같애. 13사도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이건 팬케익바위야.

 

 

기상도 문제였거니와 오픈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용머리해안 오픈시간은 9시지만, 내가 여기 도달했을 때의 시간은 8시5분이었다.

참고로 용머리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입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꼭 사전에 전화를 해보고 가야한다.

 

 

하멜. 제주에 표류한 그 하멜 상선 전시관도 지나는데... 역시나 시간이 일러서 들어가지 못했다.

 

 

화산활동 때 저기에 나무가 있어서 그 형태가 남은 것이다.

나무는 불타없어졌겠지만, 용암이 식으면서 나무기둥의 둘레만큼 원형구멍이 생긴 그런 자연의 피조물.

 

 

저기 절 엄청 쩐다.

일단 위치선정이 산방산의 정기를 혼자 다 받게 생겼고,

한켠에는 대형 불상이 있었는데,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번쩍번쩍 황금빛으로 눈에 띄었다.

 

 

게다가 무려 '산방산랜드'라는 유원지도 있었다.

화장실도 있다.

쩐다. 역시 산방산. 

제주 남부를 돌면서 산방산이 젤 좋았던 듯.

 

 

사계항 도착!

몇십년 전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대통령 내외가 여기에 왔었나보다.

그것을 기리는 조형물도 만들어놨던데 퀄리티가 좋아서 깜짝 놀랐음 ㅋㅋㅋㅋ

아래 사진을 보니,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조형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으로 빛나는 형제해안로.

경치가 꽤 좋다.

10코스는 기본적으로 방향이 서쪽으로 향하지만, 남서쪽이나 남쪽으로 가는 경우도 잦았다.

그래서 지금껏 걸어왔던 제주 남해안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음.. 날이 좀 맑았어도 좋았을걸.

 

 

제목. 방어의 꿈. 진짜다. 방어의 꿈이다.

 

 

웬 모래길이지...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멍석길이다.

멍석이 오래되고 모래에 침식되어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거였다.

 

 

형제섬 위로 햇빛이 구름을 찢고 있었다.

 

 

저 끊어진 길때문에 비잉 돌아서 왔다.

근데, 해안쪽으로 걸어올 수 있는데, 굳이 우회로를 내륙쪽으로 비잉 둘러서 만들어놓나.

 

 

이 주위가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이 있는 곳이다.

넓게 펜스가 둘러쳐져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뭐 하나 볼 수 있나 싶어서 기웃거렸는데, 딱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여기서 페이크에 속은 것 같다.

저 파란 네모가 제주올레에서 만들어놓은건 맞다.

근데 저기까지 가서 길을 잃었다.

난 뭐... 또 돌길밟고 가라고 이리로 오라는건줄 알았지.

 

 

저렇게 파란색으로 이정표가 되어있어서 믿고 갔는데... 저 이후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릴없이 서쪽으로 무작정 이동했다.

바닥이 그지같아서 아주... 아주 힘든 길이었다.

 

 

그러던 중. 저 위에서 올레길 이정표 리본이 펄럭이는게 보이며 딥빡...... 아오..... 걍 위에 도로로 계속 갈껄.

근데 주위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래쪽 해안돌길에는 올레길 표식이 없었다.

도대체 이 근방 길은 어떻게 돼먹은겨?

 

 

송악산 쪽에 도달했다.

마라도로 가는 배중에 송악산에서 출발하는 것도 있었다.

 

 

송악산은 독특하고 자연경관이 좋아서 꽤 마음에 들었었다.

송악산은 하나의 오름에 여러개의 오름이 뽈래뽈래 올라와있는 산인데, 우리는 저 오름들을 '기생오름'이라고 부른다고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 같다.

 

하지만 이때까진 몰랐었지.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송악산이 그리 짜증나는 코스였는지 ㅋㅋㅋㅋㅋ 아니, 높이도 그리 높지 않아서 쉽게 갈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

하지만 힘든건 뒤로하고, 송악산은 제주 여행코스로 완전 추천이긴 하다. 경관이 좋아서 방문할 가치가 있긴 함.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는지 아침부터 젊은이들이 엄청 많았다.

좀 조용히 걷고 싶었는데;;;

 

 

송악산 곳곳에 일제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10코스는 다크투어리즘이라고 역사의 어두운 면을 곳곳에 담아냈는데, 

유쾌하진 않지만, 몰라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들을 상기시켜준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었다.

 

맑은 날이었다면 산방산과 더불어 한라산까지 시선강탈이었겠지.

한라산은 이미 구름에 잡아먹혀있었다.

 

 

아니 미친 길이 계속 오르락내리락의 반복이여.

관절 다 나가겠네.

 

 

한쪽은 주상절리.

한쪽은 팬케이크.

저 멀리 마라도랑 가파도도 보인다.

 

 

말 참 이쁘더라.

한번 쓰다듬고 싶는데 그러진 않았다.

 

 

안녕~ 잘있어~~

바이바이하고 또 계속 오르락 내리락

 

 

가파도와 마라도를 볼 수 있는 멋진 전망대도 있다.

가파도는 이 날 오후에 가는 곳인데, 멀리서 보면 뭔 부표가 떠있다해도 믿을 정도로 섬이 판판하게 생겼네.

 

 

송악산은 이런 식이다.

오름 위쪽에도 이렇게 작은 오름들이 여러개 올라와있다.

 

 

나중에 안내표지를 보니까 여기가 말 방목지다.

귀여운 말들.

한번 만져봐도 됐을 것 같은디;;;

 

처칠에서 키우는 말들 얼굴만지면서 놀았던게 생각났다.

 

 

송악산의 마지막 오름.

옆에 단층이 기울어져있는게 독특했다.

 

 

송악산 해안루트는 송악산이 있는 곶을 원형으로 한바퀴 빙 돌아보는 코스다.

예를 들면, 시계방향 12시에서 시계방향으로 돌아 11시로 가는 루트...

가까운 길을 거의 한바퀴를 비잉 돌아가는 루트....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으면 한 10분밖에 걸리지 않을 짧은 루트!!!!!!!!!!!!!!!!!! 화난다!!!

 

 

자 다음. 섯알오름. 여기 역시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다.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안내표지로 예고하고 있듯이 일제시대때의 흔적이 남아있다.

 

 

일제가 자기들에게 중요했던 알뜨르 비행장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던 고사포진지.

 

 

마치 1~3코스의 성산일출봉처럼 여기서는 산방산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한사람이 한명씩 총살하라".

그리고 좀더 걸으면 나오는 집단 학살의 터.

....참 나쁜놈들 많았다.

 

 

희생자추모비가 있었고, 추모할 수 있게 향이 준비되어 있었다.

 

 

개념과 생각을 갖고 삽시다.

저기에 굳이 담배꽁초를 버려야했냐.

 

 

추모비로 오는 길은 곧게 뻗어져있다.

 

 

경유스탬프 완료.

올레길 10코스 중간경유지에는 거대 소녀상이 있었다.

참고로 저 소녀상에 대한 설명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알뜨르 비행장.

세기말적인 우울함을 감상하고 싶다면, 굳이 동유럽의 구소련국가들에 갈 필요가 없다.

여기도 충분히 암담하다.

 

 

갈대밭이 무성한.

한때 40만평이나 되는 항공기지였다던데...

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인 공터가 있을 줄 알았다.

 

 

다크 투어리즘의 우울함을 뒤로 하고 올레길을 진행했다.

진짜 산방산 계속 보이네 ㅋㅋㅋㅋㅋ

 

 

웬지 느낌상 저 산 정상이 이상한게...

나중에 꼭 마치 저기 올라갈 것 같단말이야 하하하하하하하하.

꼭 나중에 11코스쯤에 저기 갈 것 같단 말이지 하하하핳하하하하.

 

 

왔다~ 운진항~~!!!

가파도로 가는 배 타는 곳~~~!!!

 

그 전에 하모해수욕장이라는 곳을 지나갔는데, 와아... 여기서 하멜이 표류했구나.

그래서 지명도 '하멜'을 따서 '하모'해수욕장인가?

 

 

쎈스가 차고 넘쳤던 문.

마음에 들었어.

마인크래프트에서 지옥으로 가는 문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나?

 

 

철마는 달리고 싶다.

 

 

자. 여기서 고민을 했었다.

왼쪽으로 가서 가파도 10-1루트를 먼저 갈까,

혹은 오른쪽 10코스를 끝내고 되돌아올까.

 

우선 왼쪽, 가파도 마라도 여객선 터미널로 갔다.

 

 

이미 마라도를 다녀왔던지라 터미널 내부는 익숙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티케팅을 했다.

현 시각 11시 5분. 11시 페리가 있었는데 으으.... 한 20분만 빨리 왔어도 탈 수 있었는데...

 

별 수 있나. 12시 티켓을 구매했다.

음... 45분이나 남았네???

그래. 10코스 종점을 찍고 돌아오자!

지도앱으로 검색해보니 운진항에서 10코스 종점까지는 편도 20분정도 걸리더라.

 

돌아오는 티켓은 15시20분으로 '배정'받았다.

가파도행 배 시간에 맞춰서 탑승객들에게 2~3시간동안 체류하게끔 리턴티켓을 배정해주더라.

 

 

ㅇㅋ. 티켓 발권 완료.

자. 그럼 빨리 10코스 마지막 도장을 찍고 오자.

 

 

경쾌하게 파워워킹으로 도착!

그래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

 

11시 15분에 세번째 도장을 찍었으니 10코스는 거의 4시간 걸렸다.

역시 산이 있어야 소요시간이 예상시간보다 단축된다. 난 산행이 빠르니까.

 

그러고보니 오프로드가 내 스타일인가.

친구들이랑 레이싱게임을 할 때에도 오프로드에서는 내 성적이 좋던데........;;

 

다행히 발목은 아프지 않았다. 

9코스를 도는 이전날까지만 해도 왼쪽 발목이 아파서 걱정했는데, 이 날은 말도 안되게 멀쩡했다.

근데...

왼쪽 발목이 나으니 왼쪽 허리가 아프더라 ^___^

만성적으로 오른쪽 허리가 아팠으니 음..... 허리가 걍 쓰레기네 ㅋㅋㅋㅋㅋ. 그래도 밸런스를 맞췄으니 좋은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나이가 밉다.

 

난 올레길 10코스를 '역사'라는 단어로 축약하고 싶다.

물론, 산방산이나 송악산, 그리고 해변들과 괴석들 등 자연풍광이 좋긴 했지만,

근현대사부터 일제침략기, 그리고 선사시대의 화석 유적가지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매우 의미있던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도장을 찍고 부리나케 다시 운진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음은 올레길 섬코스 가파도이다.

날은 아직도 흐렸고 파도는 거셌으며 바람은 엄청났다.

...

배 안뜨는거 아녀?!??!

배타기 무섭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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