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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2019 제주 올레길 완주

[제주 올레길 10] 올레길 9코스(반나절). 대평포구 - 창고천다리 -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짧고 임팩트있던 올레길 정규루트 최단코스.

아스라이39 2021. 3. 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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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고 했지 편하다곤 안했다.

 

소요시간 : 13:55 ~ 15:40 (2시간)

거리 : 6km

 

 

"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말이 다니던 '몰질'을 다라 걷노라면 기정 길을 지나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볼레낭 길이 이어진다.

제주의 원시 모습을 간직한 안덕계곡은 제주의 감춰진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비경."

 

 

올레길을 돌기 전,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보는데, 9코스는 길이가 짧아서 쉽게 생각했었다.

딴에는 '왜 9코스만 유독 이렇게 짧게 만들었지?'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깨달았다.

...험하다. 무지 험하다. 짧다고만 했지 편하다고는 안했다 ㅠㅠㅠㅠ

발목도 계속 아파서 아주 디지는줄 알았다 ㅠㅠㅠㅠㅠ

그래도 무사히 마쳤고, 아름다운 풍경도 많이 봤으며, 시간도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았다.

특히 하룻동안 걸으며 '박수기정'이라는 절벽을 알아낸게 가장 뿌듯한 일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꽤 아름다웠고 웅장했음.

시간은 적게 들고 볼거리는 풍부했던 고농축 코스였다.

 

 

대평포구에서 도장을 찍고 바로 9코스로 진입했다.

대평포구는 주위만 둘러봤을 때 좀 고립된 느낌이 있었다.

딱히 주위를 세심하게 둘러보지 않아서 주위에 버스정류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관광객들이 몇몇 보이는걸 보니, 뭐.. 여기를 오가는 대중교통이 있긴 있나보다.

도장 깔끔하게 찍혔네~

 

 

8코스때도 주구장창 보며 경탄했던 박수기정을 향해 걸어갔다.

9코스는 저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내륙 깊숙히 올라가서 해안절벽 위를 따라가는 그런 코스다.

사진 드럽게 못생기게 나왔네. 원래는 훨씬 아름다운데.

 

 

몸은 지쳤지만, 힘든걸 알고 간다.

그래서인지 각오가 다른 때보다 달라서 오히려 그다지 힘들진 않았다.

다만, 발이 아파서 문제였다.

 

 

줄이 느슨하므로 주의하라는 말.

근데.... 여기 이용객이 꽤 다국적이었다.

왜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인과 서양인, 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등산을 하던데...

영어로 된 주의문도 있었으면 좋겠다.

 

잡고 올라갈 로프를 보니 서울둘레길이 떠오르네.

9코스는 험한 산길이다.

하지만 오전에 갯깡주상절리에서 미친 난이도의 코스를 마친터라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진 않았다.

아니 차라리 해안가의 돌길코스보다 산길코스가 나았다.

 

 

남의 밭의 옆길을 지나가는 경우가 잦았다.

문득 든 생각이..

이렇게 높은 곳에서 농사를 지으면 수확할 때 어떻게 하냐....

아래로 내려보내느라고 죽어나는거 아니여?

 

 

여기가 박수기정 위쪽일 것이다.

저 아래 대평포구도 보이구.

저 멀리에는 섶섬 문섬 그리고 범섬도 보인다.

 

서귀포쪽 남해안을 돌면서 이게 참 재밌었다.

코스를 차근차근 완주하면서 남해안에 분포되어있는 섬들을 하나하나 따라잡는다. 그리고 나타나는 새로운 섬.

가라앉으면 어쩌지 싶을 정도로 낮게 보였던 지귀도부터 시작하여 우의 세 섬을 거쳐 이제는 형제섬, 가파도, 그리고 마라도까지 보인다.

재밌어. 이런 소소한 재미.

 

 

해안 절벽 위를 걷다보니, 저 멀리까지 전망이 넓게 보인다.

형제섬과 가파도, 마라도.

그러고보니 날씨가 어느덧 흐려졌다.

차라리 잘됐다. 서쪽으로 가는 마당에 구름이 해를 가려주니 이렇게 편할수가.

 

밭에서 나와 등산루트로 진입하려하니 바닥에 똥이... 많았다.

1코스 초반에서처럼 지뢰밭이 펼쳐져있진 않았지만, 갈수록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

다행히도(?) 묵은 똥이 많았으나, 햅똥도 많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

모기도 많았다.

11월인데 아직도 안죽고 살아서 날 괴롭혔다.

 

 

와아.. 이 바위 떨어지면... 아래쪽은 난리가 나겠네.

8~9코스에서 방향의 이정표가 되어주던 산방산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와있었다.

 

 

잠시동안의 평지길이 끝나고, 월라봉으로 진입.

코스가 더 험해졌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문득 궁금해졌다.

이거 정상넘어가는거 아녀?

그래서 지도앱의 '지형'기능을 진짜 처음으로 써봤다. 일반지도를 자주쓰고, 어쩌다가 위성지도를 쓰는데, 살다보니 지형지도도 쓰네...

다행이 정상으로 가진 않고 거의 정상으로 가는구나! 휴우!

 

 

오랜만에 보는 빛의 커튼.

멋지구만.

구름낀 날에는 이런걸 보는 맛이 있지!

아직 해떨어질 때까지는 한참 남았군! 시간은 충분해!

 

 

꽤 마음에 드는 산. '산방산'

거꾸로 해도 산방산.

해발 400m의 높은 산방산.

 

 

마지막 오르막길.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면 시원~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멋져부려~

내가 이 맛에 트레킹을 한다.

 

 

가다보면 일본의 침략시절 흔적도 남아있다.

이런걸 보면 가슴이 아파.

성산일출봉에서도 일본진지 동굴이 있었지...

 

 

 

내려가면서 간간히 오르막 계단이 보였다.

아마 월라봉 정상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겠지.

거들떠만 보고 내 갈길 갔다.

 

 

안덕계곡.

깊고 울창한 절경이라고 하는데 기대되는군.

야생오리가 많다는데, 안타깝게도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갑자기 분위기 열대우림.

제주 원시모습을 간직했다고 안덕계곡을 소개하는 안내문다운 모습이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보던 아벨타즈만 내셔널파크같은 느낌도 있었다.

 

 

여기는 진모르 동산.

경사진 소똥밭이지.


적당한 구름.

따스한 햇살.

너른 들판.

그리고 소똥 말똥.

 

 

분명히 저기 다리에 스탬프가 있다.

 

 

내가 완주했을 2019년 말에는 제주올레패스포트에서 9코스 중간지점인 이곳을 ''황개천 정자'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갔을 때만 했을 때에도 정자같은건 없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이곳을 '창고천 다리'라고 하며 중간스탬프를 비치하고 있다.

 

 

마을로 왔다.

오늘 하루도 끝나가는구나.

9코스가 짧아서 망정이었지, 오늘같이 늦게 출발한 날에 평상시같은 두코스를 도는건 무리였을거야.

 

 

아 그러고보니까 하루종일 한끼도 안먹었네...

아침에 산 귤때문에 그거 없애느라고 밥도 안먹고 귤만 먹고 ㅠㅠ

만족스러운 구매이긴했지만, 하아... 생각을 좀 하고 사야겠어. 시작부터 그렇게 귤을 사니까 가방이 무거워져서 더 힘들었잖아. 발목에도 해가 됐을테구.

 

 

곡소리를 내며 종착점에 도달했다.

화순금모래 해수욕장. 여기서 해수욕장이 보이진 않았지만, 10코스를 돌자마자 바로 보인다.

 

진짜 어째 걸을수록 단련이 되는게 아니라 골병만 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장은 생각보다 깨끗하게 찍혔다는건 도장상태가 그만큼 좋다는거다.

즉, 올레길 9코스를 도는 사람이 그만큼 적다는거겠지?

 

끝났다.

일정을 늦게 시작했음에도 코스가 짧아서, 빡세게 걸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날이 밝았다.

다만, 9코스 종점 근처에는 제주시로 가는 버스가 없더라;;

 

내가 타야 할 버스는 한 15분 걸어야 탈 수 있다고.... 지도앱에 나와있었다.

아 진짜 피곤하게 하아.

 

실제로 버스는 정류장에서 20분을 더 기다리고 겨우 탈 수 있었다.

지친 하루였다.

다행히 여느 때 그러했듯이 두 코스를 완주했고.

 

음... 9코스는....

고생은 많이 했는데 그다지 힘들진 않았고...

주구장창 발아팠던 기억밖에 없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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