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왔다갔다 비효율적인 동선 끝판왕.
하지만 그만큼 볼거리가 많았던 올레길 7-1코스.
해안가를 걷는 것이 보통인 올레길에서 내륙으로만 구성된 독특한 코스.
소요시간 : 07:05 ~ 10:45 (3시간 40분)
거리 : 15.7km
"제주 중간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걷는 올레.
위로는 한라산을, 아래로는 제주의 남쪽바다와 서귀포 전역을 조망할 수 있다. 비가 와야 그 위용을 드러내는 엉또폭포,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논도 지난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11월 28일. 오랜만에 올레길을 돌았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가는 결국 완주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뭉기적 거리며 올레길에 임했던 것 같다.
같은 논리로 결국 나중에 있을 '등대 스탬프 투어'는 나의 게으름으로 완료하지 못하며 돈낭비 시간낭비를 하게 된다.
올레길 7-1코스에 돌입할 때도 늘 그러했듯이 하루 2코스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두번째 코스를 도는 오후에는 걷기 싫어 죽을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5시에 기상하여 부지런한 하루를 위해 6시 첫차를 타고 서귀포로 향했다.
도착하니 7시.
7-1코스가 시작하는 서귀포버스터미널이다.
그리고 여기서 내리기 직전 버스정류장이 '신시가지 정류장이었다'.
서귀포시가 구시가지 신시가지로 나뉘는 줄 몰랐고, 아예 신시가지의 존재조차 몰랐었다.
시작점인 버스정류장 근처에는 GS25랑 맥도날드 등 먹을데는 많다.
GS도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답게 매장이 크고 앉아서 먹을데도 넓더라.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오늘 하루 빠르게 돌아야하므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시작한다.
GS에서 반반치킨먹고 시작.
해는 아직 완연히 떠오르지 않았고, 날은 오들오들 추웠다.
이제 겨울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아침에만 추웠지 낮에는 별로 그리 춥진 않았다.
지금은 중간도장이 고근산에 있는 것 같으나, 내가 올레길을 돌 당시에는 7-1코스의 시작점에 첫도장과 중간도장이 같이 들어있었다.
그 이유는 중간도장 분실이 잦아서였다.
부끄러운 여행객들이 많았다.
찝찝한 기분으로 여기서 둘 다 찍고 출발했다.
서귀포 신시가지 근린공원 '문화공원'을 통과하여 내륙쪽으로 향한다.
아아아 또 오르막인가....
그래. 생각해보면 불길한 복선이 이때부터 시작되고 있었구나.
진짜 나도 저 신호처럼 우회전하고 싶다.
에효... ㅋㅋ 그까짓 오르막길, 파워워킹으로 극복한다.
날도 괜찮고 길도 예뻤다.
사진이 그지같이 나와서 그렇지, 7-1코스를 시작한지 얼마안된 이 지점이 내가 딱 바라던 올레길의 풍경이었다.
고지대에 위치한 산책길을 걷노라면 저 너머로 바다도 보이고 거주지도 보이고 감귤밭도 보이고 공기는 맑고.
하긴. 그동안 너무 땡볕아래에서 해안가만 걸어왔었다.
제주는 새들의 천국인 것 같다.
이날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새들을 만났다.
처음에 본게 장끼... 까투리는 좀 봤는데 장끼는 오랜만에 본다. 크긴 크더라... 근데 걍 좀 가만히 있어주면 안되겠니? 안잡아먹으니까.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데 니들은 예뻐보이긴 틀려먹었구나.
그리고 닭.... 민가에서 닭을 봤는데 날았다. 닭이. 닭이 날았다. 미친. 닭이 날았다.
이날 딱따구리 실물더 처음으로 봤다.
진짜 머리로 망치질하네.
그래도 얘가 좀 기특했던게, 다른 새들은 기색만 내비쳐도 푸드덕거리며 도망치는데, 얘는 꿋꿋하게 나무에 머리를 때려박더라.
그래서 좀 오래 구경할 수 있었다.
오늘의 첫 기착지 '엉또폭포'.
이 근방 출신의 누나로부터 익히 들었던지라 여기가 어딘지 안다.
제주여행중 비가 와서 여정을 망칠 것 같으면 이쪽으로 가보라고 들었었다.
엉또폭포는 올레길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의 지도처럼 들어갔다가 다시 되돌아나와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어서 그냥 지나칠지 좀 고민되었다.
전날 비가 왔으므로 혹시 멋진 경관이 펼쳐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일단 엉또폭포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7-1코스는 비효율의 끝을 달리는 코스였다.
직선으로 가면 될 길도 굳이 비잉 둘러가게 하거나, 엉또폭포처럼 들어갔다 나오게 한다.
전망대.
비록 오르막길이지만 화나지 않는다! 저기 올라가면 그 엉또폭포의 위용과 자태가 보일테니까!
없어!!!!!!!!!!!!!!!
강수량이 부족했어!!!!!!!!!!!!! 비가 좀 더 안왔어!!!!!!!!!!!!!!!
폭우가 쏟아져야 했는데 단비가 쏟아졌었나!?
땅바닥이 현무암이라서 빗물이 땅속으로 팍팍 스며드나보구나.
아오..... 백록담도 그랬고 여기도 차암..... 물 구경하는게 힘든 제주여행이구만.
잊지말자. 황조롱이. 기익긱 기익기익 기기긱이다.
아쉽게도 여기서 난 그런 소리 못들었다.
올레길을 돌며 이런 도둑주의 안내문을 볼 때마다 마음한켠이 쓰라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이 위험하녜 한국이 제일 안전하녜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만 다 가식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남들이 안보면 범죄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귤밭주인의 까페로 추정되는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마라도가 보인다는데, 훗.. 난 이미 가봤지. 마라도. 짜장면도 먹어봤지.
...... 그 때 수많은 짜장면집들 중에서 업체선정에 실패했었지.
여기 까페 이쁘고 좋다.
그리고 충격적인게... 무려 '무인 까페라는거다.
사람들이 알아서 먹고 알아서 계산하여 돈을 지불한다.
제주도는 무인시스템이 무지무지 발달한거 같다.
길가에서 무인대로 귤파는 것부터가 그렇구.
그리고 여기서 스크린을 통해 폭우 다음날의 웅장한 엉또폭포를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다.
....... 보니까 더 아쉬워지네.
기분좋아지는 문구.
다시 아까의 분기점에 와서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바로 엉또폭포 주차장이 나오는데, 여기 화장실은 웬만하면 들르자.
다음 화장실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안나와도 힘내서 해결하고 가자.
흙길, 갈대밭길, 가로수길.
눈앞이 다채로워서 심심하진 않았다.
힘들었을 뿐이지...
다음 기착지는 해발고도 393m의 위용을 자랑하는 '고근산'.
등산로 입구부터 계에에에속 올라가는 계단만 나온다 ^________^
아이 진짜... 욕나오게.... 진짜 뻥안치고 올라가기만 한다!!!!
진심 앉아서 쉬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전날 내린 비는 아직 마르지 않고 있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앉지도 못해!! 행복할 수 없어!!!!!!!!! ㅠㅠㅠㅠㅠ
어느새 겉옷이 젖어있었다. 음.... 왜지? 굳이 물있는데를 건드리면서 다니진 않았는디.
겉옷을 벗었더니 옷이 아주그냥 물에 퐁당 빠트린 것처럼 젖어있더라.
이러다가 땀띠나는거 아닌지 몰라;;;;;
도착!!!!!!!!!!!!!!!!
올라오니 뿌듯하네.
탁 트인 하늘에 서귀포 신시가지 전망이 날 반긴다.
물론 저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완벽했다!!!
멋져부러.
여기 망원경 역시 무료이긴 했지만, 렌즈부분이 물에 젖어있어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와 저 바다 진짜.. 해가 부서져내리는게 빤딱빤딱하게 누가 깨끗이 닦아놓은 것 처럼 보이네.
저기가 정상같다.
코스가 아까 정상 도착지점에서 정상을 한바퀴 돌아서 먼 길로 돌아오게 만든다.
현재는 아마... 이 즈음에 7-1코스 중간도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라가는 길이 울창한 숲길이었다면
내려가는 길은 하늘이 탁 트인 길이었다.
두 길 모두 그들만의 멋이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중간 경유지로 왔다.
루트에 산이 끼면 예상소요시간보다 빠르게 움직여지곤 했었다.
특히나 고근산처럼 높은 산이면 시간은 더더욱 단축된다.
지금은 여기에 중간스탬프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내가 여기 도착했을 때, 중간스탬프가 시작지점에 놓였던 이유, 그리고 현재는 산 정상으로 옮겨진 이유가 '도난'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이 거렁뱅이들. 한숨밖에 안나온다.
지도를 잘못봐서 이제 얼마 안남은 줄 알고 기분 좋았었는데, 착각이었다.
아직 종착지까지는 멀고 멀었다.
귤들이 매우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훔쳐가면 안됨.
아니 걍 걷다보면 무인판매대에서도 싸게 많이 팔던데 굳이 이걸 훔쳐먹고 싶나.
저 멀리 오름이 보인다.
하지만 난 이미 사전학습을 통해 저길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지.
아 진짜 산 보기만해도 토쏠려 ㅠ.
근데 올레길 돌면서 계속 오르락내리락 ㅠㅠㅠ
행복할 수가 없어 ㅠㅠㅠㅠ
봉림사. 화장실 구비.
절이 크진 않아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진 않으니 한번 구경하고 갑시다.
하논분화구.
고대에 만들어진 분화구란다.
과학적으로 가치있는 연구할만한 곳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문과는 그냥 가던 길 가겠읍니다.
.... 논이다. 걍 논이야. 제주도에서 논 보기가 그렇게 힘들던데 역시 고대 분화구의 신비로움인가.
길을 빙~~돌아 비효율적인 루트로 걸어 서귀포 구시가지로 왔다.
여기는 '걸매 생태공원'.
저기 흐르고 있는 저 하천이 하류쪽에서 제주도 서귀포 굴지의 랜드마크, 천지연폭포를 만든다.
깔끔하고 예쁜 공원임.
힘내자!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다.
신시가지 다녀오니까 진짜 여기가 구시가지로 보이더라 ㅋㅋㅋㅋㅋ.
벽에는 화려하게 이 근방 관광지의 역사를 나타내고 있었다.
안녕. 또 왔어.
그래도 한번 와본 곳이라고 또봐서 반갑네.
총 소요시간 3시간 40분 걸렸다.
예상 소요시간이 4~5시간이던데 내가 빨리 왔다 좀.
역시 본사(?)에서 관리하는 간세답게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간세 머리통에 도장이 3개나 들어가있으나, 헷갈리지 않게 코스 숫자를 적어놨고,
도장도 정상적으로 찍으라고 위아래를 표시해놨다. 저 '위'자가 별거 아닌 배려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위아래를 적어 표시해놓으면 도장찍는데 아주 맘이 편해진다.
제주 올레길 7-1코스 완료.
도장이야 뭐 이제 깔끔하게 찍는 것은 포기했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는 올레길을 도는 여행자들을 위해 많은 것을 제공해준다.
까페 맥주 정보 등등 게다가 숙소까지. 물론 돈주고 사먹어야 한다.
잠깐 들어가서 쉬었다갈까... 싶었지만, 저녁일정을 생각하니, 그리고 다음에 바로 돌입할 7코스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바로 자리를 뜨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7-1코스 좋았던게...
그동안 각 코스를 돌면서 항상 났었던 그 '매캐한 냄새'가 나지 않더라. 마치 비료 냄새같았던 그 가스냄새. 그거 하나는 정말 좋았다.
코스 자체도 뭐... 오르락 내리락하고, 직선으로 갈 길을 빙빙 뺑이돌리며 나를 괴롭히긴 했지만 상당히 아름다운 길이었던 것 같다. 올레길에서 주구장창 나오는 그 흔한 해안길이 없다는 점도 7-1코스가 특별해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후로도 해안길이 없는 코스는 14-1코스 딱 한번 더 나온다.
여행자센터 건물 앞의 벤치에서 5분가량 쉬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코스, 7코스를 속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