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 완만하다. 쉽다.
올레길 최단코스이자 난이도 최하급의 무미건조한 코스.
하지만 봄철 청보리는 아름다울 듯.
소요시간 : 12:20 ~ 13:15 (1시간)
길이 : 4.2 km
"낮게 앉은 섬 가파도는 느리게 걸어도 두 시간이면 충분한 곳.
봄이면 온 섬에 청보리물결이 일렁인다.
제주의 서쪽 해안을 가장 아름답게 만날 수 잇는 가파도는 휴식의 섬으로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에너지충전소다."
채 한시간이 안걸렸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시간보면서 깜짝 놀랐네.
하긴. 가파도는 4.2km에 불과하며, 올레길 전 코스중에서 가장 짧은 코스이다.
고작 4키로 남짓이니 한시간이면 충분하긴 하지.
그렇다고 볼거리가 풍부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청보리가 익어가는 봄시절에 오면 훌륭한 풍광을 자랑할 것 같긴 하지만...
겨울철의 우중충한 날씨 아래 가파도는 나에게 그저 해치워야하는 올레길의 한코스에 지나지 않았다.
허기전 뱃속을 몽쉘로 채운다.
제주도에 와서 제일 싼 음식이 귤이 아니라 이 몽쉘이다.
12개짜리를 2000원에 팔던데 어휴.
물가비싼 제주도에서 이런거라도 쟁겨놓고 배를 채워야지 원...
운진항에서 배를 기다린다.
티켓이야 10코스를 돌면서 종점도장을 찍기 전에 이미 구매한 상태였다.
평일이라 딱히 만석이 될거란 걱정없이 현장구매했다.
배 시간은 12시다!
블루레이2호.
이름이 ㅋㅋㅋ 블루레이 ㅋㅋㅋㅋㅋ 전에 마라도 갔을 때도 느꼈지만, 참 판매량이 많을 것 같은 이름이란말이지.
가파도행 배가 마라도행 배보다 내부가 작았다.
하긴 그나마 관광객들이 찾는 마라도에 비해서 가파도를 찾는 이의 수요가 다를테니 그럴 수 있지.
배는 따뜻했다.
가뜩이나 쌀쌀한 날씨라 따뜻한 선박 내부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앉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소요시간이 긴 것도 아닌데 그렇게 순간적으로 깊이 자다니 ㅎㅎㅎ.
배는 넘실거리는 파도를 달려 가파도에 도착했다.
날씨가 구리구리해서 그런지 고작 10분 남짓한 뱃길이었는데도 험난했다. 파도 장난아니더라.
이 파도 출항한 페리도 대단하다.
근데 이 때 배를 자주 타서 그랬나... 배가 흔들려도 딱히 불안하진 않더라.
오히려 가파도에 발을 내딛으니 불안했다.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더라. 섬이 평평해서 그런가 미친 바람때문에 얼어 디지는줄.
풍차도 2개씩 짝지어 있었는데, 하나는 락을 해놨는지 멈춰있었고, 다른 하나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파도의 짧은 부두를 거슬러 올라가면 딱 이런 뷰가 나온다.
그리고 바로 정면에 올레길 스탬프 간세가 보인다.
어여 도장을 찍고 올레길 10-1 시작.
올레길 10-1코스는 독특하게도 경유스탬프가 없었다.
하긴.. 그 짧은 코스에 굳이 경유스탬프를 놓을 필요는 없었겠지. 관리하는게 더 비효율적이었겠다.
아니 ㅋㅋㅋㅋ
마라도는 그래도 GS25정도는 있었는데 ㅋㅋㅋㅋ 어째 크기는 더 큰 섬인데도 브랜드 편의점 하나 없을까 ㅠㅠㅠ
육지에서 그리 먼 것도 아닌데;;;
아, 육지에서 안멀어서 없는건가;;
북쪽해안의 마을에서는 벽화를 많이 못봤다.
근데 올레길 종착점인 남쪽으로 가면 깨끗한 벽화를 많이 볼 수 있다.
올레길 10-1코스를 마무리짓고 다시 부둣가로 되돌아올 때 벽화를 많이 본다.
가파도는 딱 내가 생각했던 제주의 풍경이었다. 아니, 화산섬 동네의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돌담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제주와는 달리, 집집마다 돌담이 있었는데, 그게 아기자기해서 좋았다.
토속적이고 문화적으로 제주스럽다고 해야하나? 여튼 제대로 된 랜드마크하나 없는 섬이지만, 전체적인 모습이 좋았었다.
이것 또한 기념이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길이름.
별 새삼스럽게 아무 돌이나 이름지어놓은거 아녀!?
..라고 생각했다가, 아, 저기 위에 올라가면 안되는구나 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지나침.
가파도 아이들이 만든 소원탑.
근데 아이글씨같지 않게 돌에 쓰여진 글자들이 정갈하고 예뻤다.
가파도에서 보는 마라도가 가장 아름답단다.
... 그냥 가장 가깝기만 한 것 같은디.
고냉이는 고양이의 방언이랜다.
오오 고양이같이 생긴 돌이라니.
어떻게 생긴건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에 알아보자.
이게 무슨 고양이야.
근데 여담인데 가파도에 고양이가 많다.
섬 규모에 비하면 고양이가 엄청 많음.
와~ 여기 큰 돌이 맞네~ 저거 꼭 고인돌같애~~~
하며 지나쳤는데, 나중에 안내문을 보니 진짜 고인돌.
이런 조그마한 섬에 웬 고인돌이 이렇게 많을까??
한 대다섯개는 본 것 같다.
나무에 가려져있는 건물은, 가파도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가파도 초등학교다.
규모는 그리 크진 않지만, 그래도 몇몇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가파도는 뭐... 올레길을 돌며 여기까지 오면서도 쭉 봐왔지만, 이렇듯 평평하게 되어있다.
시야를 가릴게 없어서 어디를 가든 제주도가 보이고, 특히 가까이에 있는 산방산과 저 멀리 있는 한라산이 유독 눈에 띄게 보인다.
보리밭. 여기가 참 아쉬웠다.
수확하기 전이라면 저 멀리 보이는 제주와 더불어 근사한 경관을 자아냈을텐데...
지금은 뭐 겨울이라 텅 빈 땅만이 보였다.
길을 가다 귀여운 고양이 발견.
친밀성은 없는지 내가 다가가자 도망쳤다.
제주도에는 오름이나 봉이 아닌 '산'이 7개가 있다던데 가파도에서는 그 중 6개가 보이나보다.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
모두 보이기는 했으나, 날이 맑았으면 더 뚜력하게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헬기장도 있다.
하긴 응급상황이 오면 이런 섬에서는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여기서 보는 마라도가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게다가 타이밍에 맞게 빛의 커튼이 마라도 위로 마악 쏟아져내려서 후광이 빛나는 효과를 냈음.
벌써 도착. 싱겁기도 하다.
올레길 10-1코스의 종점부근에는 '돈물깍'이라고 있는데, '돈물'은 제주방언으로 민물이고, '깍'은 쇠소깍에서 배웠듯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뜻한다.
예전에는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을 것 같은 용천수다.
끄읕~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던 짧은 코스.
음.... 마음이 급했나 도장찍은 사진을 안찍었네.
어쨌든 10-1코스 마지막 도장은 청보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계속 눈에 밟힌다.
키우고 싶당.
다들 새침한데, 요놈은 그래도 친근하게 다가오더라.
근데 미안한데 너한테 줄 양식이 없구나. 나도 그지야 ㅠㅠㅠㅠ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살이 토실토실하게 쪄있었다.
관광객들이 먹이를 많이 주나보다. 그러니까 난 패스할게!
가파도 올레길 종점에서 시작점인 페리터미널로 올 때에는 섬을 그냥 가로질러서 일자로 왔다.
벽화들이 즐비했는데, 이 섬의 역사와 전설이 알알이 박힌 그림들이었다.
아까 봤던 고인돌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가파도 터미널 까페.
모슬포로 오가는 부둣가에 붙어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에 모여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은 추워서 배를 기다릴 엄두가 안났다.
'터미널'이라는 명칭답게, 티켓카운터도 이 카페에 붙어있다.
기념품도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해서 패스했다.
음..
사실 뱃지는 살 생각이 있었다. 7,000원인가 그랬는데, 저렴한 가격은 절대로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가지고 있기에는 부담가는 금액이 아니었다.
다만, 뱃지 디자인이 별로라서 안샀다.
적어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뱃지라면 그 지역의 이름정도는 써놓자;;;
배가 방금 막 떠난지라, 티켓창구 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다.
다음배가 오기 한 20~30분전에 창구직원이 나타났는데,
마치 가파도의 마을 어르신일 것 같은 어르신 한분이 카운터를 보고 계셨다.
이 또한 신기하고 재미진 일이지 ㅋㅋㅋㅋㅋ
배가 왔다. 이제 떠날 시간~ 내가 탄 배는 14시 20분 배였다.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배 안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아주 싱거운 올레길 코스였다.
그래서 아주 좋아. 체력을 그만큼 아낄 수 있었으니.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이날 하루동안은 올레길 1회 분량을 돈건데...
하루에 코스 하나씩 돌면 이렇게 몸이 편하구나하는 느낌이 들더라 ㅠㅠㅠ
근데 앞으로도 계속 코스 두개 돌아야돼 ㅠㅠㅠㅠ 이때 아차 싶었지. 괜히 시작한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배에서 다시 떡실신.
눈떠보니 운진항에 도달해있었다. 뭐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니까 ㅇㅇㅇㅇ.
운진항은 버스 종점이다.
그래서 집에 가기 매우 편리하다.
여기서 251,253,255, 그리고 아마 252까지 전부 신제주쪽으로 갔다가 제주시버스터미널로 간다.
싱거운 10-1코스가 끝났다.
가파도는 음... 제주올레길을 전코스 마스터할 생각이 없다면 구태여 찾아올 것 까진 없다고 본다.
모슬포로 방어먹으러 올 때나 마라도로 갈 때 혹은 제주 서남부의 맛집을 갈 때 들렀다 돌면 좋을 듯 한데 굳이 가파도만을 위해 오기에는 좀 그렇다.
음.. 하지만 봄철 청보리가 예쁘게 익어갈 때 쯤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마무시한 장관이 펼쳐지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자아.... 여기까지는 그래도 제주를 여행하며 한번쯤은 가봤던 지역을 걸어왔었다.
그리고 이 다음부터는 제주도의 서해안쪽,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게 된다.
뭐 애월이나 그런 유명하지만 내가 발을 디뎌보진 못했던 곳.
미지의 영역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만큼 기대는 되지 않았었다.
어짜피 서귀포시를 가로지르며 아름답고 멋지고 신기한 풍경을 주구장창 보고 느껴왔다.
다만, 바라는게 있다면... 쉽고 편한 코스가 이어지길 바랬었는데...
실제로는 제주 서해 역시 제주의 남해만큼 멋진 장관이 펼쳐져있었다......
그러나...
10-1코스 다음으로 완주한 11코스는 제주 26개의 코스중 가장 비추하는 코스였고, 지루한 일정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