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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퀘스트/2019 제주 올레길 완주

[제주 올레길 14] 올레길 12코스(반나절). 무릉외갓집 - 신도리 산경도예 - 용수포구 절부암. 아름다운 제주 서해안을 느낄 수 있는 강추하는 코스.

아스라이39 2021. 3. 2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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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제주 서해의 풍차들.

망망대해에 솟아나있는 차귀도와 와도.

생각치도 못하게 좋았던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길.

 

소요시간 : 11:00 ~ 14:45 (3시간 45분)

길이 : 17.5km

 

 

"바닷물과 해초를 가득 머금은 신도 앞바다의 거대한 도구리들이 신비롭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월봉과 엉알길을 지나 당산봉을 넘고 나면 눈밑에서 갈매기가 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될 '생이기정 바당길'로 접어든다."

 

 

11코스에서 원체 실망했던터라 12코스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리서 더더욱 감동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사전에 지도를 보니, 오름을 무슨 3개나 돌게 해놔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과연 제주올레가 양심은 있는 것인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모두 야트막한 오름이었고, 하나도 거를 것 없이 모두 아름다운 코스여서 불만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시작점 - 녹남봉 - 산경도예 - 수월봉 - 엉안길 - 당산봉 - 생이기정 - 용수포구.

 

초반에 나온 제주어교실도 신선했고,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산경도예,

갑작스럽게 나타난 제주 서해안의 장관.

그렇게 예쁠 줄 몰랐던 차귀도와 와도.

팬케이크 절벽길이 인상적이었던 엉안길. 사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최고였지.

당산봉에서 이어지는 생이기정 절벽 윗길 역시 좋았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신창 풍차의 광경이란...

 

날씨때문에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하나라도 건져서 다행이었던 하루였다.

 

오후들어 날은 더 추워지고 바람은 거세졌다.

해는 다시 얼굴을 비칠 기미가 안보였고 추웠다.

그래 추웠다. 엄청 추웠다!!! 미친듯이 추웠다!!!!!!!

앞으로 남은 올레길도 많은데 이렇게 벌써부터 추워서 어쩌나 싶었다.

 

제주올레 패스포트에서 기재된 12코스의 내용을 보니,

.... 아 그렇구나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것보다도 더 높이 올라가겠구나. 난 죽겠구나.

.... 아 그렇구나. 수월봉을 지나 당산봉을 넘고... 초반에 녹남봉까지 하면 오름을 3개 넘겠구나.

..... 왜 갑자기 이런 길고 빡센 코스가 나온겨??

하는 불만이 있었지만 뭐 어쩌랴. 일단 가야하는 것을.

 

 

11코스가 생각보다 고되지 않아서 체력은 충분했다.

다만, 12코스 출발점에 요기거리라도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12코스 출발지는 그저 도로가 한가운데라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약간 앞으로 가면 마을에서 관리하는 식당겸 매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먹고 싶은건 편의점 도시락이었다.

 

 

조금 더 걸으니 웬지 암사동 유적지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움집이 나온다.

관리는 그리 잘 되는 것 같지 않았으니, 충분히 매력있는 곳이었다.

 

 

11코스에서부터 네이버지도에 '제주어교실'이 있는걸 보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ㅋㅋㅋㅋ

진짜 있었구나. 제주어 교실 ㅋㅋㅋ 제주어를 가르치는건가.

 

 

12코스는 대부분 직선노선이 주를 이룬다.

산도 3개 있고, 종점부근에서는 멋진 해안길을 가기도 하지만, 60~70%정도는 직선도로를 걸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앉아있을데가 마땅치 않다.

산길이나 해안도로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벤치가 마련되어있어서 앉아서 쉬기 좋은데,

도로가나 밭길은 그냥 진짜 길이다. 통행하는 길. 구경하는 데가 아니라 지나가는 길. 쉴 데가 별로 없다.

 

그 와중에 있던 정자.

언제 또 나올지 모르니 잠시 쉬었다 가자!

 

 

첫번째 고비이자 기착지. 녹남봉 도착.

사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인지라 부담느낄 필요는 없다.

올레길 만든 사람들도 다 생각이 있어서 한 코스에 오름을 3개나 넣은거겠지.

 

 

올라갑시다!

녹남봉 정상은 분지로 되어있었는데,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안내문의 설명으로 녹남봉 정상에는 감귤원도 있다고 하던데, 과연 어떤 분이 나무 풀숲을 헤치며 그 부근을 관리하고 있더라.

 

 

저 멀리 폐교가 보였다.

설마 저기를 가려나? 싶어서 지도를 보니까 도예... 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되어있더라.

폐교가 예술공간으로 바뀐건가?

 

 

학교 맞잖아!!!

근데 운동장이 있었음직한 학교의 앞뜰에는 음..... 없었다. 운동장의 흔적도 없어.

 

 

이순신장군 동상, 세종대왕 동상. 학교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군.

 

 

어쨌든 도장을 찍는다.

12코스의 중간도장은 빨리 나오는 편이었다.

이 때 시간이 한 12시정도 됐었는데, 잠깐 해가 구름사이로 모습을 비쳤다.

역시... 세종대왕님과 이순신장군님의 가호인가.

 

 

고인돌도 보구.

 

 

오오 드디어 해안길이 나왔다.

오늘 일정을 모슬포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해안길을 걷는건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길이 종점까지 가진 않았다. 곧 마을을 또 지나간다.

 

 

신도 바당올레에 도구리, 즉, 말과 소 등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돌을 파낸 일종의 여물통이라는데...

도통 난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가 않더라;;;;;

 

 

하멜일행이 태풍에 휩쓸려 제주도로 표류할 당시 희생된 선원들을 위한 비이다.

8~10코스때부터 느낀거지만, 하멜을 꽤 위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류한 애들을 강제로 조선에 둔거 아니었나..

얘들은 조선에 있는거 되게 싫어했을텐데? 본국송환을 요구해도 들어주지도 않았구. 

 

 

이거 대박이다!!

하멜표류 때의 그림기록이 현재 한라산과 내가 아까 건너온 녹남봉과 정확히 일치한다.

오~~ 하멜은 조선에  처음으로 당도했을 때 내가 방금 걸어온 그 곳을 봤다는거군!!!

 

 

제주 해녀님들이 일할 채비, 집에 갈 채비를 하시는 곳.

 

 

자. 또 걷자.

이 때부터 바람이 진짜 무지막지하게 불었다.

난 안날라가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소지품도 전부 날려버릴 수 있는 돌풍, 아니, 광풍이었다.

 

가만~히 소리를 들으면 하늘에서 비행기소리가 났다.

주위에 공항이 없는데도, 바람소리 하나만으로도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역시 명불허전.

돌, 여자와 함께 바람이 유명한 제주도다.

 

 

걷다보면 '수월봉'이라는데에 도착한다.

이 위에도 뭐 있었다.

난 10코스를 돌면서 멀찍이 보이는 모슬봉과 더불어 이곳, 수월봉을 보고 있자니 웬지 둘 다 올 것 같더라.

웬지 오게끔 생겼더라 둘 다.

 

 

웬지 흥미가 없어서... 굳이 올라가지 말고 지나갈까 싶었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에 끌려 올라가봤다.

 

 

올라가길 잘했다!!

장관이 펼쳐져있더라. 차귀도가 저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네!!!

 

바람은 아직도 미쳐서 날뛰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유람선으로 저 주위를 둘러보는 관광객도 있었는데,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바람과 파도는 거칠었다.

 

그 와중에도 저 두 섬, 차귀도와 와도는 아름다웠고,

게다가 저 뒤로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는 운치를 더해주고 있어 완벽했다.

 

망원경도 있었는데, 남부해안과는 달리 여기는 유료였다. 500원짜리로 넣으라더라.

 

돈아까워서 굳이 망원경을 이용하진 않았고, 다만, 내려가기 전에 눈 앞에 펼쳐진 장관을 몇번이고 더 보았다.

 

 

아침 일찍부터 심심했던 올레길은 진작 끝났다.

수월봉부터는 제주 남해안에서 보고 겪었던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해안코스가 펼쳐져있었다.

역시 볼거리가 많으니 올레길 걸을 맛이 나는구만.

 

 

한쪽에는 바다를, 다른 한쪽에는 팬케이크모양의 절벽을 사이에 두고 걷는다.

돌을 보면서 맛있겠다는 생각을 할 경우가 살면서 얼마나 될까...

하긴 어렸을 때 남한강 자갈이 찹쌀떡처럼 생겨서 맛있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었지.

이건 마치 뭐랄까... 초코케잌같은 느낌이었다.

...

하루좽일 굶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건가.

 

 

방향의 이정표는 산방산에서 차귀도로 바뀌어있었다.

차귀도는 앞으로 얼마나 오래 더 보게 될까?

 

 

많은 커플들이 여기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수월봉에서 엉알길로 내려오는 길에 전기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긴 있었는데.... 이렇게 여기서 타고다니는 것일 줄은 몰랐네.

자전거는 아마 40분에 만원이었던걸로 기억함.

 

 

웬지 일제 흔적일 것 같은 절벽 발견.

 

 

미군에 요격하기 위해 자살특공용 보트와 탄약기 있던 곳이랜다.

 

 

차귀도 가는 유람선은 여기서 티켓구매를 할 수 있다.

유람선이라 섬에 상륙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12코스 마지막 오름, 당산봉.

저길 또 언제 넘어가나 싶지만, 뭐 꾸역꾸역 다 넘어가지더라.

 

 

차귀도, 와도 사진만 몇십장은 찍은 것 같다 ㅋㅋㅋㅋ

 

 

당산봉에 오르니, 산너머 저 멀리에서 풍차들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풍차가 돌아가는 마을이라..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당산봉에서 바로 생이기정으로 이어 넘어가는 것 같다.

지난번 봤던 박수기정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기정'이라는 말이 뒤에 붙으면 벼랑을 뜻하게 된다.

 

 

하루죙일 고생한 기억밖에 없지만, 사진을 보고 있자면 내가 얼마나 멋진 곳을 다녀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아 이거 그거같은데.... 소나무 전염병.

벌레가 들어가면서 생겨서 나무기둥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이거 섬에 있는 소나무들 통째로 전멸시켰다는 그거 아닌가....

 

 

아 그런건가?

제주도에 종모양의 돌탑이 많이 있길래 이게 뭔가 싶었는데...

다 이거와 비슷한 방사탑이었나보다.

사악한 기운을 막기 위한 그런.

대포주상절리 앞에서도 봤었지.

 

 

포구의 풍경이지~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오징어들~

 

 

매우 만족스러웠던 12코스도 끝났다.

저 옆에 있는 바위가 '절부암'이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서 당혹스럽기까지 한 12코스였다.

게다가 제주 서해안을 처음으로 와보는거라서 더 의미깊게 다가왔다.

이렇게 아름다울 줄 알았으면 서해안에도 자주 왔을텐데 ㅠ.

 

....이렇게 바로 집에가는 버스를 타면 좋았을테지만, 12코스의 종점 및 13코스의 시작점은 나에게 소정의 고난을 안겨주었다.

내가 타야할 버스는 202번인데... 버스정류장까지 한 20분을 더 걸어가야하더라.

 

 

조오기.

저기서 타야 함.

 

다시 버스타는 시간이 길어졌다.

제주 남쪽에서 돌아다닐 때에는 제주시에서 바로 섬을 가로질러와서 버스안에서의 시간이 적었다.

하지만 이제는 해안도로를 타고 빙 돌아서 올레길의 시종점에 도달해야한다.

뭐 버스안에서의 시간은 앞으로 점점 짧아지겠지만 당장 다음에 13코스 시작점으로 올 때가 고생이라 기쁘지가 않네.

 

짧지 않은 거리를 걸었음에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특히 오전코스에 볼게 없어서 그냥 머리속을 비우고 걷기 좋았던 것 같고.

 

다만, 하루종일 무지 추워서 고생 꽤나 했다. 

여름에 올레길을 돌면 또 덥고 습하다고 난리겠지.

차라리 걸으면서 몸에서 열이 나니까 좀 쌀쌀한게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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