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것 같은 밋밋한 길이었는데도, 양옆으로 뻗어있는 나무들이 수려하다.
문도지오름에서의 말과 노루들과의 조우는 뜻밖의 경험을 선사해준다.
곶자왈에서는 길을 잃지 않게 조심.
그리고 마지막에는 넓은 녹차밭을 맞닥뜨리며 상쾌한 기분을 선사받는다.
소요시간 : 12:10 ~ 14:25 (2시간 15분)
길이 : 9.3 km
"저지예술정보화마을에서 시작해 서광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곳곳에 펼쳐진 무성한 숲의 생명력, 초록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길이다.'
문도지 오름에선 한라산과 사방에 펼쳐진 오름들을 볼 수 있다."
너무 만족스러워서였을까?
짧지 않은 길이임에도 그리 힘들지 않았던 13코스를 마친 후 바로 14-1코스에 돌입했을 때 아직 힘이 많이 남아있었다.
14-1코스는 안그래도 내륙에 위치한 13코스의 종점에서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내륙코스였다.
해안이 없어서 사뭇 다른 올레길 코스들과는 차별성이 있는, 숲이 많은 코스였다.
ㅇㅋ 도장 잘 찍혔으 출발!
이게... 비인기코스의 장점..이라고 해야하나?
1코스와 같은 올레길 초반루트나 7코스와 같은 인기코스에는 도장이 많이 닳아있다.
저기 초록색 의류수거함쪽으로 가야 한다.
14-1코스의 공교로웠던 점은, 초반 진입로를 찾기가 헷갈렸다는 것이다.
지도앱이 있어서 뭐 수월하게 찾아가긴 했다만, 지도랑 표식만 보고 찾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쨌든 고고.
14-1코스는 내륙코스인데도 불구하고 언덕은 단 하나이며, 주로 평지로 이루어져있다.
9km남짓의 짧은 길이도 언덕이 별로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추운 날씨에도 꿋꿋이 미모를 발산하는 꽃.
오전에 올랐던 저지오름을 등지고 걷는다.
날씨 미쳤네...
마굿간도 지나가고.
본격적인 직선길이 나타났다.
14-1코스의 꽃인 문도지오름까지 대부분 콘크리트로 포장된 직선길로 되어있다.
얼핏 심심할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았다.
길의 양옆에 식생들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저지곶자왈 입구 옆에 있던 귀여븐 말.
하루동안 말을 아주 많이 봤다.
저지곶자왈의 양옆으로 수풀이 우거져있다.
'곶자왈'은 제주말로 나무와 수풀 따위가 우거져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문도지오름 도착.
오름 앞에는 말 농장이 있었다.
말 방목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초승달 모양의 문도지오름.
과연. 지형으로 지도를 보니, 초승달처럼 생기긴 했군!
넌 왜 혼자 그리 외롭게 떨어져있니.
고개를 쭈욱 내밀어 이방인에게 관심을 표하는게, 캐나다 처칠에서 봤던 우리 테리우스가 생각났다.
그리고 지뢰밭 시작.
바람이 고요하게 부는 언덕을 올라간다.
분위기가 고요한게 마음에 안정을 준다.
멀리 풍차들이 보인다.
바람이 많은 섬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풍력발전에 어느정도 의지하나보다.
지도를 보니, 문도지오름은 해발고도 260m로 그리 낮지 않은 오름인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전 해안가부터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어느정도 높은 해발고도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말 방목지라고 하더니, 이렇게까지 방목할 줄은 몰랐지 ㅋㅋㅋㅋ 바로 옆을 지나갈 수도 있다.
만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는 않았다.
괜히 발에 채일까봐서;;;
순딩순딩한 말들 ㅋㅋㅋ 옆으로 지나가는데 신경도 안쓰더라 ㅋㅋㅋㅋㅋ
... 지나번 1코스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소 옆으로 지나가는건 그렇게 긴장됐는데 왜 말 옆을 지나갈 때는 그렇지 않은거냐? ㅋㅋㅋㅋ 익숙한 것도 소가 익숙하면 익숙하지, 말은 완전 낯선데 ㅋㅋㅋㅋㅋㅋㅋ
문도지오름 정상에서 아래를 보면, 드넢게 펼쳐진 우림이 보인다.
그리고 이정도면 어느정도 한라산 중턱까지 올라왔겠거니 싶었다.
아쉽게도 한라산은 하루종일 구름에 싸여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노루 또 봤다!!!! 완전 신기.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제주여요.
곶자왈에 많이 살긴 하는구나. 신평에서도 그랬는데... 근데 수풀이 많아서 얘들 사진을 못찍어... 다 수풀이 우거져있어서 포착을 못해 ㅠㅠㅠ
한번 더 느꼈다.
정상에서 본 것처럼 곶자왈이 무성하게 광대한 영역으로 펼쳐져있는데, 얼마나 다양한 식생이 살아가는걸까, 노루는 얼마나 많은걸까. 역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문도지오름 출구.
케이블타이로 시건장치도 만들어놔서 문을 고정시킬 수 있게 해놨더라.
14-1코스 경유스탬프는 오름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인다.
단순한 코스지만, 볼거리가 많았던 기분좋은 14-1코스도 반정도 왔다.
희한한... 곳도 나온다.
배 모형이 전시돼있던 공간이었는데...
제주도 전통배 '테우'도 보인.
여기부터 무성한 곶자왈이 종점 '오설록 녹차밭'까지 이어진다.
오후 2시 이후 접근금지라 왜 이렇게 오바하는건지 싶었다.
... 들어가보니 알았다. 더 늦게 들어가면 길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렇게 생긴 길이 계에에속 복된다.
진짜... 진짜 길 잃기 쉬운 구조다. 올레길 표식을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길이 없는 구조가 아니라, 길이 사방팔방으로 뻗어있어서 어느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환경.
길 생긴 것도 다 비슷하다.
진짜 날 어두울 때 여기 오면 백방 길을 잃긴 한다. 그래서 오후 2시 이후로는 출입불가.
지도앱과 GPS만 있다면, 금세 빠져나올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아닌가;;;
곶자왈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사람이 살던 동굴도 보이고.
드디어 머리 위로 수풀이 없어져서 해가 비친다.
날이 추워지니까 해의 존재유무가 참 중요해진다.
다행히 종점에 다가갈수록 곶자왈 안에서의 길은 그나마 단순해진다.
그래!! 그래!!!!!!
난 참 제주도에서 버섯을 많이 보고 싶었다.
몇년전에... 아니, 한 10년은 됐겠다. SBS스페셜로 제주도 버섯에 대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던데, 수많은 매력적인 버섯들이 날 현혹했다.
저 버섯의 이름이 뭔지 도통 모르겠다.
버섯 꼭대기에는 구멍이 있어서, 개미같이 작은 곤충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누가 버섯을 걷어찼는지, 잘린 버섯의 단면을 보니, 버섯의 구조가 원통형으로 되어 있던데...
제주버섯, 원통버섯 등등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나오질 않네..
제주도 첫 버섯이라 이름이 궁금한데.
역시 생명이 살아 숨쉬는 올레길 14-1코스.
종점에서 14-1코스 종점인 오설록 녹차밭의 수려한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왼쪽을 돌아보면 오늘의 마지막 스탬프 간세가 나온다.
녹차밭에는 오설록의 명성답게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다.
버스정류장 찾아가는 법 안내표지도 있는데..
이거 너무 무책임한 표지판이었다.
이 주위에 버스정류장이 5곳인데, 어느 정류장에서 제주시-모슬포 어느 방면으로 향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거때문에 좀 혼란스러웠다.
녹차밭 자체는 보성의 규모보다 작았지만, 그보다 더 수려했다.
굳이 오설록 녹차밭만을 위해서 여길 방문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뭐랄까... 이게 바로 올레길의 매력이 아닐까?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는 곳들을 올레길 핑계삼아 돌아보는 매력.
버스를 어디서 탈까...고민하며 정류장 여기저기를 길을 건너서 가봤다.
아니, 웃기는건, 도로 양옆의 버스정류장 모두에서 255번버스가 모슬포방향으로 가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거.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러는거.
결국 음... 뭐 한 1,000원차이긴 하지만, 확실히 제주시방면으로 가는 151번 고속버스를 탔다.
이거 환승도 안돼서 돈 아끼려면 오래 걸어야하는데ㅜㅠ
버스타이밍은 절묘해서, 내가 앱으로 확인했을 때.... 도착 2분전. 엄청 뛰었다. 그리고 탔다.
14-1을 끝으로 올레길 서귀포시 구간 14개 코스가 모두 끝났다.
절반은 끝났구나.
올레길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설렘과 도전정신에 충만했었는데,
제주시를 대면했을 때의 느낌은 '에휴 빨리 돌고 끝내자.' 이런 생각이었다.
올레길은 제주시 구간보다는 서귀포시 구간이 더 아름답다고 하여 이제는 이보다 못한 길을 가는건가 하는 허탈감도 시작하기도 전서부터 들었었는데 뭐 음.... 굳이 양쪽 사이드의 올레길을 비교하자면 '다르다'고 해야할까?
서귀포시 구간은 대자연으로 웅장했던 반면, 제주시 구간은 세련되고 아기자기하다는 느낌?
여튼 뭐 일률적으로 각각 10개가 넘는 올레길을 단순하게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길을 가본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주시 구간도 매력있고 가볼만한 올레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