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과 해안의 밸러스가 잘 잡힌 길.
해안에서 선인장이 자라나는 이색적인 풍경과 인상적이었던 협재 해수욕장.
소요시간 : 07:05 ~ 11:15 (4시간)
길이 : 19.1km
"중산간은 고즈넉하고 바다는 눈부시다.
저지에서 월령에 이르는 평화로운 들과 숲, 월령에서 한림에 이르는 찬란한 바다.
그 절반씩의 아름다움이 내게 온다.
밤길을 비추는 달처럼 내내 따라오는 비양도와 반갑다 손 흔드는 선인장, 돌길을 뒤덮은 해녀콩이 그 안에 있다."
올레길 14코스는 내륙에서 시작하여 중간스탬프를 해안가에서 찍고, 종점까지 해안코스를 걸어가는 밸런스가 잡힌 길이었다.
내륙길은 다소 밋밋한 느낌이 있으나, 선인장이 자라나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쥐와 뱀을 방지하기 위해 담벼락에 키우는 선인장도 재밌었다.
해안루트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
특히 관광객으로 충만했던 맑은 날의 협재 해수욕장은 가만히 있어도 즐거웠다.
2019년 12월 9일 월요일 오전에 14코스를 돌기 위해 집을 나섰다.
14코스는 내륙에서 시작하여 중간에 해안로로 진입한다.
얼핏 숲과 바다를 고루 갖춘 밸런스있는 코스라 생각하기 십상이겠지만, 해안코스의 감동이 내륙코스를 압도..아니, 압살한다.
실제로도 내륙을 걸을 때에는 사진도 별로 안찍었고 소요시간도 무지 짧았는데, 해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속도가 줄기 시작하더니, 사진도 무지막지하게 많이 찍게 되었다.
14코스 시작점을 찾아가는건 번거로운 일이었다.
14코스의 시작점인 저지마을로 들어가려면 환승을 해야하는데, 낯선지역에서 갈아타야하기 때문이다.
동광환승센터에서 이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하루에 10차량 밖에 없다. 게다가 각 차량의 간격은 약 1시간 정도... 놓치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282번 버스 첫차를 타고 동광육거리에 약 6시 35분에 정차했다.
이것을 이용해야 6시 45분에 출발하는 784-1 첫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참고합시다 ㅎㅎ.
동광환승센터에는 편의점도 있으니, 아침을 못먹었으면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출발해도 좋다.
난 샌드위치를 하나 사먹고, 손난로겸 오후 카페인 충전용으로 커피를 하나 샀다.
버스가 저지마을에 도달하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직 해는 안떴고, 날은 무지 추웠으며, 아 진짜 걷기 싫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한번 와봤다고 또 보니 반갑네.
날이 지난번보다 따뜻해지긴 했나보다.
간세 등짝에 이슬이 맺혀있는게 일교차가 더 벌어지는게 느껴진다.
하늘은 아주 그냥 타오를 것 같이 오렌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동터오기 전의 완전히 밝지 않은 상당히 예쁜 오솔길.
14코스의 메인테마 중 하나는 '선인장'이다.
쓰레기 매립지를 지나 조금 더 가보니 선인장을 재배하는 곳이 나왔다.
아마 저거 백련초겠지?
한때 제주특산물 및 선물로 백련초 제품이 유행이었지.
으~ 이걸 어찌 먹는담? 가시가 저리 살벌한데.
여기 지나갈 때 ㅋㅋㅋㅋㅋ 시간이 한 8시 반은 됐나? 국민체조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늘 하루 근로할 사람들이 체조하나보다.
14코스 첫 기착지. 무명천 산책길.
...... 사실 지도를 보면 약간의 기대를 하긴 했다. 하천의 길이가 좀 길어서 이번엔 물 좀 있을까봐..
...... 그런거 없다. 여기도 건천.
증말 재미없는 내륙코스였다.
무명천을 걷는데 웬 개 모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어미개는 나를 경계하는 듯 짖어댔는데,
사납게 짖는건 아니고, 나를 향해 짖는다기보다는, 새끼를 향해 경계시키는 느낌이 강했다.
근데 강아지는 ㅋㅋㅋㅋ 속절없이 나한테 꼬리를 흔들면서 쫓아오더라.
아 완전 귀여웠어. 너무 귀여워서 한동안 쓰다듬고 있는데, 어미개는 안절부절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어미개한테 쪼금 미안한 감도 있었다. 불안하게 해서.
길가에는 선인장이 피어있다.
이래저래 서울에서는 못볼 광경들이다.
하천 건너편에도 선인장이 무성했다.
저거 진짜 수확 어떻게 하냐;;;
내륙코스를 끝내고 해안도로로 진입했다.
14코스 해안코스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꼼수를 부리길 추천하자면...
14-1이나 13코스를 돌때 14코스 시작도장을 찍어놓고, 14코스를 돌 때 여기, 선인장 자생지부터 도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난 반칙 안쓸거지만 어쨌든 ㅇㅇㅇ.
진짜 독특하긴 하다.
마을에도 선인장이 여기저기 무럭무럭 자라있었다.
담장에는 방범용인지 선인장이 높게 자라나고 있었다 ㅋㅋㅋ.
올레길을 돌다보면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있다.
가지고 있다보면 버릴 곳이 생기니 길가에 버리지 말자.
중간스탬프가 보인다~~
이 때는 오늘 하루가 빨리 끝날 줄 알았다. 사실 빨리 끝나긴 했는데....
육지코스가 좀 밋밋했던지라 강아지랑 노닐었는데도 엄청 빨리 중간스탬프까지 도달했었다.
아니 ㅋㅋㅋ 도둑도 아니고, 쥐나 뱀이 집으로 들어오는걸 막으려고 돌담에 선인장을 심었다고 ㅋㅋ
역시 도둑이 없다는 제주도.
제주도에는 거지, 도둑, 대문이 없다지.
.......
제가 백수 거지였습니다만.
코스 반대쪽을 돌아보면 신창 풍차들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날은 맑더라도 공기중에 수분이 많나보다. 멀리까진 안보이네.
하아.. 그러고보니 역시 신창은 지나가질 않는구나. 아쉽다. 신창 풍차해안.
오전에 한창 추울 때 손난로로 역할을 제대로 했던 레쓰비.
이제는 차가워져있더라.
다행히 하늘은 맑았고 더이상 춥진 않았었다.
바위 곳곳에 피어있는 선인장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니, 왜 사막에서 피어있어야 할 선인장이 제주해안에 있는겨 ㅋㅋㅋㅋ
아기자기 이쁜 지도.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무섭게 누가 이래놨어.
저 코너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계속 비양도가 보인다.
하지만, 그래봐야 비교적 짧은 서해안코스.
남해안의 섶섬 문섬 범섬 가파도 마라도 등의 섬들에 비하면, 비양도가 이정표 역할을 하는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추가정보로 1002년에 비양도에서 화산이 폭발해서 인근에 있던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고.... 한다..;;;;
저기 지나갈 때 각별히 조심하자 ㅠㅠㅠㅠ
주의하지 않고 갔더니 선인장 가시가 박혔으;;;;
게다가 가시 끝부분이 짜증나게 돼있었다.
큰 가시의 뾰족한 부분에 아기 가시들이 몇개 돋아나있어서 옷 속에 파고드는 느낌이랄까?
큰 가시랑 아기 가시들을 떼고서도 계속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어서 바지를 걷었더니, 아기 가시들이 무릎에 콕콕 박혀있었다.
풍차 하나가 우뚝 서있는게 압도감이 ㅎㄷㄷ.
방사탑 너머로 저 멀리 보이는 비양도.
''물질을 해야 하는 해녀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을 때 먹었으며,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게 생긴 요 조그마한게 사람도 죽일 수 있단말이지;;;;
줄기에 가시있음.
갑시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해안길이 심심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14코스 해안코스 꽤 괜찮았다.
저 멀리 협재해수욕장이 보인다.
서해의 해변은 남해와는 달리 물이 아~~주 맑아보였다.
바닷물 아래의 모래와 검을 돌이 밝아보일 정도로 물이 투명했다.
협재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백사장에서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까지 가본 제주의 해수욕장 중, 함덕 해수욕장이 최고였다.
근데... 여기가 음... 최고라고 하기엔 어떨지 모르지만, '제일 관광지같은 해수욕장'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왜 이게 한국이냐고...
예상했겠지만, 커플들이 많다.
이렇게 생긴 길을 쭈우우우우우욱 직진.
협재해수욕장도 함덕해수욕장처럼 백사장을 천으로 감쌌다.
이거... 확실히 편리하긴 한데... 모래도 많이 안날리고. 근데 뭐 환경적으로는 문제 없는거겠지??
협재 해수욕장도 빠져나와서, 자아~ 거의 14코스도 끝에 도달했어요~
협재쪽은 올레길 이정표가 잘 안되어있었다.
이게... 해수욕장쪽은 문제가 없었는데 시내로 들어오니 문제였다. 헷갈리는 구간이 하나 둘 씩 있어;;;;
물밑이 하얗게 비쳐서 수심이 되게 얕아보인다.
진짜 ㅋㅋㅋ 뉴질랜드 갔다온 분이 까페 운영하나보다.
플랫 화이트 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들어보네.
여유가 있었다면 들어가서 커피한잔 했을 것 같다.
신뢰가 가는 이름이다.
널찍한 도로가 가슴을 뻥 뚫는 것 같다.
14코스 종점인 한림항에 도착.
한림항은 그 어느곳보다도 어촌느낌이 강했다.
인천에 해박하진 않지만, 인천같은 느낌도 들었다.
종점 간세다~~~~
비양도 페리 매표소 앞에 있다.
상큼하게 4시간만에 도달했다.
근데 사실 이게 해안도로때문에 4시간이었지, 처음의 육상루트로 계속 갔다면 3시간~3시간 반만에 끝났을 듯. 무려 19km인데도........ 세상에 19km를 4시간만에 주파했네;; 왜케 빨리 왔지.
밋밋한 육지코스에 비해 해안코스는 매우 흥미로웠다.
관광객들도 14코스 해안루트에서 그 어느 루트보다도 많았는데, 역시 주구장창 이름을 들어오던 관광지인 티가 나더라.
뭔 중문보다도 관광객이 많아;;;;
육지루트도 밋밋하긴 했어도 음... 그리 멋있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또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매우 독특했다.
그 선인장들이 특히 ㅇㅇㅇㅇㅇ. 선인장 밭이라니 이런걸 또 어디서 보겠어.
이렇게 생각하니 14코스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루트였던 것 같다.
뭐 어쨌든.
바로 발길을 돌려 다음루트, 15코스로 향했다.
해의 방향이 바꼈다.
이제는 오른쪽 뺨이 따사롭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거미줄도 없어졌다.
한달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