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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이민 과정/3. 외노자생활

[캐나다 외노자14] 인간관계에서의 불만과 불화.

아스라이39 2021. 8. 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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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이 옳았던 걸까.

사실 나는 이런 식으로 내 선택에 대해 고찰하는 성격은 아니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후회하고 반성한 후, 다른 방법을 찾던가 순응한다.

외국에서의 실책은 보통 지역이동을 통해 극복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8월이다.

사사큐에서의 생활도 만으로 4달이 되어간다.

숙박비와 식비, 음료제공의 이곳은 돈을 아끼기에 좋지만, 시골에 위치한 만큼 좀 빡센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지리적 단점을 차치하고 나는,

 

사사큐 랏지를 워홀러나 영주권 준비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가족경영이기 때문이다.

 

사사큐 랏지는 가족경영 운영체이다.

멤버는 오너 스티브, 그의 부인 티티. 그리고 스티브의 아들 폴리.

 

오너인 스티브는 랏지와 캠프 사이트를 운영하며,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톰슨에서도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평일에는 톰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며, 주말에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평일에도 아침에 지게차를 몰며 일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사업가로서나 인격적으로 존중할만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물론 사이가 나쁘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겠지만, 스티브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그리고 내가 저지른 실수들도 빠르게 넘어가며, 단지 그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길 바란다.

 

안주인 티티는 주방장이다.

태국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의 특성상 티티의 역할은 어마무시하다.

바쁠 때에는 짜증도 내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극히 일부다.

저녁에 같이 일할 때가 많은데, 솔선수범해서 나를 데리고 주방을 이끈다.

아니, 솔선수범할 수 밖에 없다고 해야하나? 태국요리를 만들 수 있는게 티티뿐이니까.

난 그저 프라이나 버거같은 캐내디언 음식에만 치중하며, 주문받고 서빙하고 계산하고 그런다.

 

문제는 스티브의 아들래미 폴리다.

처음에는 걍 쿨한 애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요새 느끼고 있다.

책임감이 없다.

약이나 술에 취해 일하는거야 본인 아빠의 사업체니 그러려니 했다.

게다가 날 직접적으로 갈구는 것도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요새 얘가 마음에 안드는 짓을 자꾸 한다.

말을 무시하는건 기본이다.

물론 내 영어실력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을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본인의 일을 자꾸 나한테 미룬다.

특히 세탁할 때 그러는데, 본인 세탁물을 내가 드라이어에 넣고 빼고 해주길 바라듯, 그냥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하루종일 찾으러 오질 않는다.

손님 세탁물도 본인이 받았으면 본인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는다.

이게 내가 한가할 때에는 해줄 수 있는 배려긴 하다.

근데 엄청 바빠 죽겠는데, 가뜩이나 바쁜 날도 별로 없는 이곳 생활에서, 유독 바쁜 날에 니 할일을 나한테 미뤄야겠냐.

답답하다.

 

빨래건 뭐건 음.. 이게 저지가 없어진 반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저지가 해주던 폴리의 집안일 등 사적인 일이 제대로 되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한테 미루게 되는거고.

이러다보니, 혹시 저지가 나한테 틱틱대던 이유는 폴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폴리는 음... 독선적이라는 말이 옳을 것 같다.

 

슈퍼바이저로서의 역량도 부족하다.

일단 어제 한명이 더 고용되긴 했는데, 한달 전 저지가 떠난 후 일꾼은 나 혼자였다.

그럼 내가 일할 시간이나 역할 등의 계획을 세우고 고지를 하고 운영을 해야하는데, 얘는 그걸 못한다.

그냥 당일 아침에 오늘 무슨무슨 일을 하면 돼, 키친 화이트보드에 써놨어. 이러고 끝이다.

그것도 아침 10시나 11시에. 

그 전까지 나는 내가 오늘 일을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연락이 안오면 그날은 off인 셈. 너무 불합리한 근무시스템이다.

이에 대해서는 스티브도 한번 지적했었다. 하지만 폴리는 대수롭지 않게 '쿨'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난 그냥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일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혈연으로 이룩한 슈퍼바이저라지만, 숙박업자로서의 재능이 부족하다.

아니, 무엇보다도 숙박업에서 일한 경력없이 랏지를 운영하려하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침대를 만드는 방법이나, 다른 호텔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들 등을 얘는 모른다.

아 물론 본인은 열심히 하려는 것 같긴 같은데, 아무래도 숙박업의 경력이 없는 티가 난다.

음... 그러던 중 1주전인가? 실망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폴리가 나한테 방을 치우라고 줬는데, 그 방 화장실 바닥에 똥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청소도구들.

아, 본인이 치우기 싫어서 나한테 미뤘구나. 하는 생각에 실망스러웠다.

빡치거나 하진 않고 진이 빠졌었다.

그 이유는 내 머릿속엔 '남의 똥도 치울 수도 있다'는 명제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주 울룰루에서 한인 슈퍼바이저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가 '방안에 싸지른 똥도 치워봤다'는 말을 들었었다.

단, 그와 폴리의 차이점이라면, 그는 슈퍼바이저로서 자신이 직접 힘든 일을 해결했고, 얘는 그걸 자기 아랫사람에게 미뤘다는 점.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주방에서 일할 때의 티티처럼 좀 믿고 의지하고 싶은데 본인 스스로 일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딱히 신뢰가 안간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도 점점 비호감으로 떨어지고 있는지라 더욱 별로다.

 

아, 지난번에 소파 옮길 때에도.

내 말은 안듣고 지 생각대로 하다가 일이 제대로 안풀리자, 지 아들한테 '준 이즈 스투피드!'하고 말하더라.

물론 난 바깥에 있었지만 다 들렸어 멍청아...

음... 내가 폴리에게 기대를 아예 안하고 있긴 한가보다. 그 때에도 빡치기보단 가소롭다듯 실소가 나왔다.

폴리가 내가 처음에 한 이야기대로 사이드 도어로 다시 소파를 가져가려고 한다. 여기까지 와서?

그래서 나는 '캔 아이 트라이 마이 웨이?'하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내 방식대로 일하는데, 폴리가 계속 '그거 해봤는데 안됐어'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내 방식대로 해서 잘 집어 넣었다.

이게 되게 간단한 일이었는데... 멍청이가 생각없이 일하니까 계속 문에서 소파를 낑기게 만들지 어휴.

그러면서도 골똘이 생각하는 모션을 취하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지르고 싶다. 술이라도 마시질 말고 일하던가.

여튼 내가 말한대로 해서 소파를 안에 넣으니까, 자기 아들한테 '준 이즈 스마트! 준 이즈 스마트!'이런다.

..... 진짜 근로의욕 ㅈㄴ 떨어지게 만드네.

 

 

여튼 폴리때문에 짜증이 난 상태에서 며칠 전 위니펙 호텔에서 연락이 왔었다. 일자리가 생겼는데 위니펙으로 돌아올 계획이 있냐고.

와.... 너무 고마웠다.

이게 도대체 몇번째 잡오퍼인지 모르겠다.

진짜 저렇게 날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하아...

스티브나 티티와는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폴리랑은 엮이고 싶지가 않다.

이게 가족경영 운영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점이겠지.

인간관계의 불화.

 

이곳도 처음부터 가족경영 운영체는 아니었다.

7년전 오픈 할 때에는 '샐리'라는 슈퍼바이저급의 직원도 있었고, 그 때의 청소절차를 보면 너무나도 정상적이고 근무지로서 알맞았다.

지금은 걍 야매로 운영하는 느낌이지 이게 뭐야.

폴리를 치우고 제대로 된 프로 하우스키핑 슈퍼바이저를 고용하면 좋겠는데, 가족경영에서 그러지 않겠지. 허탈하다.

 

원래는 이탈시기를 내년 4월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폴리때문에 빨리 여길 뜰 생각이다.

10월 초에 사사큐에서의 6개월 풀타임이 꽉 찬다. 즉, MPNP의 보험이 생긴다.

Tr to Pr이 그르칠 것이라는 생각은 안들지만, 그래도 네달동안 풀타임을 채워왔으니, 남은 두달동안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여튼 10월 초 이후로는 풀타임 요청을 하지 않을 생각이고, 언제라도 나갈 준비를 할 생각이다.

겨울에야 손님이 별로 없을테니 나가기도 쉽겠지. 스티브도 한두달정도는 휴가를 떠나주길 바라는 것 같으니까.

 

근데 모든 것은 Tr to Pr의 AOR이 올해 내로 나온다는 가정 하에 진행된다.

7월 내로 모든 Tr to Pr지원자들에게 AOR을 주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결국 허구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도 Tr to Pr 배부를 내년까지로 말을 바꿨으며, 지원자들에게 워크비자의 연장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발표도 했다.

... 코로나 백신때문에 상황이 나아졌다 이건가?

패스웨이 시작할 때만 해도 단숨에 9만장의 영주권을 뿌릴 것 같이 그러더니 왜이렇게 갑자기 조심스럽게 나와?

 

여튼 하아... 여기에서 영주권을 받고, 미소를 지으며 스티브와 티티, 그리고 폴리에게 작별을 고하고 멋지게 떠날 생각을 꿈꾸고 있었는데... 폴리에 대한 생각의 반전으로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된 느낌이다.

걍 빨리 뜨자. 빨리 영주권아 나와라. 폴리랑은 되도록이면 상종하지 않고 조심조심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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