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오 영국대사관.
- 가오슝 트램타기.
- 루이펑 야시장 강추.
루이펑 야시장에 있는 천사 지파이 꼭 드세요. 두번 드세요. 서너번 드세요.
다카오 영국대사관
다카오 영국대사관은 가오슝의 서쪽 끝 해안가 언덕에 위치한다.
바로 여기.
높은 지대에 위치한데다가 서쪽을 향해 탁 트여있어서 석양 맛집이 아닐 수가 없다.
전철로 근방까진 갈 수 있지만, 약 15분정도 걷거나 10분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각오하고 가는게 좋을거다. 의외로 가파르다.
오렌지라인 종점인 '시지완西子灣'역의 1번출구로 나와 걸어갔다.
진~~짜 쌩판 모르는 동네를 걸었다.
주술회전 캐릭터가 박혀있던 여객선.
진짜 얘네들은 일본이 되고 싶은걸까.
느낌 충만했던 가게를 지나면,
망할. 이제 계속 오르막길이다.
중간에 뭔 터가 있었고, 뭔 의미가 있던 곳 같긴 같았는데, 그런거 모르겠고 계속 올라가느라 빡돌아 죽겠네.
오토바이 정비손가? 이 옆을 지나 또 올라간다.
그냥 민가고 나발이고 뚫고 지나서 올라가야 한다.
시밤. 마지막 오르막길.
와.,...이정표 실화냐.
저걸 어떻게 알아보라고 저래놨냐.
다카오 영국 대사관은 별거 없었다.
굳이 입장하진 않았는데, 건물 안에 들어가봤다면 좀 나았으려나 싶기도 하고.
멋지긴 하더라.
해떨어지는 것까지 보진 않았고, 좀 앉아서 쉬는 겸 구경하는 겸 시간만 좀 개기다 발길을 돌렸다.
수평선 위로 얕게 구름이 깔려있어서 제대로 된 석양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아, 그리고 여기 화장실도 있음.
화장실이나 쓰레기통에 인색한 대만에서 이런 작은 발견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기쁨으로 남는다 ㅠㅠㅠ
휴지는 없던 듯.
반대쪽 전경 역시 멋졌는데, 바다로 탁 트인 서쪽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드문드문 솟아난 도심의 건물들이 바다와 잘 어우러지더라.
이제 하산.
올라올 때는 못봤는데, 내려갈 때 천천히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아보니,
고양이가 참 많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개똥... 같은 것도 있으니 주의하자.
여기 진짜 신발 중요하다.
힐같은거 신으면 절대 못올라오고, 최대한 편한 스니커즈나 런닝화가 좋다.
역으로 돌아오는 길.
뭔 사원같은 곳에서 야시장이 열리고 있던데,
뭐 여기서 주전부리를 먹는 것도 좋겠지만, 난 지금 유명 야시장을 가는 길이라 바뻐서 이만.
가오슝 트램타기
가오슝에는 트램이 다닌다.
이름하여 Circular light rail.
썰큘러. 서울 2호선처럼 원형 노선을 순환하는 식으로 운행된다.
생각지도 못하게 대만 트램을 타게 되어서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저거 노선 잘 보면 얼굴 옆모습처러 생겼음.
트램노선은 위의 지도에서처럼 가오슝을 한바퀴 도는데,
관광보다는 현지인들이 이용하기 좋게 노선이 설계된 것 같았다.
공원이나 병원, 학교 등.
내가 타면서 느낀 것은 주로 실용적인 시설을 위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렌지라인 종점인 '시지완' 역에서 나오면 바로 '하마싱Hamasen' 트램 역이 보인다.
그렇지. 트램은 철로에 차단기같은거 없지.
차단기가 없어서 트램이 지나가자마자 재빨리 뒤로 붙어서 바로 탑승할 수 있다.
카드 단말기도 플랫폼에서 바로 보이는데, 승하차시에 모두 태그하면 된다.
플랫폼은 지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오후 5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인간들 진짜 미어 터지더라.
하긴 퇴근길에 하교길에 집에 가는 사람에 놀러 가는 사람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었지.
여기가 지하철 레드라인과 만나는, 마치 가오슝의 초 번화가인 것 같은데, 플랫폼이 왜 이리 좁아!?!?!?
저기서 빠져나가는데만 몇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아예 통제하는 직원이 있어서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을 지휘하더라.
아니 이정도면 그냥 지하통로라도 만들어놓지;;;
루이펑 야시장 강추
트램에서 하차한 이름은 무려 'Heart of Love River Ruyi Lake'.
뭔 역 이름이 이렇게 웅장해.
지하철 레드라인의 '아오지디'역 근처였는데... 아오! 지디!! 역 근처였는데
루이펑 야시장까지는 약 전철 1정거장도의 거리가 있었지만,
그냥 슬렁슬렁 가오슝의 저녁 도심을 구경도 할겸 걸어가기로 했다.
생각없이 걷다보면 그냥 종로 거리 걷는 느낌 남.
저기가 루이펑 야시장의 끄트머리 부분이다.
이제 해가 막 저물어가는 시간.
지금 막 오픈하는 상점들도 많았는데,
이미 야시장 안에는 하교한 학생들과 퇴근한 시민들로 북적북적했다.
가오슝의 야시장들이 타이베이 야시장보다 좋았던 점은,
타이베이 야시장이 관광객들 위주였던 것에 반해,
가오슝의 야시장들은 현지인 위주의 진짜 그냥 그들 삶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루이펑 야시장은 월요일과 수요일 휴무.
괜한 발걸음으로 낭패를 보지 말고 월요일, 수요일 휴무를 숙지하자.
이런 식으로 한 클러스터가 모두 루이펑 야시장이다.
몇 열로 상점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있고,
사이사이 골목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요롷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건지 주중이라 그런건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쾌적하니 좋더라.
예전에 블로그에서 정보를 찾을 때 봤던 그 돼지껍데기 가게? 도 보인다.
이게 아마 홍콩식 돼지 껍데기 집이었지??
인터넷에 누가 사진을 찍어 올린걸 이렇게 실제로 보는 것 또한 새로 알게 된 여행의 묘미같다.
K푸드.
전 가격 합리적인거 보소.
저 정도 크기에 2800원이면 반드시 먹어야지 난 왜 이걸 안먹었을까 ㅠㅠㅠ
김밥은 120대만달러? 여기서도 김밥값은 살벌하네. 아니 저거 한줄에 5000원주고 먹는 대만사람이 있긴 함? 있으니까 팔겠지..
여튼 김밥은 좀 애매하지만, 요즘 광장시장 바가지 이슈를 보면, 이런 천국이 따로 없다.
여긴 갑각류를 취급하는 곳인 듯.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런걸 도전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후회막심임.
음식 말고도 게임이나 문방구, 옷가게 등 여러 가게들이 많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먹으러 오는 거겠지만.
나의 여행력에 민낯이 드러났던 야시장 취두부집.
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보니까 손이 가질 않더라.
외부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건지 냄새가 심하진 않았다.
근데 저거 원래 저렇게 검은거임? 두부를 어떻게 해야 색이 검게 되는거야.
난.... 패스..... 아마 살면서 먹을 것 같지 않다.
근데 이거!!!
캐나다에 돌아와서 대만애한테 이 사진을 보여주니까, 이게 뭐냐며 자기도 안먹어봤다고 취두부가 왜 검은색이냐고 하더라!!?!?!?!
그러면서 노란색의 '진짜' 취두부를 보여주던데 흠.. 그렇군. 저 가게가 이상한거였어. 안먹길 잘했당.
취두부는 원래 노랗다.
https://qkr33939.tistory.com/552
천사 지파이.
대만 1티어의 극강의 존맛 천사지파이 꼭 드세요.
두번 드세요.
가능하면 세번도 드세요.
아예 숙소를 여기 근처로 잡는 것도 천사 지파이를 충분히 누릴 하나의 방법이 될 듯.
닭 살의 결에서 무한감동이 느껴짐.
기름진 것을 먹고 난 후 마시는 금귤주스가 얼마나 맛있는지 타이베이에서 배워왔기에.
지파이를 먹고 야시장으로 들어가서 아무 새콤한 주스를 찾아봤다.
레몬주스.
근데 확실히 타이베이에서 느꼈던 그 압도적인 감동은 안나오더라.
맛집이 괜히 맛집이 아니여.
아...
살면서 딱 한번 가본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리울 수가 있다니.
또 가고 싶다 ㅠㅠㅠ
루이펑 야시장에 제대로 된 화장실이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내가 이용했던 간이 화장실은 끔찍했다.
여기서 화장실 이용할 생각은 안하는게 낫다.
웬만하면 화장실 이슈는 사전에 해결하고 루이펑 야시장에 오는 것을 추천.
진짜 놀라운게. 이제는 굴이 뭔지 한자로 읽힌다는 것이었다.
굴을 먹어보지도 않았는데.
여튼 메뉴 제일 왼쪽 가자전蚵仔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굴전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한입.
저거 소스는 언뜻 보기에 매콤하거나 달콤할 것 같이 보이지만,
매우 약한 맛에 전분 맛으로 먹는 소스다.
굴은 7개 들어있었는데, 70대만달러였던걸 감안하니 음... 굴 하나에 400원 골이군.
겉은 바삭. 속은 촉촉.
딱히 굉장한 맛이라는 생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 않은 주전부리였다.
가오슝의 야시장들은 퍽 만족스러웠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야시장의 교과서 같았던 루이펑 야시장.
루이펑의 강점은 적당한 너비의 골목과 가지런히 정돈된 매장이었다.
돌아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었음.
그리고 적절한 가격. 다양한 먹거리 등.
야시장의 교과서라고 느낄만도 했다.
타이베이에서의 야시장은 그다지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았다.
루이펑이 진짜 훨씬 좋음.
타이베이의 야시장에는 관광객이 미어터진다면 여기는 현지인. 특히 학교 마치고 오는 학생들.
눈치보며 이거저거 따지는 사람들이 아닌지라 진짜 그 자체. 생기가 넘치더라.
루이펑 외에도 가오슝에서의 야시장들은 다시 한번 가보고픈, 우리집 근처에서 열리면 좋을 것 같은 매력적인 곳들이었다.
전철을 타고 미려도 역으로 와서 숙소로귀환.
가오슝에서의 첫날은 타이베이에서의 첫날과 확연히 다른 하루였다.
그렇다고 '가오슝만 왔어야 했는데...'하는 생각은 아니다.
타이베이에 안갔다면 그 나름대로의 미련이 남았겠지.
그냥 가오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더 좋았을껄 하는 정도의 생각중이다.
다음에 대만에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오면 무조건 가오슝으로 들어와야지.
너무 만족스러운 가오슝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