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기차역에 도착하여 숙소로 걸어갔다.
포르모사 블리바드 스테이션 가든 호텔.
이름도 길다란 이 숙소는 우리나라에는 '미려도 역'으로 알려진, '포르모사 블리바드 역' 근방에 있는 호텔이다.
정말정말 감사드리게도 11시 좀 넘은 시각에 얼리 체크인을 해주셔서 객실에 일찍 들어가서 짐을 풀 수 있었다.
와..넓어.
게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에어컨의 축복.
황송한 분위기다. ㅎㄷㄷ.
근데 지금 1월인데 에어컨이라니...
대만을 여행하며 네군데의 숙소에서 머물렀는데, 여기가 가장 좋았다.
아니, 대만 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에서의 숙소와 비교하더라도 여긴 탑클래스의 숙소였으니,
가오슝 배낭여행하는 사람들은 제발 여기서 머무세요.
먹을거리가 마뜩치 않은 대만에서 우육면은 나에게 한줄기 빛과 희망이었다.
가오슝에도 유명한 우육면 집이 두군데 있던데, 일단 그나마 가까이에 있는 '항원 우육면'으로 향했다.
가오슝의 전철은 플랫폼이 긴 반면, 열차의 차량은 적다.
그래서 그냥 아무데서나 서서 대기하다가는 열차를 놓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안내문구 같은걸로 접근 가능한 구간으로 이용객을 유도하긴 하지만, 일단 주의는 하자.
꽤 크고 넓다?는 느낌을 받았던 가오슝 지하철 내부.
전철 기본요금은 이지카드 이용시 17대만달러.
우리 돈으로 700원정도 한다.
https://qkr33939.tistory.com/551
가오슝에서의 첫끼는 항원 우육면 이었다.
위 링크를 타고 가면 아시겠지만, 크게 실망한 맛집이다.
국물도 저렇게 맑아보이는게 이건 아냐.... 역시 우육면은 타이베이의 '오가우육면'이 1티어다.
오후 일정으로 한가로이 가오슝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본다.
어짜피 보고 싶었던 '용호탑'은 내일 일정으로 잡아놨고,
무엇보다도 이 낯선 도시의 현지 생활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가오슝 길거리 역시 타이베이처럼 필로티 구조로 도보가 조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진짜 개 좋음.
비오는 날이나 햇볕 강한 날 엄청 유용할 듯.
숙소 근처에 있는 동네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해본다.
와 이거!!!!!!!!!!
익 아마 빈 커스터드 Bean Custard라고 해서 콩껍질로 만든 훠거에 넣어먹는 음식일거다.
호주에서 살았을 때 대만애들이 이거 넣고 훠궈해준 적 있었는데,
도통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던게 역시 대만에 오니까 있구나.
대만에서 아예 살았다면 사가서 라면에 넣고 끓여먹었을테지만,
굳이 여기서 이걸로 배를 채울 필요는 없지.
화장품 밀크티? 커피도 사서 먹는다.
커피 맛을 모르기에 딱히 사람들이 왜 이걸 사먹는진 모르겠으나,
유명하다기에 나도 한번 사먹어본다.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라 부담도 없음.
퍼펙트휩과 클린앤클리어 뾱뾱이 세안제를 사지 않은게 후회된다.
저거 우라나라에서도 가격이 올라서 굳이 저렴한 대만에서 안사갈 이유가 없었는데...
마트 주전부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숙소 코앞의 음료가게에 잠시 들른다.
진짜 현지분위기 뿜뿜.
테이블에 앉아 한가로이 밀크티를 즐기는 대만분들.
나도 시켜 먹어본다.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몇번을 봤던 그 음료.
이거시 바로 쩐주나이차.
흑당 밀크티라는 소리다.
우유가 아니라 프림이 들어간 흑당 밀크티.
직원한테 "쩐주나이차 라지!!"라고 하니까 바로 알아들으니 자신있게 외치자.
크으 맛있어.
가성비 갑 현지식 55대만달러 짜리 라지사이즈 쩐주나이차와
타이베이 행복당에서 사먹은 120대만달러짜리 프리미엄 흑당 밀크티의 차이란 무엇일까.
어짜피 모두 다 맛있는 것을.
오토바이가 많은 만큼 오토바이 주유할 곳도 많은가보다.
위와 같이 생긴 오토바이 주유시설이 도처에 깔려 있더라.
어정쩡한 오후시간을 보내니 슬슬 저녁이 찾아오고 있었다.
숙소 무료 세탁기로 그간 모은 빨래를 하며,
어디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있나 인터넷을 뒤져본다.
그러다 찾은 곳이 '다카오 영국 대사관'.
구舊영국 대사관으로 지금은 관광시설로 변한 건물이다.
그곳 노을이 보기 좋다하여 찾아가보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야시장에 들러 배를 채우자.
짧은 계획을 대략적으로 만들고 지하철을 타러 숙소를 나섰다.
오후시간은 슬렁슬렁 보내버렸지만,
어짜피 무더운 대만에서 낮시간보다는 해가 뉘엿뉘엿 할 때부터 할거리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