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20분 쯤 연자구燕子口 에 도착했다.
연자구는 꽤 인기가 많은 코스인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아침에 버스를 타고 천상으로 올라갈 때에도 상당수의 서양인들이 이곳에서 하차했고,
정오가 넘은 시간에 와보니 투어 버스들과 투어객들로 붐볐기 때문이다.
연자구가 인기가 많은건 연자구 코스의 특징과도 연관이 있다.
여러 코스가 존재하는 타로코 협곡에서 사람들은 어느 코스를 경험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연자구의 경쟁력은 여행방식에 따라 다른 코스들처럼 왕복해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버스가 다니는 간선은 터널로 이어져있고,
연자구는 우측 샛길로 되어있는데,
이런 식으로 두 길은 다시 합류한다.
그러므로 연자구는 트래킹 방식에 따라 편도 코스로 이용할 수 있다.
투어버스는 투어객들을 입구에서 하차시키고, 출구쪽에 먼저 가서 대기하다가 픽업해서 가는게 가능하다.
개인여행으로 이동하느라 왕복으로 다녀온다해도, 1시간이면 충분한 짧고 완만한 코스다.
연자구 초입에 있는 두 현수교가 인상적이다.
아래 현수교는 사전에 정부의 승인을 받고 통과할 수 있고,
위 현수교는 구글지도를 보니, 오전에만 잠깐 오픈하던데 어떻게 이용하는건지는 모르겠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쏟아진다.
다행히도 이러한 인파는 오후 12시~ 1시 쯤 일식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고,
1시정도 되니 사람들은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졌다.
죄다 헬멧을 쓰고는 있는데 그렇게 위험하진 않다.
버스 투어뿐만 아니라 택시나 프라이빗 투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차에서 내릴 때 헬멧 하나씩 들고 내리는데,
정작 여기서 오래오래 근무하는 사람들은 헬멧같은거 착용 안하고 있다.
연자구燕子口.
이름처럼 제비와 관련된 지명인데,
관광객들이 드나들기 전에는 위와 같은 구멍들 속에서 제비들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제비들의 씨가 말랐긴 하지만.
실제로 보면 더욱 멋지긴 하지만, 이미 구곡동을 보고 난 후인지라 개인적으로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이번에도 ㅋㅋㅋㅋ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을 귀동냥으로 들었었는데, 저기 킹콩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 도통... 도대체 어디에 킹콩이 있다는거지? 하며 한참을 살피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보인다 ㅋㅋㅋ 그 거대 고릴라의 형태가.
길 아래쪽에 있는 벽면에 잘 보면 킹콩이 보이긴 하더라 ㅋㅋㅋㅋㅋ
중간에 기념품 가게겸 식당도 있는데, 여기 망고주스가 유명한가보더라.
투어로 이미 다녀온 친구가, 망고주스 먹어봤냐고 톡하는거보니까.
개인적으로 먹진 않았는데, 음.... 좀 후회되긴 하네. 저것도 다 경험인데.
여기도 길에 동굴을 만든건지 동굴에 길을 낸건지,
터널과 절벽의 조화가 경이롭더라.
참으로 장관이었다. 타로코의 코스들은.
비지터센터에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는데,
직접 다녀보니 그동안 접한 것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어고 절경이었다.
버스나 택시들은 어느정도의 포인트에서 그들의 손님을 기다리고 픽업해간다.
나는 이 포인트에서 몸을 돌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오직 나만 역방향으로 가는 것 같더라.
다시 버스정류장쪽으로 귀환.
전체 1시간도 안걸리는 여정이었다.
아침에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아........... 딸기 크림빵인 줄 알았는데, 딸기쨈 빵이었음........
하긴 지금 보니까 포장지에도 크림이 아니라 쨈이 들어간 사진이 보이긴 하는데 많이 섭섭하다.
이제 버스를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장춘사를 들를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딱히 기대되는 코스가 아니었던지라 그냥 일찍 화롄으로 귀환하여 차라리 화롄을 돌아다니기로 한다.
아니 근데 도로가에 서서 가만히 기다려보니까 ㅋㅋㅋㅋ
뭔 지나가는 관광버스들마다 앞유리에 한글 단체명이 적혀있어 ㅋㅋㅋㅋㅋ
대만에 오는 한국사람들 진짜 어마무지하게 많은 것 같더라.
놀랍게도 맨 처음 천상에 올라갈 때 버스에서 봤던 아줌마들 무리들 또한 나랑 같은 시간에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딱 연자구 버스정류장으로.
어떻게 타이밍이 나랑 똑같으실까?
아 근데 같이 귀환하면 안되는데... 나 또 서서 가야하는데 ㅠㅠㅠ
하지만 돌아올 때는 우연히도, 그리고 다행히도 1141버스를 타고 왔다.
1141번은 신창역에 정차하지 않으므로 그 아줌마들 무리와 같이 낑겨타지 않았다. 휴우.
그 아줌마들. 이 버스 안타는걸 보니까, 나랑 똑같이 장춘사는 패스하고 바로 신창역으로 가는거겠군.
휴우.. 돌아갈 때도 서서갈뻔.
버스에 올라타며 기사에게 물었다.
"화롄?"
기사의 긍정적인 대답.
냉큼 탑승했다.
그래 어짜피 여기서 마칠거면 깔끔하게 한방에 화롄까지 가는걸로 타자.
괜히 302번 버스를 타면, 종점이 신창인지라 중간에 갈아타야 함.
1141번 버스에 사람이 적으니 덕분에 앉아서 갈 수도 있고.
타로코 협곡에서 1000번대 버스는 천상을 넘어 산 깊은 곳까지 가는 버슨데, 정확한 정보는 없다.
이 버스도 원래 이 시간대에 돌아다니는 버스가 아닌데 타로코 협곡 터널 공사때문에 시간조정이 된 듯 하더라.
연자구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아침의 그 지옥같이 막히는 구간에 돌입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몇분 기다리지 않고 통과가 되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다.
저 망할 공사구간때문에 여행자들의 계획은 모두 어그러졌다.
에휴... 아쉽다 아쉬워.
지난 여름의 태풍으로 많은 것을 놓치고 가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여튼 계속 말하는대로 나는 구곡동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타로코 트래킹을 마쳤다.
1시간 20분쯤을 달려 버스가 화롄 시내쪽으로 진입했다.
참고로 302번 버스는 화롄 시내쪽으로 오지 않고 바로 역과 터미널 쪽으로 직행한다.
우연찮게 탑승한 1141 버스가 괜히 터미널에 들렀다가 오갈 시간을 아끼게 해주었다.
어짜피 모르는 동네인지라 번화가 아무데서나 하차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네이버로 맛집을 찾아봤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만두집을 검색하여 일단 그쪽으로 가본다.
길도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고,
슬렁슬렁 움직이며 이 낯선 도시의 정감나는 풍경을 감상하며 산책하듯 찾아가봤다.
이쁜 누나들이 시식하라고 과자도 준다.
하지만 ㅠㅠㅠ 난 이걸 먹더라도 제품을 구입할 생각이 없어 ㅠㅠㅠㅠ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곳은 일출의 상젤리제 거리.
넓디 넓은, 마치 광장과도 같이 넓고 길다란 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화롄 시내에 관한 정보는 정말 1도 없이 오로지 타로코만 타러 온 것이라 이런건 예상치 못했는데,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던지라 인상깊게 다가오더라.
이런 신선한 경험은 참으로 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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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있다기보다는 극강의 가성비로 승부하는 '공정포자'에서 만두를 먹었다.
굳이 찾아가서 먹을만하진 않다만,
어짜피 화롄을 여행하는 사람은 공정포자 근처에서 열리는 '동대문 야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을테니 여기서도 음식맛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늘상 말하는대로 대만에는 적은 양과 낮은 가격의 음식이 많으니,
최대한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볼 수 있다.
숙소에서 가이드받은 맛집을 찾아가봤는데...
아... 그렇구나. 죄다 야시장 맛집이라서 낮에는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이곳이 동대문 야시장인데... 난 결국 여길 방문하진 못했다.
타이베이 야시장에서의 기억이 너무 안좋아서 기빨리느니 차라리 그냥 패스한거였는데,
이후에 방문한 가오슝에서의 야시장이 너무 멋졌던지라,
비교적 관광화되지 않은 지방의 야시장을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참으로 아쉬움이 남더라.
거리의 취두부집.
키야... 야시장이 아니라 이렇게 점포로 되어있는 취두부집은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
취두부는 내가 아직도 낯선 문화에 대해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기제이다.
야시장에서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도통 용기가 나질 않아 결국 사먹어보질 못했다.
저녁은 진짜 보이는 곳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었다.
뷔페식으로 접시에 내가 먹을 것을 담고 마지막에 계산하여,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먹고 가는 시스템이던데,
아직도 도대체 어떻게 계산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왜냐면 음식을 내 손으로 담는거라서 무게나 양에 비해 돈을 얼마나 받는지 모르니까.
저 왼쪽 메뉴는 곱창인 줄 알고 가져왔는데, 곱창이 아니라... 왠지 혀 요리 같더라.
오른쪽 생선은 보통 저런 비주얼일 때 무뼈로 조리했을 것 같은데, 안에 뼈가 많아서 고생했다.
아니 ㅋㅋㅋㅋ 저거 그냥 보리차 케이스를 수납용으로 쓰고 있는건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딱 보이는 한 국 맥 차.
진짜 차가운 보리차를 비치하여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더라.
우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만 지방에서 한국산 보리차를 다 먹어보네 ㅋㅋㅋㅋㅋㅋㅋ
이후로 숙소에 들렀다가 편의점 음식을 먹고 디비잤다.
호스텔 주인장과 짧은 담소를 나눴고, 주인장은 나중에 또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눈치였지만 내가 피곤해서 그냥 zzzzzz.....
여기 주인장이 너무 호감이라 다시 화롄에 방문한다면 이곳에서 머물며 같이 밥이라도 하고 싶은데,
음..... 이제 대만은 나에게는 너무 멀어서 다시 갈 일이 있을지나 모르겠다.
여튼 너무나도 즐거운 화롄에서의 둘쨋날 밤이 지나간다.
더 살아보고 싶어서 아쉬운게 너무 많은 화롄이었다.
제대로 된 기념품도 사지 못해서 더욱 아쉬웠지만, 뭐 이러한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지 않겠는가 싶다.
내일은 열차를 타고 가오슝으로 향한다.
타이베이에서 벗어나 지방으로 돌길 잘했다는 생각을 품고,
가오슝은 또 어떠한 설렘과 기다림이 있을까 하며 잠에 빠졌다.
타로코 협곡 타임라인
0740 310번 차량 탑승.
0815 타로코 비지터센터 도착
0910 비지터센터에서 버스 탑승
0955 공사구간 통과
1015 천상 도착
1040 천상 세븐일레븐에서 요기하려다 원숭이 습격
1100 구곡동으로 가는 버스 탑승
1110 구곡동 도착
1211 버스탑승
1220 연자구 도착
1230 기념품샵&식당 통과
1245 관광버스가 픽업하는 곳에서 리턴
1305 하산할 버스 정류장 귀환
1345 (우연히) 1141번 버스 탑승. 화롄으로 귀환
1505 화롄 번화가 도착.
버스비 요금 섬머리.
화롄버스터미널 → 비지터센터 40 대만달러
비지터 센터 → 천상 29 대만달러
천상 → 구곡동 환승 미차감
구곡동 → 연자구 25 대만달러
연자구 → 화롄시내 93 대만달러
왕복 총 187 대만달러를 지출했다.
내가 코스를 별로 많이 돌지 않았다는 점과,
310번 버스가 정상 운행했을 시에는 1일 버스패스가 250대만달러인 것을 감안하여 상황에 맞게 여행하면 되겠다.
마지막으로 타로코 트래킹에 대한 소감.
타로코에서 버스만 감차되지 않았다면 한두곳은 더 갈 수 있었다.
특히 오전 9시 이전에 타로코에서 운행되는 버스가 한대만 더 있었다면, 더 일찍 타로코에 가서 사카당 코스도 갔을 것이다.
모든 것이 정상적일 때 이상적인 코스는,
화롄에서 오전에 6시대 버스를 타고 사카당에서 트래킹.
8시 20분 버스를 타고 천상으로.
8시 30분쯤 도착하면 1시간 반동안 상덕사 + 바이양 트래킹.
10시 10분 버스를 타고 녹수. 통제구간이 없다면 2시간정도 할애하기.
12시 30분 버스를 타고 구곡동.
13시 40분 버스를 타고 연자구.
14시 45분 버스를 타고 장춘사에 가거나,바로 화롄으로 귀가하기.
그냥 이 정도가 좋을 것 같다.
당연히 이 또한 내가 겪지 못한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다시 타로코에 간다면 위의 계획대로 하루를 보낼 듯.
한번 겪어보니 계획하기가 쉬운거지, 초행길인 사람은 좀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여튼 위에 적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코스는 충분히 가능한 타임라인이다.
허리가 아파서 이번 여행 중 가장 걱정이 많던 타로코에서의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장렬히 쓰고 버리려고 근무용 신발을 가져왔는데,
숙소에 와서 확인해보니 발냄새가 별로 안나서 당황스러웠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하루였던 것 같아 왠지 아쉬웠다.
경험해본바, 타로코 협곡은 부담스러운 트래킹 코스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천산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구조라 경사가 많을 것 같았은데,
트래킹 코스들은 완만하여 딱히 오르막길로 고생하진 않았다.
아, 모든 것은 내가 직접 겪은 천상이나 구곡동, 연자구 기준이다.
여러모로 사정이 안좋아서 많은 코스를 돌지 못하고 일찍 끝마쳤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걸 보니 여긴 정말 훌륭한 관광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