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날이 왔다.
이번 대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날.
타로코Taroko 협곡으로 트래킹을 가는 날이다.
타로코 협곡은 보통 '타이루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나무위키에 따르면 본래 대만 원주민 중 하나인 '타로코'족에서 유래됐는데, 이걸 대만어로 음차하니 '타이로코太魯閣'가 되었고, 이게 표준 중국어로 '타이루거'가 되었다고 한다.
여튼 대만 현지에서는 'Taroko'라고 영문표시해놨으니 나도 '타로코'로 통일해서 쓰련다. 이게 근본이기도 하구.
어쨌든 저쨌든 한자어로는 太魯閣. 태로각이다.
- 타로코 트래킹을 계획하며.
- 하루만에 돌꺼면 계획을 날카롭게 짜야 한다.
- 화롄에서 타로코로 버스타고 이동하기
-천상 그리고상덕사 천봉탑
타로코 트래킹을 계획하며
타로코는 보통 개인 자유여행으로 가거나 투어를 이용한다.
투어는 버스투어와 택시투어가 있다는데, 뭐 바쁜 사람들은 투어를 이용해도 좋겠지만,
난 이런 경우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편인지라 이번에도 개인여행으로 다녀왔다.
타로코 협곡 트래킹은 산길로 길게 도로가 나있고, 그 중간중간 포인트를 트래킹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위의 지도에서 노란색 클러스터한 부분이 타로코 협곡.
중간중간 별표시로 저장해둔 곳들이 트래킹 코스들이다.
타로코는 보시다시피 화롄과 거리가 좀 떨어져있다.
화롄에서 버스를 타면 입구까지 도로사정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정도 걸린다.
타로코 협곡 근처의 '신창(新城)'역에서 버스를 타고 타로코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타로코 협곡에서 버스가 도달하는 가장 깊은 곳은 '천상'으로 비아양 트레일이 좀 더 높은 곳에 있다.
대강 처음에 협곡 입구에 위치한 사카당 트레일 돌고, 천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남은 트래킹코스를 즐기는게 정석인 것 같다.
사카당은 협곡을 내려올 때엔 버스가 들르지 않기 때문에, 이곳을 돌 계획이 있다면 먼저 해치우는게 좋다.
또한, 하루 경험해보니까 서양애들은 중간지점 '연자구'에서 우르르 내리더라. 왜 그런진 모르겠다.
이게 가장 친절하게 설명된 버스노선도이기에 가져와봤다.
위 그림에서 302번과 310번을 주목하자.
310번은 화롄에서부터 타로코 트래킹 끝부분인 '천상Tianxiang'까지 모두 책임진다.
302번은 신창역에서 천상까지 책임진다.
한마디로 302번 버스는 트래킹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타로코 여행을 한다면 310번이 주력 교통수단이다.
특히나 310번 버스는 1일권과 2일권처럼 당일권도 있어서,
좀 더 저렴하게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이것을 구입하고 302번 버스를 포기한다.
하지만 지금 타로코에서는 310번 버스를 이용할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310번 버스는 화롄역에서 타로코 트래킹 초입인 비지터센터까지만 운행한다.
https://qkr33939.tistory.com/529
이전에 이미 포스팅했지만 타로코 트래킹 코스의 좁은 길목이 공사중이다.
그래서 터널 하나를 하루에 5회만 개통한다. 차량 통행도 그 때만 가능하고.
2024년 1월. 현재진행형으로 버스 이용 및 서비스에 제한을 받고 있고,
그에 따라 310번 버스를 이용하여 타로코를 트래킹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서비스를 하지 않으니까.
주로 302번 버스나 드문드문 다니는 1000번대 버스로 타로코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공사로 인한 차량운행 제한과
차시간의 빈약함으로
타로코 개인 트래킹의 난이도가 굉장히 올라가버렸다.
아 물론! 모든 버스에 이지카드는 통용된다.
하루만에 돌꺼면 계획을 날까롭게 짜야 한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쭉 유명 트래킹 코스를 훑어보자.
사카당 or 장춘사 - 연자구 - 구곡동 - 녹수 - 천상(상덕사) - 바이양
굵직한 트래킹코스만 7가지다.
제한된 버스로 이 모든 곳을 정복하려면 날카로운 빌드와 튼튼한 체력, 무엇보다도 계획이 틀어지지 않을 강운이 잇따라야 한다.
나 역시 계획을 날카롭게 시작했다.
화롄 1일패스 끊고 트래킹 300대만달러 예상
돌아올 때 사카당에 버스 안 섬. 대략 예상시간은,
0630 출발
0730 초입의 사카당. 왕복 4.1km 두시간 반정도 예상하는데, 끝까지 가지 말라는 리뷰가 많음.
0910 천상으로
0945 천상도착 상덕사구경 바이양 트래킹
1140~1142 뤼수이도착 및 트래킹 1시간 정도
1250~1300 연자구도착 및 트래킹 2시간 정도
1422~1432 혹은 1512~1522 장춘사 트래킹 1시간정도 루트가 좋을 듯 화롄 도착하면 저녁 7시정도.
이게 초창기 대략적인 계획이었다.
저 예상 소요시간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와. 사랑해요 구글리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가려던 코스들의 대략적인 소요시간을 리뷰에 남겨놓았다.
그것을 토대로 계획하면 된다.
지금 봐도 나쁘지 않은 계획이긴 하다.
당시 구곡동이 출입불가라 배제했는데 넣었어도 어찌어찌 굵직한 코스는 다 돌아봤을 듯.
여튼 대략 이렇게 짜고, 트래킹 전날 화롄에 도착해서,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계획을 보강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계획대로 이행하진 못했다.
구곡동이 부분적으로 개통됐지만, 녹수쪽이 아예 출입불가였으며
공사로 인한 버스이용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타로코 협곡의 여러 코스들 중에서 천상(상덕사)과 구곡동, 연자구만 트래킹을 하고 왔다.
타로코 트래킹을 계획하며 그 시작을 하려고 했던 '사카당' 트레일은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버스시간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아, 타로코의 초입부인 여행자센터에서 개같이 뛰어가면 가능은 하다. 진짜 가능은 한 정도.
화롄에서 타로코로 버스타고 이동하기
이른 아침 적막이 흐르는 호스텔 로비는 항상 마음을 신선하게 한다.
왠지 이렇게 아무도 없을 때 길을 나서거나 떠나는게 좋더라.
https://qkr33939.tistory.com/547
호스텔 근처의 아침밥 집에서 허기를 달래고,
편의점에 들러서 초코바, 빵 따위를 사서 가방에 넣는다.
버스 터미널 맞은 편에도 편의점은 있지만, 그냥 가던 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산다.
마치 짝퉁 게토레이같은 이온음료도 하나 겟 하고.
여기에 이쁜 이지카드도 있더라.
...... 망할. 아무리 생각해도 이지카드는 타이베이에서 시간이 많을 때 예쁜걸로 장만했어야 했다.
아, 저기 오른쪽에 무능한 아이캐쉬2.0도 보이네 ㅎㅎㅎㅎㅎ
운동장과 야자수. 그리고 저 너머의 산.
구성은 제주랑 비슷한데 느낌은 완전 다르다.
오늘도 날씨는 완전히 맑음.
비가 잦은 겨울철 대만여행에서 날씨운만큼은 좋았다.
출발은 화롄역 맞은 편의 버스터미널. 터미널 내에는 한국어로 자알 설명된 지도나 카탈로그가 있으니까 꼭 챙겨가자.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될 것이다.
버스터미널은 우리나라 소형 버스터미널 그 자체 ㅋㅋㅋㅋㅋ
새로 공사한건지 화롄역과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새것같은 느낌이 나더라.
한쪽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역시 관광지인지라 한국어도 많이 보인다.
친절하고 깔끔하게 영문으로도 차시간이 나온다.
내가 탈 7시 40분에 출발하는 310번 버스는 종착역이 천상Tianxiang으로 나오지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저기까지 안간다.
타로코 초입의 비지터 센터까지만 간다.
버스터미널 내부에도 저기까지 안간다는 안내문이 많다.
플랫폼은 6번.
타로코 초입까지 기본요금 13대만달러에 총 40대만달러.
2층 버스같지만 그렇진 않고 그냥 승객칸이 높은 버스였다.
앞 구경을 못하게 막아놓은게 인상적(?)이더라.
좌석마다 USB포트도 있긴 했는데, 내 좌석에서는 작동되지 않았다.
버스에 화장실도 있음.
310번 버스가 특수 용도 버스라는 느낌이 오더라.
시내버스가 아닌 시외버스인데다 거의 여행자 전용 노선이니 화장실이 있을만도 하지.
크으.. 버스 오른쪽 좌석에서 이런 멋진 해안뷰를 보며 이동할 수 있다.
아마 이 근처에 두곳정도 바다 관광포인트가 있던 것 같은데, 관심 밖의 일이라 어디였는지 기억은 못하겠다.
한무리의 대만 젊인이들 무리들이 있던데...
사진을 찍는데 들리는 선명한 '하나 둘 셋'. 그리고 '감사합니다'.
뭐지?? 아니 지금까지 한국말이 들리질 않았는데 대체 뭐지???
뭐? 아니 뭐라고? '시2222바아알'???
억양이 분명 한국말이 아닌데 한국말이 들려????
이 또한 K트렌드겠지.
신창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렸는데,
이것은 트래킹 코스를 올라갈 302번 버스의 시발점이 신창역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나중에 302번 버스에 올랐을 때 여기서 내린 사람들이 죄다 의자에 앉아있었다.
드디어 타로코의 입구. 비지터센터에 도착.
이야 역시 이지카드는 탭할때도 경쾌하네.
"여여 승츠어~~!!"
302번 버스를 기다리며 비지터센터에서 기념품이나 사갈 생각이었는데, 오늘 비지터센터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 망할.
분위기가 너무 한국 가을 등산 초입이라서 소름끼치게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관광버스 돌아다니는 거도 그렇지만 산 생김새나 색깔이 우리나라랑 거의 판박이.
그렇다고 트래킹코스도 우리나라랑 판박이는 아니니까 괜히 왔나 걱정은 말자.
대만에서도 나이드신 분들이 관광버스타고 많이 돌아다니시는 것 같더라.
1시간 정도의 기다림 끝에 302버스가 왔다.
아... 역시 그 공사때문에 버스 간격이 그지같아졌어.
버스 내에는 역시 신창역에서 내린 할머니 무리들이 타고 있었다 ㅋㅋㅋㅋ.
그 외에도 사람이 많이 타서 서서 가긴 했는데, 안되겠다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유명 관광지의 제한된 차량 치고는 오히려 상당히 쾌적한 편이었다.
No노스모킹이나 No성추행은 그렇다쳐.
여긴 대만이니까 버스 안에서 취식도 하면 안되겠지.
근데 도대체 새 금지는 뭘까???
이쯤 저 Baisha Second Bridge를 건너기 전에 버스는 정차하여 한없이 대기했다.
도대체 왜 멈춘건지 구글맵 뒤져보다가 타로코 공사구간의 실정을 알게 되었지.
ㅋㅋㅋ 되는 일이 없네. 암담했다.
다른 차들도 모두 대기한 채로 30분이 넘게 있었는데,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아예 걸어서 올라가더라.
근데 저기 공사구간인데 걸어서 통과하는게 되려나?
이쯤 되면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차로 일찍 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 어렵다 어려워. 여행 전 공사가 끝나길 기원할 수밖에.
한 40분을 길가에 내다버리고 버스는 위로 위로 천상으로 달린다.
맨 앞에 저러고 서있으니 앞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타로코 협곡의 뷰가 아름다웠다.
날씨도 완벽하고.
아아 진짜 공사나 녹수 쪽을 못간 것 말고는 열정을 불사르기에 너~무 좋은 날이었어.
천상 그릭고 상덕사 천봉탑
천상은 산 꼭대기 마냥 높은 곳에 위치했음에도. 의외로 문명화(?)된 곳이었다.
하긴 도로도 나있고 버스도 지나다니는데다가 유동인구도 많으니 그렇겠지.
버스에서 내리니, 서너개 있는 점포의 호객상들이 자기네 가게로 오라고 난리였는데 당연히 패스.
아, 여기 세븐일레븐도 있다.
완벽한 날씨!!!!
잘 보이진 않겠지만, 저기에 불탑이 있다.
확대해서 잘 보면 찾을 수 있다.
바로 상덕사의 불탑, 천봉탑인데, 일단 저기가 이번 여정의 제 1목표다.
구글맵으로 볼 때도 여긴 가보고 싶었음.
와 원래는 널널하게 구경하고, 바이양 트레일을 고민하려 했는데 40분을 내다버렸더니 시간이 너무 없다.
상덕사와 천봉탑도 재빠르게 달려 갔다온다!
다리를 건너 불탑으로 향한다.
이 쯤 뭔 갑자기 꽈광!!하는 마치 다이너마이트 터지는 소리가 났다.
옆에서 기념품을 팔던 불자에게 눈빛을 보내니, 불자는 자기도 뭔 일인지 모른다듯이 '아돈노~'하고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더라 ㅋㅋㅋㅋㅋ
올라가야돼 ㅠㅠㅠ
엄청 올라가야돼 ㅠㅠㅠㅠㅠ
중간에 왠지 공사중인 것 같은 거대 불상도 보이고.
요기가 바로 천봉탑. 영어로는 Tianfeng Pagoda.
가까이서 보니 훨씬 이쁘지만, 멀리서 보는게 자연과 어우러져 더 나았던 것 같다.
안에는 불상도 있는데, 위로 올라가진 못하게 쇠사슬로 막아놨더라.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그래도 천상의 뷰를 쓰윽 훑어보며 감상해준다.
아직까지는 '멋져~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다음으로 가는 트래킹 코스들에서는 '진짜 와 시밤 오길 잘했다' 하는 감탄이 나온다.
다시 내려가자 ㅠ
딱 이 뷰에 다 들어가있네.
다리에 입구에 불상에 불탑까지 전부.
뛰어서 재빨리 다녀온데다가 바이야 트레일도 안가서 시간도 남으니, 세븐일레븐에서 요기를 하기로 한다.
한국의 김은 대만 산골짜기 동네에서 선물용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자... 김밥하나 집고 사과주스 하나 집어 바깥으로 나왔다.
이 날은 이상하게도 유리병에 담긴 주스가 마시고 싶더라. 평소엔 페트병인데.
그리고 한쪽 높은 단에 음식을 올려놓고 지갑같은걸 추스리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아줌마가 중국어로 뭐라 소리소리지르는거. 다급하게.
내가 뭐지? 하고 뒤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보니까 원숭이랑 눈이 딱!!! 마주침. 와아.... 내 음식 가져가려고.
부리나케 손을 뻗어 쟁탈전이 벌어졌지만,
사과주스가 땅에 떨어져서 깨졌고 원숭이는 퇴각했다 ㅠㅠ
정신 나간 상태로 김밥을 주섬주섬 가방속에 넣어 지퍼를 닫고,
깨진 병을 하나하나 주워 세븐일레븐 안 알바에게 보여줬다 ㅠㅠㅠ
친절한 알바 ㅠㅠㅠ 종이백 같은 것에 넣어 같이 치워주더라 ㅠㅠㅠㅠ 아이 망할 원숭이 새퀴.
그제서야 보이는 원숭이 주의 표시판.
당연히 사건이 발발하기 전에는 이런게 눈에 안들어온다.
견원지간 아니니?
너가 좀 처단해주면 안되겠니.
아직도 세븐일레븐을 바라보며 매복하고 있는 원숭이.
와 저러고 있는데 저걸... 저걸 어떻게 알아보냐고!!!! 아예 저기에 뭐가 있는지 느끼지도 못했어.
내가 음식을 놨던건 계단 내려가자마자 좌측에 있는 좀 높은 단이었는데...
여기서도 삐죽 나와있는거 보이네. 바로 습격당했지.
11시. 나는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시간은 비교적 널널했으나, 제한적인 차량과 코스로 인해 옵션이 많지 않았다.
녹수.... 녹수만 뚫려있었어도 좀 더 근사한 여행이 됐으려나 싶지만,
충분히 만족스럽게 다녀와서 딱히 상관은 없다.
당연히 이지카드 가능이고,
뒷쪽 카드단말기에 위의 사진처럼 다음 정류소가 뜬다.
九曲洞.
다음 코스는 구곡동이다.
분명 녹수도 멋질게 뻔했지만, 지금 나의 여정에서는 하이라이트였던 구곡동.
한 10분 내려가니까 버스는 멈춰선다.
하차자마자 어리둥절.
어디로 가야하지? 하며 일단 구곡동입구부터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