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막날이 밝았다.
너무 아쉽다.
오늘은 굳이 스노클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공항으로 갈 생각이었다.
와아... 저녁 9시 반 비행기라 하와이에서의 마지막날을 어떻게 보내지 걱정이 많았었다.
아싸리 그냥 번화가에서 묵었다면, 호텔에 짐만 맡겨두고 돌아다니다가 시간맞춰서 공항에 가면 되는데,
빅아일랜드 서북쪽 끝 한적한 곳의 페어몬트 오치드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번화가인 카일루아-코나는 공항을 지나 빅아일랜드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차 시간도 거지같아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지만,
이 모든 고민은 '레이트 체크아웃'으로 극뽁!!!!!!!
다행히도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시간 5시 15분 쯤인 5시 체크아웃을 확정받았고,
그러면 뭐... 최대한 늦게까지 객실에서 머물다가 샤워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공항으로 가야지 생각했다.
스노클링하면 바지가 마르지 않을까봐 걱정이라 안하긴 했는데,
음.. 역시 돌아오고나니 후회된다. 한번이라도 더 바다거북을 만나볼걸.
조식도 6시 반에 오픈 땡 하면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살짝 늦은 7시 반에 들어갔다.
7시 반도 이른 시간인데 식당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차서 대기하는 사람이 있더라.
이전 테이블 자리와는 달리 높은 바 자리에 앉아 조찬을 즐겼고,
오늘 역시 커피는 100%코나 커피!
오늘도 조식은 로테이션이 돌아갔다.
새로운 음식이 보이길래 유심히 봤더니, '로코모코'라고 하는 하와이 음식이었다.
밥으로 베이스를 깔고 그 위헤 함박을 올리고 반숙 계란까지 캬아.
한국인이 싫어할 수가 없는 조합이네.
계란 후라이 기다리면서 다른 손님이랑 이야기해봤는데, 그 손님이 로코모코 맛있다고 그렇게 열렬히 칭찬하더라.
그렇게 조합된 오늘의 1라운드.
애석하게도 김치볶음밥은 오늘도 안나오고 대신 '파인애플 베이컨 볶음밥'이라는근본부족한 볶음밥이 나왔다.
......
나 진짜 김볶밥인 줄 알고 많이 펐다가 음식 태그에 쓰인 이름보고 깜짝 놀랐음. 김치가 아니라 파인애플이었다고!?!?!
연어가 실하기에 연어덮밥을 커스터마이징해보았다.
...
연어가 너무 실해서 너무너무 묵직하더라.
내가 만들었던지라 할 말은 없지만, 조식치고는 부담스러운 한그릇이었다.
으아아앙. 대략 3일동안 머물렀던 정든 방을 떠나는구나 ㅠㅠㅠ
침대랑 이불 너무 포근해서 좋았건만 ㅠㅠㅠㅠ
잘있어~~~ 나 말고도 누군가 입실하겠지만 이 방은 오래오래 기억될거야 ㅠㅠㅠ
마지막으로 노천 바에 가서 로컬 맥주를 즐기려 했건만, 직원들이 너무 바쁜 것 같아 매점에서 캔맥주로 구입했다.
분명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엄청 바빠하더라들.
좀 더 기다릴 수도 있긴 했는데, 이미 땡볕에서 10분정도 기다린지라 지쳤었다.
뭐 덕분에 이렇게 KOA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 3종을 다 먹어봤고, 추가로 파인애플 맛 술도 먹어봤고.
다채롭게 즐겨서 좋았다.
진짜 이제는 헤어질 시간.
다행히 레이트 체크아웃 오후 5시로 확약받아서 최대한 페어몬트 오치드 리조트를 즐기다가 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쉽구나. 이 남국의 뷰.
아 그리고.
와.... 이번 여행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
사전에 공지하기로는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정전이었다.
근데 정전이 오전 9시 반부터 나 퇴실할 때까지 쭈욱 이어졌다.
노트북 배터리도 나가고, 화장실 불은 안들어오고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레이트 체크아웃... 난 원래 진작 퇴실했어야 할 몸인지라 입 꾹 닫.
4시쯤에 어둠속에서 샤워를 마치고 유유히 퇴실했다.
ㅋㅋㅋㅋ 한밤중에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태에서 여기로 와서 체크인한 기억이 난다.
혹시라도 다음에 여길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낮시간에 체크인하고 싶고, 적어도 너무 늦은 밤에 오는건 지양하고 싶다.
오호. Hele-On버스가 모두 후줄근했던건 아니네?
페어몬트 오치드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오후 5시 15분 버스는 꽤 구색이 잘 갖춰진 깔끔한 버스였다.
사실 하와이 빅아일랜드는 리조트가 멋진거지, 도로를 달리다보면 이리 척박해보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롯가에서 보는 바다나 한가운데 올라간 산이 멋지긴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시커먼 화산재로 이루어져있다.
놀랍게도 이 버스는 나 혼자만을 태우고 공항까지 간다.
아니 기사양반.
난 눈이 멀 것 같은데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것이오.
다시 공항에 오고.
역시 이 개방형 공항은 정말 흥미롭게 생겼어.
시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너무 난잡한 구조에 웨스트젯은 어디서 발권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다행히 모바일 티켓이 있어서 바로 보안검색대로 향했지만.
보안 검색대마저 바깥으로 공개된 이 이질적인 뷰.
내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이러다가 비라도 오면 승객들은 어째야 하는겨.
건물쪽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비를 피해야 하나.
다행히 웨스트젯이 운항하는 11번 게이트는 실내였다.
의자 군데군데에 콘센트와 USB포트도 있어서 폰을 충전하기에도 좋았다.
다만 식수가 문제였는데...
건물 내부에 있는 식수대에서는 물에서 화장실 냄새가 나서 싹 다 버렸고,
건물 외부에 있는 식수대의 물은 미지근했다.
차라리 외부에 있는 식수대의 물을 쭉 흘려보낸 후 물을 받으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절대 내부에 있는 물은 마시지 말자. 엄청 찝찝해서 한모금 꿀꺽하고 죄다 버렸다.
하와이로 올 때에는 자리가 많이 남았었는데, 돌아갈 때는 승객들을 꽉꽉 채워서 가더라.
사람 진짜 많았다.
그리고 밤비행기의 유용한 점을 깨달았다.
..... 시간이 빨리 가.
애기 우는 소리에 환장할 것 같았고, 옆자리 사람때문에 불편함도 있었는데,
눈 몇번 감고 뜨고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 1시간 전 알림이 뜨더라.
아니, 나 도대체 이 불편한 자리에서 어떻게 잠을 잤던거지????
아니????? 분명 바깥온도가 영상 27도였는데 바깥에 눈이 쌓여있어?!?!?!
어떻게 된거야 이게!?!?!?!
아아ㅏ아아ㅏ아ㅏ 돌아와 버렸구나. 이 겨울의 땅에.
얼렁 숙소로 귀환하여 라면하나 끓이고 쉬고 있다.
즐거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다녀오길 잘했어.
언제나 난 이런 식이다.
막상 뭐라도 들이닥치는 순간엔 가기 싫고 하기 싫고 부정적으로 변하지만,
실제로 가면 충분히 잘 즐기다 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짧은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돈 진짜 많이 깨졌다.
당분간은 돈을 아끼는데 집중해야겠고,
다음 여행은 내 생일이 낀 2025년 6월이나 9월의 가을날로 계획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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