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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까지의 인생정리

[인생정리20][유럽3차여행2] 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역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아스라이39 2021. 3. 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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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에서 버스를 타고 마케도니아로 향했다.

티라나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터미널 근처까지 왔는데도 길을 몰라서 카페에 앉아있는 청년에게 Can I ask you something?을 시전했는데 No로 받아치더라 개객기야. 

며칠동안 친절하고 유쾌하며 순박한 알바니아인들을 봐왔기에 이 청년의 적대심은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바로 옆에 지나가는 여성 두분에게 같은 말을 하고 버스터미널을 묻자 친절하게 대응해주더라.

...

미꾸라지 한마리가 물을 흐린다. 이건 뭐 한국도 다르지 않을테지만.

 

여튼 기분을 추스르고 국경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고, 국경마을에서 시내버스를 다시 탄 후, 보더에서 걸어서 마케도니아로 입국했다.

 

일장기를 닮은 탓에 마케도니아 국기는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전혀 전범기와는 상관없다.

 

 

가는 동안 내내 땅에 발만 붙히면 수많은 삐끼들이 자기 차를 타라고 나를 유혹했지만, 거절했다. 난 대중교통을 선호한다. 

국경의 마을에서도 지역버스를 타고 호수를 따라 쭈욱 달려 마케도니아 첫번째 장소인 오흐리드에 도달했다.

 

Ch1. 오흐리드. 두 말 할 것 없이 강추. 다시 가보고 싶다.

 

 

 

그..... 엄청 좋았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좋았다.

왜 사람들이 오흐리드를 여행의 성지로 여기며 찬양하는지 알겠더라.

여긴 진짜 발칸반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가보지도 못했지만, 그 유명한 두브로니크와 쌍벽을 이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흐리드. 칭찬을 하고 또 해도 모자르다.

 

하지만 청결하고 편리하며 최신식의 시설과 서비스는 기대하지 말 것을 권한다.

여기는 가난하고 낡은 땅이다.

단지 그들의 삶과 문화, 역사, 음식을 같이 향유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일 수 있다.

...아니 근데 또 내가 머물렀던 호스텔 도미토리는 깔끔했단말이지.

아아 너무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어.

 

일단 물가가 싸다.

가난한 나라답게 사먹는거나 기념품거리가 싸다.

게다가 마치 태국의 그것처럼 호객행위가 별로 없다.

고요한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도시를 향유할 수 있었다.

음식은?

맛있다.

보통은 그리스 식으로 나오는데 우리 입맛에 익숙한 맛이 많다.

특히 앞으로의 동유럽 일정에서 내내 접하게 되는 '사르마'라는 양배추말이 음식은 가히 한국인의 입맛 그 자체였다.

그 외에도 수프부터 시작하여 튀김요리나 구이 등 저렴한 가격으로 이 지역 양질의 음식을 겪어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마을을 돌아다니려니 개가 앞장서서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동네 강아지인 것 같은데 애가 참 친밀성있고 좋더라.

근데 진짜 한시간을 계속 붙어다녔는데, 나한테 뭔가 바라는게 있었나? 먹을거라도 바랐던걸까?

음.... 결국에는 계속 나한테 앵기는게 부담스러워서 떨쳐버리고 혼자 돌아다녔는데 좀 미안하더라.

 

 

그에 반해 고양이는 진짜 요물이다.

저렇게 다소곳이 앉아서 밥먹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 안줄 수가 없잖아.

개들은 진짜 고양이의 잔머리를 배워야돼.

사람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저 눈빛을 배워야돼.

 

 

오흐리드 언덕 위에는 성이 하나 있는데, 유료입장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므로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만 오픈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으니 이건 신경써야한다.

성벽으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호수와 마을, 그리고 산들이 보이는데 중세시대 느낌이 충만한 뷰이니 꼭 방문하자.

그 외에 마을을 걷는 것도, 옛 유적지를 보는 것도 좋았다.

아, 그리고 오흐리드에서 이번 여행에서 주구장창 볼 러시아 정교도 교회도 처음으로 봤다.

1차 유럽여행의 모토가 카톨릭투어였다면, 이번에는 정교회투어다.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에서의 산책이나, 고성탐방, 나를 따라오며 아양을 떨던 동네 개, 시내 2층 테라스에서 먹는 브런치...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훌륭한 휴양의 땅. 오흐리드다.

동유럽하면 대표적인 트로이카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발칸반도야말로 변질되기 전에 가봐야 할 매력적인 지역이 아닐까. 그 중 오흐리드는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관광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사랑스런 오흐리드를 떠나 다음 일정은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를 지나 진짜 완전 좋았던 불가리아로 갔다.

아 발칸반도. 사랑해요. 너무 좋아.

 

와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 귀국 여행에서 안좋았던 곳은 스코페 한 곳밖에 없네.

스코페에서도 이틀밤을 머무르긴 했는데... 흐음....

그래. 발칸반도 여행은 스코페만 빼면 아주 성공적인 여행이었어.

 

 


Ch2. 굳이 안가봐도 됐을 스코페. 하지만 안갔으면 섭섭했으려나.

 

 

스코페에 2박3일을 있었는데, 그것도 길었다. 1박2일이면 됐다. 걍 지나가긴 아쉬우니 하루라도 있어보자는 마음으로 말이지.

제일 좋았던게 숙소로 잡은 건물 지하에 사는 고양이들 밥준거다.

완전 귀요미들이었다.

세상에 타국에서 관광하는데 도둑고양이 식구가 제일 좋다니. 여긴 거기서 끝난거다.

 

날씨가 구리구리해서 그랬나?

여튼 오흐리드를 떠나 스코페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거리 곳곳의 지저분한 그라피티나 배수가 되지 않는 도로, 낡은 구소련의 건물들 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침울해졌다.

 

게다가 그 숙소도 주인이 별로라 짜증났다.

체크인했을 땐 친절하더니만, 마지막날 아침에 8신가? 체크아웃전에 샤워를 했는데, 그거가지고 뭐라고 하더라. 사람들 잘 시간이라면서... 아니지. 물이 아까웠겠지.

 

길을 걷는데 어쩐 젊은이들 무리에서 어떤애가 나한테 '칭키!'하며 지나갔다.

솔직히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는데, 에효...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그러지 말지 그랬냐.

내가 그 무리를 향해 쳐다보자 그 옆의 친구는 미안했는지, 아니면 내가 뭔 일을 낼까 두려웠는지 심란한 기색으로 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다행히 스코페에 인종차별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길을 걷는데 어떤 젊은 남자에가 나한테 '헬로!'그러더라. 반갑게.

난 벙쪄서 타이밍 좋게 헬로! 하며 대꾸해줬다.

여행자들에게는 현지인의 이정도 레벨의 호의만 겪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스코페에 남산같은게 있어서 거기에 대형십자가가 빛나고 있었다.

저기나 가볼까 했는데 계속 비가왔다. 날씨도 안따라준다.

아, 스코페 시내에는 랜드마크가 하나 있다.

포트리스 즉, 옛날 요새가 자리잡고 있는데 엔간하면 가지 말자. 실망한다. 시설도 다 부서져있고 관리안되는게 너무 뚜렷이 느껴진다.

 

단연 스코페에서 볼거리라고 하면, 민생 따위 신경도 안쓰고 거리 곳곳에 박아놓은 크디 큰 조형물들이다.

가난해 죽겠는데 세금을 이딴데다가 쓰니까 국민성도 저따위지.

앗 아니다. 친절한 사람도 있지. 편견갖지 말자. 어휴.

 

정보를 듣고 찾아간 부페식 식당은 가격도 비싸고 맛도 별로였다.

아, 교통사고도 한번 날 뻔했다. 물론 이건 내 잘못. 정신차려야지.

흠... 뭐 이래저래 빨리 뜨고 싶은 동네였다. 짧은 일정이라 그랬을테지만 좋은걸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다행히도 스코페를 떠난 후, 이 다음 일정부터는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었다.

간혹 궂은 날씨가 날 엿맥이긴 했지만, 그러면 어떠랴 그 또한 추억인것을.

다음의 행선지는 불가리아. 사랑스러운 불가리아에 드디어 발을 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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