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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정리18] 2017년 3개월간의 아일랜드 워홀. 첫 조기귀국.

아스라이39 2021. 3. 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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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내가 지금껏 다녀본 다른 워홀 국가랑은 성격이 매우 이질적인 국가였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모두 이민국가인데 반해서 아일랜드는 역사가 유구한 유럽국가라는 점이 그 원인이었으리라.

 

하지만 아일랜드의 그런 이질적인 느낌은 차치하고, 아일랜드 워홀의 가장 큰 시사점은 내 워홀커리어에서 첫 후퇴인 것이었다. 워홀 패배로 인한 조기 귀국. 수치스럽다.

뉴질랜드에서도 패배는 겪었긴 했지만, 끝까지 남아 결국 크롬웰 체리농장에서의 황금시대를 보냈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조기귀국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역시 아일랜드는 이민국가가 아니기 때문이었음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2017년 7월.

날도 따스한 한여름에 나는 돼지같이 뒤룩뒤룩 살이 쪄서 서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Ch1. 시작전 잠시 출국여행. 하노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하노이를 경유하는 베트남 항공을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정말 공교롭게도. 우연으로. 이런 미친 우연으로 그 비행기에는 내가 아는 두사람이 더 타고 있었다.

일단 놀랍게도 일정이 맞아 같이 떠나게 된 통칭 '오'.

뉴질랜드에서 만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오'는 호주에 가는 길이었고, 나는 유럽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를 경유하게 되었다.

반나절간의 하노이 시내구경에서 같이 돌아다녔다.

 

그 비행기에는 스페인이었나?로 가는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에서 만난 '양'이 타고 있었다.

신기한 타이밍이야.

 

하노이는 뭐랄까..

원체 정보없이 방문했던거라 딱히 기억에 남진 않는다.

분짜를 먹었는데 국물에서 철수세미가 나왔고...

아, 베트남 커피를 마셨구나. 유명한만큼 진하더라.

그리고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유명한 호수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백화점에 가서 반팔티를 하나 사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왔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

기묘한 타이밍이었던 동행을 마치고 '오'는 호주로 향하고 나는 유럽으로 향하고 빠이빠이.

 

내가 몸을 실은 베트남 항공 여객기의 종착지는 프랑크푸르트였다.

우리나라에서 아일랜드로 가려면 두번은 경유해야겠더라. 한번 경유하려면 돈 많이 깨져서.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짧은 거주. 그리고 그 와중에 하이델베르크 당일치기.

예전에 가봤던 곳이라 이번 여정은 뭐랄까..

추억의 답습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장에서는 2011년 12월에 사진찍은 그 정육점. 글자토시 바뀌지 않고 한글이 그대로 적혀있더라.

하이델베르크에서는 고향친구랑 같이 갔던 세상에서 가장 도수높은 맥주. 라고 마케팅하는 페테33에도 다시 방문해봤다. 와 이번이 3번째로군. 하이델베르크..

1차 유럽원정 때 처음 가보고, 귀국하기 전에 가보고, 이번에 다시 가보고.

무려 세번이나 방문하다니.

Vetter 33 술집이다.....가격 많이 비싸더라. 원래 이렇게 비쌌나;;; 비싼 기억은 나는데 너무 비싸서 당황했었다. 여긴 물가가 안정적인 독일인데...

6년 전 하이델베르크의 물가파괴의 감동은 이제 온데간데 없었다.

노르드시Nordsee라는 브랜드는 해산물 튀김... 그러니까 뉴질랜드의 피쉬앤 칩스같은걸 파는 곳인데, 여기도 들렀다.

1차 원정때나 2차 북유럽 원정때 등 몇번 봤던 기억은 나는데, 뭘 사먹었던 기억이 없더라.

 

추억을 향유하며 짧은 독일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본무대로 들어갔다.

에어링구스라는 아일랜드 저가항공사를 이용하여 드디어! 녹색의 나라, 붉은 피부의 사람들이 숨쉬는 아일랜드에 도달하게 되었다.

 

 

Ch2. 녹록치 않았던 3개월. 그래도 사랑했다 아일랜드 골웨이!

 

이민국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정착하기에 아일랜드는 번거로운 점이 많았다.

아, 그 중 핸드폰 개통은 캐나다에 비하자면 양반이었지만.

은행개통이나 노동번호인 PPSN발급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것들을 구비하는데에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아, 음... 팁으로 거주지 주소를 증명할 때에는 아일랜드 우체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온라인으로 우표를 구입하면 된다.

우체국은 공기관이라 우체국에서 배달된 우편물은 주소증빙으로 효력이 있다.

 

 

분명히 말하자면 골웨이가 날 싫어한거지 나는 골웨이 좋았다.

다만... 집문제에 일문제에 별에 별 복합적인 문제가 끼어드는 바람에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을 뿐이다.

 

더블린부터 시작해서 이거저거 쓸 말은 많지만 최대한 적게 써야겠음을 느꼈다.

....지난 글을 읽어봤는데, 아무래도 옛날 기억에 긴 내용이라 지루하기 짝이 없더라.

참고로 내 네이버블로그에 기재한 포스팅은 내가 봐도 재밌다...

...지금은 백수중이라 재밌는 글을 못쓰고 있지만.

 

https://blog.naver.com/qkrtkdwns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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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임. 

 

일을 아주 우연히 구했다.

원래 점찍어두고 일하고 싶었던 호텔에 가서 이력서를 돌리고 오던 중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던지라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는데 우연찮게도 바로 눈앞에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던거.

알딜런Ardilaun이라는 호텔이었는데, 거기에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적은 근무시간이라 돈은 그리 많이 벌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하우스키핑부서 매니저급이 좀 성격이 괄괄한 사람인지라 피곤하긴 했지만,

동유럽인과 아시안, 그리고 아이리쉬로 꾸며진 객실정비팀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 여기서 처음으로 '듀벳Duvet'침대를 만들어봤다.

역시 쓰리 레이어가 짱이다. 이불을 포대기에 싸려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아일랜드에서 본토의 진정 오리지날 아이리쉬 할로윈을 맛봤고,

모허절벽, 아란섬, 코네마라 지역 등 관광용으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할 그 지역의 디테일한 관광지에도 돌아다녔다.

그리 크지 않은 골웨이 시내에서는 자주 가던 펍이 있었는데,

거기서 먹는 피쉬앤칩스와 기네스는 아주 기가 막혔다.

 

 

 

와아.. 이게 엄청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기네스 생맥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는 점.

아이리쉬펍이 어디에나 있다는 점.

와아. 사진만 봐도 좋아. 기분이 좋아졌어.

 

흐린 날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했지만,

맑은 날에는 더없이 아름답던 골웨이였다.

....

그러다 집문제가 발생한다.

골웨이 서쪽의 '낙나카라'라는 지역에서 머물렀었는데, 중국인이었던 하우스 오너가 코크로 이사한다고 집을 내놓는댄다.

난 결국 다른 숙소를 거짓말처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아일랜드를 떠났다.

 

같이 일하던 팀멤버들도 어이없어하긴 마찬가지.

아니, 내가 이런 상황이면 그래도 호텔 방 조그만한거라도 저렴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줘야 하는거 아님?

어짜피 만실도 아니면서.

팀 동료가 전에도 나와 같은 경우로 떠난 친구가 있다며 나를 위로해주던데... 에효... 이젠 걔들 이름도 가물가물하네.

3개월 있었다.

7월 중순에 가서 11월 초까지 만으로 3개월.

 

급하게 떠나게 되서 무척이나 아쉬웠고,

무엇보다도 이 선택은 내 귀국여행루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나 더 아쉬운게 있다면, 이번 워홀이 내 인생 마지막 워홀이자, 실패적인 워홀이라는 것이다.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그랬지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꾹꾹 참고 버텼었다.

그러나 이번 워홀은 반도 못채운 고작 3개월에 그쳐야했다.

이래저래 아쉬운 경험이었다.

 

다른 도시라는 선택지도 있었는데, 결국 뭐... 후퇴했다.

음... 아쉬운게 있다면, 만약 아일랜드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꽉꽉 채웠다면 귀국여행이 좀 더 다채로워지지 않았을까. 

영국 투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며 꿈꿔왔던 로마.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지였던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치비타'.

아드리아 해를 넘나드는 페리.

이전부터 계획해왔던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어쨌든 아일랜드를 나서는 나에게, 많은 것이 생략된 나의 3차 유럽여행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일랜드. 많은 아쉬움만을 남기고이제 워킹홀리데이는 내 인생에서 종말을 선언했다.

 

 

난 골웨이를 좋아했고, 더블린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마신 기네스는 잊을 수가 없다.

사진의 저 상태에서 약 30초정도만 두면 새까맣게 변하는 크림 흑맥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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