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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까지의 인생정리

[인생정리15][동남아1차여행3] 아시아의 진주. 미얀마.

아스라이39 2021. 3. 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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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군부 쿠데타와 민중 시위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미얀마지만...

닫혀있던 국가 미얀마도 잠시나마 관광하기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

2017년 즈음부터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까지 미얀마는 문민정부의 힘을 받아서 그랬는지 슬슬 외부인들에게 관광자원을 열어가는 시기였다.

여권의 힘이 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비자가 없이도 방문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그들 스스로만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던 이 매력적인 국가는 여러 도전적인 여행객들에게는 안성맞춤임 멋진 방문지였다.

... 다만 현재는 코로나나 쿠데타로 인해 여행하러 가기에는 매우 좋지 않다.

 

Ch1. 미얀마 1 도시 양곤. 이미 여기서부터 난 빠져들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바로 환전을 했다.

미얀마는 시내나 은행, 그리고 놀랍게도 공항에서의 환율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므로 어디에서든 환전을 하든 상관이 없다.

뭐.... 나중에 양곤 숙소 근처의 환전소에서 좀 더 환전했는데, 매우 페어한 환율로 성공적인 교환을 할 수 있었다.

 

양곤국제공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차를 타도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라인이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할 때 굳이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벗어나는 일이 잘 없다. 돈도 그렇고, 바가지 쓸 위험도 있고.

게다가 불운하게도 양곤으로 들어가는 도로교통은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꽉꽉 막혀있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첫인상에도 불구하고 양곤에서 무지 만족스럽게 여행했다.

알 수 없는 문자들. 치마를 입은 남자들. 우리와는 다른 거리거리 풍경들.

양곤에 들어서자마자 난 여길, 이 이국적인 환경에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길거리에서 좌판을 깔고 간식같은걸 파는 아주머니는 되게 순박해 보였다.

이 후로도 샨족 샐러드나, 꼬치구이, 그리고 미얀마 맥주 등 저렴하고 맛있는 걸 즐겼다.

 

 

미얀마 맥주는 세계 맥주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이룰 만큼 맛있다고 한다.

버마에서 미얀마로 국호를 변경하며 국민들에게 새 국호를 친숙하기 위해 맥주 이름을 미얀마라고 지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세기말스러운 낡은 아파트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은 누가 뭐래도 금빛으로 번쩍이는 파고다들과 불상들이다.

뭇사람들은 나라가 가난해서 국민들이 비참하게 사는데, 종교가 뭐라고 불상에 금을 바르나 하지만,

이 또한 그들의 문화와 믿음이니 함부로 판단하진 말자.

 

양곤 시내에도... 양곤 시내 한가운데에도 금빛 파고다가 있었다.

마치 서울의 남대문처럼 로터리 가운데에 금빛 첨탑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이게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파고다였다.

거기서... 자기는 승려출신에 교육을 맡고 있다며 누군가가 나를 가이드해주겠다고 접근한다.

별일이야 있으려니 했건만 역시나 나중에 돈을 요구한다.

푼돈 조금 쥐어주자, 이게 다냐며 되묻는다.

너... 불자아니냐. 왜 이렇게 세속적이야.... 그게 다라고 말하며 만족하지 못하면 돌려달라고 했다. 그냥 가져가더라.

 

뭐 이거 말고 안 좋은 기억은 없었다.

음식은 입에 맞았다.

내가 원체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 그런거겠지만;;;

양곤의 랜드마크인 쉐다곤 파고다에서는 낮에 가서 어두워질때까지 있었다.

사람들도 많고 너무 매력적인 곳이었는지라 섣불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믿음이 신실한 사람들은 대리석 바닥에서 석상과 불탑에 절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 그래도 양곤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양곤의 주위를 순환하는 열차가 있는데, 시속이 30km밖에 되지 않아서 매우 느리다.

여기에 있으면 한바퀴 도는데에 몇시간이 걸리긴 하는데, 진짜 지루하다.

그래도 그 지루한 와중에 사람들의 삶과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다.

시장에 물건을 팔러가는 사람들이 대다수긴한데, 느긋이 그들과 바깥 풍경을 구경하자니 세상 그리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나랑 같이 달려서 겨우 열차가 출발하기 전에 탑승한 서양인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들은 몇 정거장 가다가 그냥 내려버리더라.

그래. 그만큼 지루하긴 한 코스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관광이지만, 이들에겐 삶의 일부분이다. 그들의 삶을 참여하며 관찰한다는 것은 여행자로서 너무나도 큰 기쁨이었다.

 


 

맛집을 찾다가 발견하여 찾아간 샨족 샐러드집.

맛있다. 여길 몇번은 더 갔어야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미얀마는 물가가 파괴적으로 저렴하므로, 양곤이나 바간, 만달레이 등에서 몇주씩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식사가 입맛에 안맞아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Ch2. 고대의 흔적과 현대의 삶의 앙상블. 바간.

 

야간버스를 타고 양곤을 빠져나와 바간으로 향했다.

버스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호스텔을 통해 티켓을 예매했고 돈까지 다 지불했는데 내 좌석이 없던거였다.

터미널의 버스회사 직원들은 고민하더니 날 중간에 환승시킴으로써 상황을 해결해줬다.

양곤에서 출발할 때 버스기사 옆좌석에 앉아있다가 중간에 양곤이 아닌 다른곳에서 출발한 버스의 빈자리에 타서 무사히 여정을 계속할 수 있었다.

 

버스는 새벽에 나를 바간 역에 내려줬는데, 시작부터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마을에 진입하기 위해 통과세를 내라는 것.

그게 미얀마 물가만큼 저렴하다면 말도 안하겠지만, 몇만원이나 되는 돈이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브로모화산 근처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차라리 식당이나 액티비티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강매한다면 어느정도 이해는 하겠는데

생돈을 뺐겠다니 기분이 나빴다.

....뭐 관광객들 상대로 돈을 벌어보겠다는건 알겠는데... 에효. 이걸 문화나 관습으로 봐도 되는 것인가. 모르겠다.

 

 

불쾌한 시작에 비해 바간에서는 꽤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숙소로 정한 호스텔은 좀 오버하면 호텔급으로 좋았다. 도미토리라서 그렇지....

양곤에서도 그랬고, 후에 만달레이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미얀마에서는 숙소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하나같이 만족스러웠다.

 

바간 숙소에서는 어쩌다보니 괜찮은 한국인들을 만나서 전기스쿠터를 타고 같이 온 바간을 돌았다.

아, 바간에 도착한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유명한 사원으로 걸어갔었는데 진짜 멀긴 멀더라.

전기스쿠터가 짱이다. 익히기도 쉽고, 나의 든든한 빠른 발이 되어준다.

전기스쿠터 빌리는데 대여점마다 가격이 좀 다름으로 먼저 투숙한 여행객들에게 정보를 얻고 빌리자.

난 무슨 구멍가게같은 곳에서 빌렸는데, 매우 저렴하게 빌렸다. 이 또한 동행이 추천해줘서 알게 된 것임.

 

 

일출은 좋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오래된 과거의 사원 위에서 동쪽을 바라보았다.

열기구가 오르는 걸 보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다행히도 날씨가 계속 좋아서 여행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마을 곳곳에 식수같은 물항아리가 있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웬지 탈이 날 것 같았다. 외국에서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바간은 가난해보였지만, 그보다 더 큰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마을과 유적의 경계가 허물어져있다는 것이다.

물을 긷고 가축을 치는 그들의 터전은 천년전의 불탑과 함께 있다.

 

음... 여기서도 동행과 미얀마맥주를 먹으며 노닥거렸다.

우산가게가 기억난다. 전통방식 다양한 색깔의 우산을 매장안에 펼쳐놓아 장관을 이뤘었는데, 나도 5000원짜리 우산 하나를 사버렸다.

...그리고 그거 지금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이걸 쓸수도 없고, 장식하자니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나중에 캐나다로 가져와야하나 에효.

 

인상깊던 바간여행을 마쳤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맑은 하늘 아래서의 일출이었던 것 같다.

동남아는 1~2월이던 이 때 건기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비는 오지 않았다.

다만 대기중에 먼지가 자욱하긴 했는데 그래도 사진찍거나 구경하기에는 비가 오는 것보다 훨씬 나았었다.

 

 

바간에서 만달레이까지는 기차를 탔는데, 저속에 탑승감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행의 낭만은 역시 기차가 아니던가!

나름 편하게 온 양곤-바간의 버스보다는 좀 불편하더라도 탁 트인 기차가 더 좋았다.

불편함은 상관없었다.

 

여튼 기차를 타고 만달레이로 향하며 메츄리알도 사먹고, 기차역에서도 잠시 정차하는 그 틈에 플랫폼의 상인들에게서 이거저거 사먹었다.

플랫폼의 노점상인들에게서 음식을 사던 도중 갑자기 기차가 움직이자 음식을 들고 뛰어가서 움ㅈ기이는 기차에 올라탔다.

크으...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밌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둘기호가 개량되기 전이나 통일호가 있었을 때, 미얀마에서 했던 것처럼 움직이는 기차로 올라탈 수 있었는데...

뭐 시설이 좋아지는건 분명 편리한 일이지만, 난 미얀마의 그 불편한 기차에 더 정이 갔다.

아마도 바간에 올 때 탔던 슬리핑버스보다 불편하기 그지없던 기차가 더 머릿속에 남았던 이유도 이러한 경험때문이었을 것이다.

 


 

 

바간의 가장 강렬했던 인상은 유적지와 현지인들의 생활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삶의 터전에서는 천년전의 유적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널부러져있다.

 

 


 

Ch3. 수도 만달레이에서의 미얀마 마지막 일정.

 

 

 

만달레이에 역시 순박하고 친절한 미얀마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여기서는 오토바이 택시를 주로 이용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의도치 않게 어떤 외딴 마켓에 도착하게 되었다.

만달레이 외곽의 큰 시장같았는데, 뭐 기왕 이렇게 된거 옥으로 된 기념품도 사고, 다음 목적지인 우베인 다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 우베인 다리까지 세시간은 걸리겠더라!!!!

절망하며 걷고 있는데, 어떤 오토바이탄 아저씨가 야타를 시전하신다.

심쿵한 나머지 그의 뒤에 탑승하여 우리의 감정은.... 이 아니구, 아저씨께서 자기 가는 방향까지 날 태워주셨다.

감사합니다 ㅠㅠㅠ 그 이후로 나는 여행할 때 누군가에게 선물할 기념품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항상은 아니구 생각날 때만 ㅇㅇㅇ 한국적 문양이 담긴 북마크를 가지고 다니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여튼 중간에 내려 다시 걷다가 강 주변 움막같은데서 사는 어떤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오토바이가 있더라.

가격흥정 들어갔다.

2000원인가 3000원인가로 타협을 봤다.

다행히 더 안걸어도 됐다 ㅠㅠㅠ

 

 

우베인 다리는 석양이 멋졌다.

하지만 낮에도 충분히 근사했다.

건기중의 건기였던지라 강이 말라 사람들이 농사도 짓고 집도 짓고....... 우기때 없어질 집도 지어 살고 있었는데 저거 진짜 괜찮은거냐구요....

 

우베인 다리 건너편 노점에서 꼬치를 팔길래 4~5개 사먹어봤다.

오? 내륙인데 웬 게다리 꼬치가 있지? 샀다.

게다리 아니었다...

내가 게의 외골격이라고 생각했던 붉은 색의 그것은... 닭의 벼슬이었다.

닭대가리 꼬치였다.

내가 진짜 웬만하면 다 잘 먹는 편인데 그건 결국 먹지 못하고 버렸다.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니, 누군가가 내 옆에서 같이 먹으며 용기를 준다면 한번 시도해보고는 싶다.

혼자서는 무리일 것 같음.

 

 

숙소 근처 로컬 식당에서 식사를 했었다.

'모힝가 Mohinga'라는 미얀마 사람들의 소울푸든데, 메기로 국물맛을 낸 국수요리다.

엄~청 좋았다. 맛있고. 무엇보다도 저렴했다. 캔콜라까지 같이 시켰는데 당시 가격으로 2천원도 안했던 기억이 난다.

아 다시 가고 싶다~

누가 봐도 외지인인 내가 식당에 들어서니까 사람들이 싹 다 날 보더라.

그리고 소년직원도 나한테 어색하게 쮸뼛거리며 주문을 받는데 그게 너무 순박해서 좋았다.

 

만달레이 언덕에 올라가 만달레이 전경을 봤다.

거기 부처님 발바닥인가?가 있다고 하던데 정보가 없어서 못봤다.

뭐어떠랴 나중을 위해 남겨뒀다고 생각하면 돼지.

 

미얀마에서의 멋진 일상이 끝나고, 다음은 태국 치앙마이로 넘어갔다.

그곳은 전 세계적으로 꼽을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미얀마.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자들, 다나카를 뺨에 바르고 전통복장을 입는 여자들.

시내에는 배드민턴 치는 부자와 차를 마시는 동네 아줌씨들.

국명을 그대로 차용한 미얀마 맥주, 저렴하디 저렴한 물가와 휘황찬란한 불교의 볼거리들.

기묘한 글자와 숫자들. 그리고 곳곳에서 쉽게 보이는 불탑들.

여기는 미얀마. 과연 아시아의 진주같이 빛나는 매력적인 세계였다.

 


 

 

치앙마이로 가며 프로펠러가 달린 여객기를 처음으로 타봤다.

비행기 내부는 마치 버스와도 같이 2인석으로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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