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자카르타 공항에서 쿠알라룸 푸르로 가는 비행편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딜레이되려나?
생각해보니 반자르마신에 갈 때에도 공항에서 수라바야에서 4시간이나 항공지연이 됐었지.
그 때 진짜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옆에 현지인들은 자리를 깔고 카드놀이를 하는게 아아아아아!! 이것이 느림의 미학. 안분낙도의 삶. 이곳은 인도네시아!!!!
.....
다행히 말레이시아행 여정은 지연되지 않았고, 게이트만 바뀌는 선에서 무사히 이륙할 수 있었다.
Ch1. 수도 쿠알라룸 푸르에서 여행 시작.
물론 동남아 국가들이 비교적 우리보다 가난하다는게 틀린 소리는 아니다.
다만, 이런 편견을 갖고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그들의 최신식 환경에 놀랄 경우도 생긴다.
쿠알라룸푸르가 그러한 곳이었다.
쿠알라룸푸르의 깨끗하고 빠른 기차나 화려한 백화점 등은 나에게 그런 의외로운 순간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난이 없었던건 아니었다.
분명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내가 머무는 곳까지 도달한다고 되어있었는데, 버스기사는 중앙역같은 기차역에서 승객 모두를 내려버렸다.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디지는 줄 알았다.
택시는.. 타기 돈아까웠다.
뭇 사람들이 그러더라. 쿠알라룸푸르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 말레이시아의 수도가 나에게 너무나도 즐거운 기억이었다.
랜드마크인 파빌리온, 야시장, 차이나타운, 절 등.
난 좋더라;;; 남들이 별로라고 해서 청개구리 심보가 드러나는건가? 난 좋더라;;;;
싱가포르 이후 다시 보는 힌두사원.
바투동굴의 힌두사원과 황금색의 거대신상, 자유로이 드나드는 원숭이들 등 너무 재미지더라.
원숭이 영상을 찍다가 혼날 뻔도 했다. 원숭이한테. 왜케 공격적이니.
바투동굴 한쪽에는 힌두신화를 나타내는 듯한 사원이 따로 있었다. 잘 꾸며놓긴 했는데 내가 내용을 몰라 그다지 감동은 없었다.
산유국이라서 그런가 대중교통이 깔끔했던게 인상적이었고, 음식도 내 입맛에 맞았다.
하지만 음... 역시 나의 취향은 도시보다는 사이드가 더 좋은 것 같다.
쿠알라룸 푸르에서 오래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Ch2. 이포. 나의 고향과 이름이 같은 낯선 이국땅의 관광지.
이포에 대한 기대는 많았는데 쓸데없는 기대였다.
내 고향 이름이 여주 이폰데, 이름이 같아서 뭔가를 더 기대했던 것이다.
이포는... 벽화가 유명한 곳이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딱 하나. 국그릇에 담아주는 초록색 빙수 'Cendol첸돌'이라는 간식이 머릿속에 오래 기억되었다.
그 이외에는 별 생각이 없이 돌아다녔다.
근데 진짜 첸돌 먹은건 다행이었다.
어딜가든 관광화된 상품보다는 로컬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들을 겪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먹은 첸돌은 지역사람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에서 산 것 같았다. 주인 아저씨 아줌마들도 관광객처럼 생긴 내가 자기네들 가게에 들어오니 당황하시더라. 가격도 저렴했는데... 또 먹고 싶당.
이쁜 기차역이 인상적이었고...
음.. 추천하기로는 별로인 관광지였다.
Ch3. 페낭. 동남아의 유럽풍 소도시는 여행자들의 핫플레이스.
이포를 뒤로 하고 버스를 타고 페낭으로 갔다.
이포와는 반대로 페낭은 아주 매우 흡족스러웠다.
...숙소 빼고.
...아, 그리고 페낭 숙소로 가는 길이 헬이었지... 버스가 길이 막힌다고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우회하는 바람에 길잃을 뻔했지.
....아, 맞다. 땡볕아래서 분투한 내 캐리어는 결국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 바퀴심이 녹아버리고 말았지...
.......아, 편의점에서 돈 소단위로 바꾸는데 가위로 오려진 지폐를 주었지. 그거 결국 끝까지 못쓰고 나왔지.
......분명 행복했는데 왜땜에 이런 기억들이...
어쨌든!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맛있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껏 먹어본 커리중 가장 맛있는 커리는 페낭에 있더라.
두번 가서 먹었다.
페낭은 야시장도 활성화되어있어서 이거저거 주전부리를 많이 먹었는데, 비닐봉다리에 담아주는 쥬스도 드디어 여기서 먹어봤다!!! 나에게는 꼭 겪어보고 싶은 경험이었다. 손목에 달고 다니는 봉지 속의 쥬스라니!
페낭은 세계적인 관광지인가.
외국사람들도 많아서 밤거리가 흥에 넘쳤다.
나야 뭐 아싸 관찰자일 뿐이라 그들과 섞이지 못하고 인공위성마냥 주위를 방황하기만 했지만, 기분이 좋은건 어쩔 수 없었다.
즐거운 페낭일정이 끝나고 미얀마로 떠났다.
위생이 어떻다 저떻다.
아마 비닐로 담아주는 쥬스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난 이러한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겪어보고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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