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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작품리뷰

[명작애니] '서머타임 렌더(2022)'리뷰.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감상함. 오랜만에 본 진정한 명작.

아스라이39 2023. 3. 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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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렌더는 오랜만에 몰입해서 본 작품이다.

작년에 하도 인기가 높길래 얼마나 재밌으려나 싶었는데, 과연 명불허전. 명작이었다.

 

25화라는 짧지 않은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극이 전개되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여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몰입감 측면에서만 보면 '86' 1쿨이 생각나기도 할 정도.

정주행을 마치고 나면 시간낭비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포스터에서 딱 무기만 빼고 보면 젊은 바닷가 청춘남녀들이 모여 되게 청춘 로맨스 코미디 물일 것 같은 '서머타임 렌더'는 피가 낭자한 액션물이다.

여튼 이야기의 시작은 일본에 실재하는 '오키노시마 섬'에서 자란 '아지로 신페이'가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참고로 오키노시마 섬은 원래는 무인도다. 구글맵에 찾아보면 나오긴 하는데, 작중 등장하는 배경과는 사뭇 거리가 먼 경관을 갖추고 있다.

 

 

- 너가 무슨 장르를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집히는대로 집어넣어봤어 -

 

 

서머타임 렌더의 기본적인 틀은 타임루프다.

주인공 신페이는 앞으로 펼쳐질 비극에서 과거로 돌아가며 상황을 수정한다.

그러면서 비극의 원인을 밝혀내고, 싸우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은 싹트고...

 

근데 제목에서부터 타임루프물일 줄은 예상이 갔다.

 

자칫 어지러울 수 있을 장르의 혼재는 빠른 전개와 맞물려 잘 어우러져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25화짜리의 나름 장편이길래, 이야기가 길어지겠구나 싶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초반부터 엔딩까지 끊김없이 시청할 수 있었는데, 시작부터 복선으로 꽉꽉 뭉쳐놔서 생각의 줄을 놓치 않게 만든다.

 

 

- 허술한 부분도 많다 -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 만큼 오류를 발견했을 때 아쉬움도 많았다.

시간의 되돌림이 주된 주제인만큼 시간적 착오를 일으키기가 쉬운데, 위의 장면은 아예 대놓고 모순을 연출했다.

내용상 주인공의 자아가 계속 시간여행을 하는만큼 주인공만큼은 오로지 1명이어야 한다.

 

 

둘이 아주 딱 붙어있을 때 샷건을 때린다고?

그리고 한명만 맞춘다고??

 

 

요것도 쪼금 억지로 구색을 맞춘 연출.

 

"귀를 막으세요!"

"나니?"

우르릉 쾅쾅!

"자네 어떻게 알았나!?"

......

원래 천둥은 번개가 보인 후 귀를 때리기 때문입니다. 혹시 앞에 빛같은거 못보셨나요.

 

 

- 허술한 줄 알았는데 허술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이게 진짜 이 애니의 묘미인 것 같다.

타임 패러독스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던 점들이 복선으로 나타났을 때의 그 신선한 충격이란!

예상대로 흘러가다가도 한번씩 치는 뒤통수는 서머타임 렌더를 보며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

 

 

아니 엌ㅋㅋ 말도 안돼 ㅋㅋㅋ 애시당초 왜 의원이 산에 있는건데 ㅋㅋㅋㅋㅋㅋ

..하면서도 마지막엔 아 그렇구나!!!

 

갓경

한손으로 샷건을 쏘는, 그것도 연사가 가능한 갓경눈나.

아니 그게 가능하냐구 엌ㅋㅋㅋㅋ

팔뿌러지겠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 그렇구나!!!!!!!!!

 

 

"이제 타임루프 한번밖에 안남았어요"

= 그 한번은 마지막 필살기로 사용되어질 것이라는 복선.

+ 아아아 그렇구나!!!!!!!!

 

 

- 복선도 많다!!! -

 

화면기법을 잘 쓴 것 같다.

하나하나 잘 만든 씬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등장인물이 대사를 칠 때나 화면의 한 모퉁이에 시청자들에게 넌지시 던지는 힌트가 상당하다.

 

그냥 지나칠 장면이나 대사에 의미가 부여된 경우가 몇몇 보였다.

진짜 세세한 부분까지도.

 

이렇게 애시당초 복선으로 버무린 작품이라서 복선을 정리하는게 쉽지가 않다.

그냥 보면서 느껴지는 기시감이나 위화감 등으로 이건 복선이 되겠구나, 아 저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며 감상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대놓고 오드 아이.

실눈캐도 나온다.

 

 

와 진짜 마지막까지 복선인줄도 몰랐던 복선을 회수하는 모습.

 

 

- 주인공의 고난과 그림자의 반격-

 

서머타임 렌더에서 적은 그림자라 불리우는 이상현상들이다.

그들의 능력은 스캔과 출력인데, 사람도 가능하지만 사물도 스캔하여 구현화한다.

이렇게 보면 그들은 그림자보다는 카메라나 프린터같은 이름이 더 어울리는 집단이다.

 

 

이들의 능력은 사기급이다.

놀라운 신체능력과 더불어 복사 및 출력으로 인간들을 압도하던데,

이럴거면 어짜피 고립되어 있는 섬에서 왜 굳이 몰래몰래 사람들을 잡아먹는지 모르겄다.

걍 한번에 쓸어버려도 답이 없게 생겼던데.

 

이처럼 강한 그림자지만, 주인공은 시간도약이라는 더 큰 사기급 기술이 있고 점차 동료들을 모으며 힘을 키워나간다.

초반 추리시간에는 시간이 반복되며 안보여줬던 장면을, 그리고 주인공이 못봤던 힌트가 하나씩 늘어간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점차 각성해나가고, 나중에는 시간도약의 도약지점까지 예상하여 자신의 능력을 활용한다.

 

역경과 고난을 맞이한 그림자들의 수괴는 이 사기적인 능력에 대응하여 태세를 갖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사연이 없는 캐릭터가 없다.

주인공이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거시적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각 인물별 사정과 생각, 상황 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매료되게 한다.

 

 

이건 시간도약의 최대 장점이라고도 생각하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상황을 돌이켜 다른 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음...

감상하면서 '제작비가 효율적으로 나갔겠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서 죽기 직전까지 도와주고 여기까지 쫓아온 애를 의심하는 주인공.

처음에는 주인공이 능력을 뿜뿜하며 사건을 해결할 줄 알았는데, 결국 얘도 가끔은 폐급 고구마였다.

하긴 잠도 못자고 계속 긴장하고 있는데 정신줄을 놓을만도 하지 싶었다.

 

 

 

매우 재밌게 봤다!

복선회수나 스토리의 개연성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 쓴 티가 많이 났다.

다만, 타임 패러독스를 완벽에 가깝게 모순없이 처리한 절원의 템페스트를 이미 시청한 이상 요구되어지는게 많아진건 사실이다.

게다가 섬머 타임 렌더는 그냥 막 찍어낸 무성의한 작품도 아니잖아.

 

근데 생각해보면 절원의 템페스트의 시간선은 딱 하나다.

모순되지 않은 미래와 과거의 절묘한 밸런스.

하나의 시간선만을 생각하여 시간계산을 하거나 인과관계를 만들면 되기에, 스토리의 개연성을 맞추는데 나름 용이했을 것이다.

 

반면 서머타임 렌더는 한번의 타임루프도 아닐 뿐더러, 시간도약을 할 때마다 바뀌는 상황에 나중으로 갈수록 무지 복잡해지고 사건사고가 많고 기억해야 할 게 많다.

진짜 제작진들이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을지 가늠할 수가 없더라.

그럼에도 이만큼이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는게 대단하다.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는게 참매력이었다.

 

그 어떤 애니나 영화 등 문화컨텐츠를 보더라도 '나였다면...'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섬머타임랜더는 그런 생각 없이 그냥 쭉 보며,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했던 것 같다.

 

 

몇몇 부분을 이래저래 깠는데, 감상하면서 내내 흥미진진했고, 전개의 속도감도 빨라서 시간도 빨리 갔던 것 같다.

생각보다 스토리가 긴 편인데, 깊이가 있어 장황하지도 않다.

한회 한회가 끝날 때마다 '어? 벌써 끝났어?'싶었고,

한회 한회 줄어드는 남은 에피소드가 아쉬웠던, 시청자들에게 엔딩 후,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선사하는 명작임엔 틀림이 없다.

 

본체인 우시오가 그림자의 가진다는 측면에서 이것도 모순이지만... 잘 돼서 다행이야.

 

여튼 잘 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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