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티어즈'는 이미 방영한지 15년이나 지난 오래된 작품이다.
'트루 티어즈'는 '꽃이 피는 첫걸음' 과 '글라스립'과 함께 묶이는 호쿠리쿠 3부작의 첫번째 시리즈이다.
'글라스립'은 아직 시청하지도 않았고, 시청할 계획도 없지만,
'꽃이 피는 첫걸음'은 꽤 재미있게 봤으므로, 다들 한번쯤 시청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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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리쿠 3부작이란, 일본 북쪽인 동해와 맞닿아있는 4개의 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3개의 작품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호쿠리쿠 지방은 북쪽에서부터 니기타, 토야마, 이시카와 그리고 후쿠이 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트루 티어즈'를 감상하기 전에, 어찌되었든 이 애니가 '꽃이 피는 첫걸음'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여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제목도 '트루 티어즈'. 얼마나 퓨어한 제목인가.
그러나 실상은 아니었다.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트루 티어즈'는 치정과 질투, 발암캐릭터들이 버무려져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아침드라마의 하위버전 일본애니였다.
- 남주 1인과 여주인공 3인방은 모두 제정신은 아니다 -
위의 3인이 '트루 티어즈'의 히로인들인데... 참고로 셋다 제정신은 아니다.
한명은 친구 여친
이 아이의 이름은 안도 아이코.
주인공 신이치로를 좋아하는 한명으로,
본작의 주인공 신이치로의 친구 애인이다.
미쳤냐 설정.
시작부터 치정극이네.
"신이치로. (내 남친이랑) 어깨넓이 비슷하지?"
딱히 본인의 마음을 숨기지도 않는 그녀.
어질어질하지만, 아이코는 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진 못한다.
한명은 관종
바람으로 싸대기 한대 쎄게 맞고 왔을 것 같은 이 아이의 이름은 '이스루기 노에'.
관종 혹은 괴짜다.
할머니의 죽음에서 눈물을 잃은 후, 고상한 눈물을 찾으면 눈물이 돌아올 것이라 믿던 중에 주인공 신이치로를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이라면 나의 눈물을 찾아줄 수 있을거야!
그리고 시궁창 길이 열린다.
"신이치로~ 등 뒤에도 바퀴벌레~ ♬"
정신나간 ㄴ이다.
...일본에서 흔한 노랜진 모르겠는데, 가사만 보면 어질어질하다.
하지만 저 정도로 이 세상한테 억까당한다면 정신이 훽까닥 돌아가는게 맞는걸지도.
처음엔 정말 맘에 안드는 캐릭터였는데,
갈수록 얘를 응원하게 되더라.
마지막엔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더라.
한명은 더부살이
얘는 '유아사 히로미'.
곱상한 외모에 청순 그 자체일 것 같은 이 친구도 사람을 스멀스멀 빡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니 엄마 눈이랑 쏙 빼닮았구나"
"너 잘도 우리 집에 왔구나"
"그런 천진난만한 얼굴로 잘도 남편과 아들을 니 편으로 만들었구나!!!"
...하는 우리나라 아침드라마 뺨치는 대사가 나온다.
대놓고 혼외자식 시츄에이션을 넣는 만큼, 상황 돌아가는거 보면 완전 재밌다.
근데 저 아줌마도 되게 이상한 아줌마다.
스포 방지차원에서 구체적으로는 쓰기 어려운 행태가 있었는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과거에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됨.
처음에는 당연히 히로미를 응원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내 마음은 노에에게 갔다.
얘가 제일 문제. 주인공 신이치로
그리고 얘. 남주 신이치로가 제일 븅ㅅ이다.
하는짓이 처음부터 끝까지 발암캐릭터.
이게 진짜 창작물이라서 여자들이 세명이나 따라다니는거지, 너는 진짜 와아...
쉽게 끝낼 수 있던 상황을 이리저리 굽이굽이 어질러놓는 역할 1순위.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손절할 1순위.
진짜 '스쿨데이즈'로 보내버리고 싶네.
마지막 화까지 개객기. 만악의 근원임.
얘네 가족도 맘에 안든다.
엄마의 트롤짓. 아빠의 신빙성.
아 생각만 했는데도 빡돌아.
- 내용은 아침드라마 그 자체 -
이런 일관된 발암 캐릭터들만 모여있으니 자칫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으로 점철된 치정극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 생각이 맞다.
다행히 선정적이진 않아 온 가족이 모여앉아 볼 수는 있는 정도인데,
권장하진 않는다. 건강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가관이고, 설정은 그 자체로 광기.
게다가 쓸데없이 연기력이나 감정선도 좋아서 이거 드라마로 나와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명대사가 수두룩하다.
내가 진짜 이런 발암물질 부류의 드라마를 절대 좋아하질 않는데 ㅋㅋㅋㅋ
와 이거 스토리가 흘러가는거 보면 진짜 아침드라마 ㅋㅋㅋㅋㅋ
상상 이상의 몰입도 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꿀잼 애니를 아직도 안보고 있었다니 ㅋㅋㅋㅋ
빠져든다 ㅋㅋㅋㅋㅋ
절대 착한 애니는 아닌 것 같다 ㅋㅋㅋㅋㅋ
참고로 난 '트루 티어즈'를 속으로 엄청 욕하면서 봤다.
인물들이 어리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선택을 빗겨나가기 일쑤였고, 그래서 엄청 답답했다.
그리고 으레 연애사가 그렇듯 중간부터 반복되는 똑같은 갈등에 지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졌었다.
중간부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루 티어즈를, 블루레이판의 추가분량까지 모두 본 사람이라면 절대 깔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여운은 진짜 미쳤어. 왜 그렇게 만들어놓은거야 이 제작진놈들아!!!
블루레이 디스크로 보면 마지막에 이들의 후일담 겸 그동안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미처 담지 못했던 장면들도 짧게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엔...
나 이거 맨 처음 봤을 때 진짜 노에가 해맑게 웃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줄 알고 경악했었다.
.... 그래서 더 여운이 많이 남았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행히도 그건 아니어다.
블루레이 버전에서 추가된 마지막 3분은 블루레이 디스크에 동봉된 드라마CD 3편을 3분짜리로 압축해놓은거라더라.
인터넷에 번역본이 돌고 있으니, 잘 찾아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CD 세번째 이야기는 노에의 이야기.
그것을 보면 다행히 내가 영상을 보며 느꼈던대로 마지막을 맺지 않았고,
노에는 스스로 날기 위해 밝고 활기찬 걸음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호연지기.
하긴, 친구들을 사귀고 바로 극단적으로 그랬던게 이해가 안가긴 했어.
휴우 다행이다.
나는 곧 날아간다.
그 하늘은, 신이치로의 하늘이 아니다.
바꿀 수 없는 사실이 조금, 지금도 가슴에서 따끔거리지만
하지만, 그 하늘도 분명 오늘처럼
푸르고, 높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있을 것이다.
상처받아도, 날아보고 싶다고 느낀다.
트루 티어즈는 시청자들의 눈물일 듯.
이상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애니. '트루 티어즈'였다.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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